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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해명’이 비겁한 ‘변명’으로 들리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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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영일 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명품백 수수 논란 등에 따른 대국민 사과 의향을 전달했으나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읽고 씹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는 해당 의혹에 대해 본인이 김건희 여사의 사과 의향 문자를 읽고 씹은 사실에 대해선 애써 회피하면서도 ▶문자에 답하지 않은 것은 공적인 일을 사적인 관계로 풀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 ▶한 후보가 당시 공식적으로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를 했다는 점 ▶김 여사가 보낸 문자는 사과 의향이 아니라 되레 사과하기 어렵다는 취지라는 점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문자 논란이 점화됨에 따라 김 여사 측이 전당대회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 등 ‘변명’으로 읽히는 해명으로 논란을 벗어나려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공적인 일의 당사자가 공당 대표에게 사과 의향 밝혔는데, 공적인 일을 사적 관계로 풀지 않으려 했다?…모든 일을 공과 사, 이분법적 잣대만 들이밀 것 같으면 정치는 왜 하는가.

한동훈 후보를 비롯한 한동훈 캠프 측은 김건희 여사의 사과 의향 텔레그램 문자에 한 후보가 읽고 씹은 것은 공적이고 정무적인 일을 사적 관계로 풀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여기서 공적이고 정무적인 일은 ‘영부인의 대국민 사과’이고, 사적 관계는 집권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의 친분 관계일 것이다.

그런데 영부인의 대국민 사과가 공적인 일이라면, 김건희 여사는 공적인 일의 당사자다. 그리고 한동훈 후보는 당시 공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공적인 일의 당사자가 공당의 비대위원장에게 사과 의향 문자를 보낸 것을 단순히 사적 관계로만 방점을 찍을 일인지 의문이다.

또 그렇게 공과 사를 명확히 구분하기 좋아하는 한동훈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시절엔 왜 김건희 여사와 문자를 주고 받았나. 그때도 공적인 일로만 문자를 주고 받은 것인가. 사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는 단 1도 없는가.

 

한동훈 후보 측 주장대로 영부인의 대국민 사과라는 공적인 일을 사적인 관계로 풀지 않으려 했다면, 문자를 읽고 씹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공적인 일을 사적인 관계로 풀지 않겠습니다’라는 취지의 답문자를 김건희 여사에게 보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공과 사로 구분하면 대체 정치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어느 누구하고도 소통을 해야 하는 게 정치 아닌가. 모든 것을 공과 사, 이분법적인 잣대만 들이밀 것 같으면 정치는 왜 하는가.

 

중략

 

이와 관련, 1월 25일 한 언론은 <‘김건희 사과’서 물러선 한동훈 “사과 얘기한 적 없어”…김경률도 김 여사 옹호>라는 제목으로 보도했고, 한 전 위원장 측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한 전 위원장은 사과 자체를 언급한 적 없는데, “‘김건희 사과’서 물러선 한동훈”이라는 보도는 한 전 위원장이 당초 김건희 여사 사과를 거론했는데 마치 일주일 만에 입장을 번복하면서 물러선 모양새를 연출했다는 게 당시 한 전 위원장 측 입장이었다.

 

결국 해당 언론은 2월 26일 정정 및 반론보도문을 내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4.1.18. ‘김건희 여사 사과도 필요하다’고 말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한동훈 후보는 본인이 공식적으로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요구했다곤 하지만, 과거 한동훈 위원장은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청구했고, 해당 언론은 “한동훈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 사과도 필요하다’고 말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는다”는 정정보도문을 낸 것이다.

1월 26일자 정정보도문 캡처

1월 26일자 정정보도문 캡처

‘난독증’ 아닌가 의심될 정도…진정성 느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 자체가 ‘독단적 판단’ 아닌가

한동훈 후보는 김건희 여사가 보낸 문자는 사과할 의향이 아니라 되레 사과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고 주장한다.

 

김건희 여사가 사과를 하라면 사과를 하겠다면서도, 이런 저런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탓에 사실상 사과하기 어렵다는 내용으로 이해했다는 취지다.

 

지난 7일자 <채널A>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문자는 5건이라고 한다.

 

김건희 여사는 1월 15일 한동훈 후보에게 “무조건 시키는대로 하겠습니다”, “대통령과 전화해 보면 어떨지, (대통령께서)내심 전화 오는 걸 기다리고 있습니다” 등 2건의 문자를 보냈다.

 

김경율 전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에 ‘마리앙투아네트’에 빗대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한 지 이틀 뒤인 1월 19일에는 “사과하면 책임론에 불붙을 겁니다.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 결정해 주시면 그 뜻 따르겠습니다. (중략)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전달했다.

 

1월 21일 이관섭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한동훈 위원장 등을 만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한 이틀 뒤인 1월 23일엔 “김경율 극단 워딩에 너무 가슴 아팠지만 한동훈 위원장 다양한 의견 말씀에 이해하려 합니다. (중략) 위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 필요하다 하면 단호히 결심하겠습니다”라고 보냈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서천 화재 현장서 갈등을 봉합한 날이다.

 

이틀 뒤인 1월 25일에도 김건희 여사는 한동훈 위원장에게 “큰 맘 먹고 비대위 맡아줬는데 충분히 공감됩니다. 제 잘못에 기인해서 그렇게 됐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가 ‘사과하면 책임론에 불붙을 겁니다’ 등 사과 못하는 이유를 쭉 설명한 뒤 그럼에도 원하면 사과하겠다는 말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한동훈 후보 측 입장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난독증’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김건희 여사가 사과 못하는 이유 백 가지를 늘어놓았더라도,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결정하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을 수차례 전달했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싶다. 무엇보다 여러 차례 사과 의사에도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다면 답문자를 통해 그 진위를 확인해 보면 될 일 아닌가.

 

사과를 하겠다는 당사자에게 진위를 확인해 보지도 않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독단적 판단’ 아닌가.

지난 7일자 채널A 보도 캡처.

지난 7일자 채널A 보도 캡처.

전대 시점에 문자 공개 의심?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실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읽씹’도 변하지 않는 사실

한동훈 후보 측은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문자 논란이 점화됨에 따라, 김건희 여사 측이 전당대회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지난 6일자 페이스북에서 “내밀한 문자가 공개된 것은 김건희 여사의 뜻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걸 누가 해킹을 해 빼냈겠냐?”라며 “이 모든 일이 폐족이 될 위험에 처한 세력이 김 여사를 꼬드겨 벌인 일이라 보는 게 합리적일 거다. 지난번엔 대통령실, 이번엔 아예 여사가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원희룡 후보 캠프의 이준우 대변인은 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알기로는 한동훈 후보께서 본인의 그 문자(김건희 여사 문자)를 친한 기자들한테 보여주면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더라. 제가 이건 기자들한테 들은 얘기”라며 “그리고 또 진중권 씨가 본인 스스로 공개적으로 밝혔지 않습니까. 진중권 씨가 누구냐면 정의당 후보의 후원회장을 하셨던 분이거든요. 그분에게 그 문자를 보여주면서 얘기를 했고 진중권 씨가 봤다라고 얘기를 한다. 이게 무슨 공적인 대화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준우 대변인은 “(한동훈 후보 본인이)자기 주변 사람들한테 보여줬던, 다 공적인 대화인 것처럼 얘기를 하고 문제가 없는 것처럼 하고, 당사자인 김건희 여사와 주고받은 문자는 사적인 문자라고 주장하시는 건지”라며 “만약에 한동훈 후보가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아마 그 문자가 공개되거나 소환될 일이 아마 없었을 것이고, 주변 사람들끼리 서로 얘기하고 그냥 넘어갔을 그런 일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문자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해, 한동훈 후보 측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내로남불’이란 지적이 나온다.

총선 과정에서 도태우‧장예찬 전 후보가 과거에 쓴 글이 논란이 되자, 당은 경선까지 통과한 이들의 공천을 박탈했다.

 

김건희 여사 문자가 전당대회 시점에 불거진 의문을 제기할 거 같으면, 총선 당시 한동훈 위원장도 도태우‧장예찬 전 후보의 과거 글이 총선 시점에 불거진데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자당 후보들을 보호했어야 한다.

 

총선 때 총선 후보들의 과거 글은 논란이 되도 되고, 당 대표 경선 때 한동훈 후보 본인이 영부인의 문자를 읽고 씹은 과거 사실은 논란이 되면 안 되는 건가.

 

김건희 여사든 친윤 쪽이든, 한동훈 후보 측 반대 진영에서 문자 논란을 촉발시켰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한동훈 후보가 사과할 의향을 내비친 영부인의 문자를 읽고 씹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김 여사가 명품백을 수수한 사실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후략 

https://www.thepublic.kr/news/articleView.html?idxno=22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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