'보수의 심장' 대구서 '박정희 정신' 찾은 與 당권주자들 … "野 탄핵 폭주 막을 것"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12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을 찾아 표심잡기에 나섰다. 후보들은 저마다 '박정희 정신'과 'TK 정통성'을 내세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경쟁자의 자질을 지적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제4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개최했다. 이날 당 대표 후보 정견 발표는 나경원·윤상현·한동훈·원희룡 후보 순으로 진행됐다.

연단에 올라 첫 일성으로 "모태 TK"를 강조한 나 후보는 대구 지역의 경기 침체 및 인구 감소 상황을 언급하며 지역의 숙원 사업인 신공항 건설, 첨단 바이오 미래산업 부흥, 농촌·생산 현장의 인건비 부담 완화, 저출산 문제 해결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약속했다.

나 후보는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방탄'과 '대통령 탄핵 추진'을 비판하면서 한 후보와 원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나 후보는 "탄핵을 막겠다고 했더니 어떤 후보가 '공포 마케팅' 하지 말라고 한다"며 "한가한 소리다. 이러니까 우리가 무기력한 소리 듣는 것이고 총선 패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두고 '당무개입'이라고 밝힌 한 후보의 발언도 지적했다. 나 후보는 "자기 살자고 당무개입, 국정농단 같은 금기어를 함부로 쓰는 사람이 있다"며 "그게 당무개입인가. 그들(민주당)에게 (공세의) 구실을 주고 있다. 그런 후보가 되면 당정 파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심'(尹心) 후보로 분류되는 원 후보를 겨냥해서는 "용산을 맹종하는 후보는 절대 안 된다"며 "나경원이 쓴소리 제대로 하겠다.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하는 건 바로 고치겠다. 그래서 탄핵을 막아내고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겠다"고 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윤 후보는 "여러분이 당의 근간을 지켜주셨다"며 지역 민심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수도권에서 이겨야 진짜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라며 "영남에 국한된 국민의힘이 아니라 수도권에서 사랑받는 국민의힘을 만들어 달라. 그것이 바로 박정희의 정신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면서 지역 민심을 파고들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명예를 회복시키고 과거의 역사, 우리 보수 대통령의 올바른 평가를 받게끔 윤상현이 나서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연설에 나서 먼저 '변화'를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 좌장'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소환했다. 한 후보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경북 경산 지역에서 조지연 의원이 무소속 후보로 나선 최 전 후보를 꺾고 당선된 것이 변화라고 역설했다.

한 후보는 그러나 대구 지역의 민심을 호소할 때는 '박정희 정신'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내세웠다. 그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은 누가 어떻게 이뤘나. 여러분 아닌가. 박정희 대통령의 위대한 결단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또 총선 기간 만남을 가진 박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찾아뵈어 너무 감동이었다. 따뜻하게 맞아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너라면 이재명의 민주당을 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제가 할 수 있다"며 "맨 앞에서 비바람 맞으며 싸워서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로 정견발표에 나선 원 후보는 "총선 참패로 우리는 (민주당의) 탄핵 열차 앞에 다시 섰다"라며 사실상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한 후보에게 돌렸다.

원 후보는 이어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나. 누군가는 인생의 화양연화였는지 몰라도 우리 모두 지옥을 겪었다. 다시 탄핵은 절대로 안 된다"며 문재인정권 초기 박 전 대통령 등 수사를 '화양연화'라고 회고했던 한 후보의 과거 발언을 소환했다.

원 후보는 또 "의원들이 모두 의원직을 버릴 사즉생 각오로 뭉쳐 싸우면 국민이 지켜준다"며 "나라가 흔들리고 당이 흔들릴 때마다 대한민국과 당을 지켜준 대구·경북이 지켜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잘못이 있다"고 전제한 원 후보는 "제가 그걸 몰라서 잘 보이려고 대통령을 지키자는 것이 아니다.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척지는 순간 모두 망한다"고 했다.

원 후보는 영화 '대부'의 대사를 인용, "적과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가 배신자"라며 다시 한번 '배신자' 논란을 언급했다. 이어 "당 대표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온 몸을 던져 거대 야당의 탄핵으로부터 우리 당과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언급했다.

후보들은 전날 MBN 주관 방송토론회 등에서 일어난 '난상 토론'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보탰다.

나 후보는 정견 발표 후 취재진과 만나 "검증은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도 "검증을 빙자한 네거티브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도 "(원 후보와 한 후보가) 너무 격한 모습을 보여줘 많은 분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문자 논란, 사천 논란, 이게 다 총선백서가 발간이 안 돼서 그렇다"며 "백서 발간이 이런 논란을 잠재울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제재 조치를 두고 '원 후보만 네거티브 안 하면 된다'는 취지로 주장한 한 후보를 향해 "한 후보 특징이 메신저만 공격하고 흠집 내고 모든 문제에 대해 답변을 피해가는 기술이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런 식의 말 기술에 넘어가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토론 과정에서 감정섞인 비방전이 오간 데 대해서도 한 후보를 겨냥, "말하는데 계속 끼어들고 엉뚱한 얘기로 끌고 가고 질문에는 답 안 하고 사람에 대한 공격만 한다"며 "토론에 볼성사납게 된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대로 순하게 대응하는 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토론이) 법사위에서 장관과 민주당이 말싸움하는 자리냐"라고 따져물었다.

또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사천 의혹에 대해서도 거듭 '당무감찰'을 요구하면서 전당대회 전 총선백서 발간에 회의적인 한 후보의 반응을 두고 "자기한테 불리하면 전부 음모고 공작이냐"고 쏘아붙였다.

한 후보는 이날 연설회를 마친 뒤 별도의 기자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행사장을 떠났다.

한편, 영남권 선거인단의 비율은 40.3%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이중 TK 선거인단은 20.6%에 달하는 만큼, TK 민심을 잡아야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