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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예산 건든 유인촌에 "국정농단" 막말 … '체육계 대통령'의 무소불위 행보

뉴데일리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문체부를 겨냥해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으로 맹비난을 퍼부어 파문이 일고 있다. 유 장관이 향후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문체부에서 지방체육회 예산을 직접 교부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문체부가 직권남용을 저지르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

이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개최한 대한체육회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대한체육회가 수천억의 예산을 마음대로 쓴다는 건 정말 잘못된 얘기"라며 앞서 대한체육회가 막대한 정부 예산을 허투루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취지로 비판한 유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회장은 "모든 예산은 문체부와 협의하고 승인을 받아 집행한다"며 "문체부의 수시감사를 비롯해 감사원 감사, 국정감사까지 받는 상황에서 대한체육회가 독자적으로 예산을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때 대법원이 어떤 일을 관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걸 '직권남용'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며 "문체부가 대한체육회를 건너뛰고 지방체육회에 예산을 직접 나눠주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저는 '국정농단' 세력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력이 또 나온 것이라면 즉시 엄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체육회를 통해 내려가는 정부 예산을 문체부가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국민체육진흥법을 거스른 '월권'이자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 장관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체육회가 대통령실에 문체부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를 한다고 하는 등 모든 걸 맘대로 해왔다"며 "4200억 원이라는 정부 예산을 받고도 학교체육나 엘리트체육이 다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다. '국정농단'이나 '블랙리스트' 같은 이야기도 체육인들이 할 소리는 아니다. 국회에서나 듣는 이야기"라고 받아쳤다.

지난달 열린 '대한배구협회 여자배구 국가대표 은퇴 선수 간담회'에서도 "대한체육회의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지역체육회 등의 자율성과 엘리트체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예산을 직접 교부할 뜻을 내비쳤던 유 장관은 "대한체육회가 문체부를 상대로는 자율성을 외치면서 산하 회원종목단체와 지방체육회의 자율성에는 반대하는 것 같다"며 "체육계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 중 하나로 예산 직접 교부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동석한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현재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매년 5월 30일 기재부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이 8월 말에 확정되는 절차를 감안하면 (오는 26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열리는) '파리올림픽' 후 구체적인 예산 집행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국 체육이 잘 나갔다면 굳이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없다"며 "현재 체육계가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정부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예산 편성권'으로 한국 체육이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 국장은 "지금 정부가 나서지 않아, 4년, 8년, 올림픽 때 문제가 생긴다면 이게 바로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흥 체제로 8년 ‥ 정관 개정 승인 불가"

유 장관은 대한체육회가 체육단체장들의 '연임 횟수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정관 개정안을 가결해 이들의 임기가 '무제한'으로 늘어나는 길을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장관은 "이기흥 회장이 대한체육회장을 8년 했다"며 이 회장 등의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정관 개정안은 절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대한체육회가 체육단체장의 임기 제한을 없애려는 것을 이 회장 등 현 체육회 임원들의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 것이다.

2013년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을 거쳐 2016년 제40대 대한체육회장이 된 이 회장은 2021년 재선에 성공해 현재 제41대 대한체육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임기는 2025년 2월까지(정기총회 전날).

종전 정관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를 마치고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면 3선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대한체육회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임원 연임 횟수 제한 규정과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 기능이 폐지돼 임원들의 연임을 막는 '걸림돌'이 모두 사라졌다. 향후 문체부가 개정된 대한체육회 정관을 승인하면 회원종목단체나 지역체육회의 정관도 바뀌어 사실상 체육단체장들의 '무제한 연임'이 가능해진다.

앞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이사회를 통과한 후 '이 회장의 3선을 위한 정관 개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체육계 안팎에서 흘러나오자, 대한체육회는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제한 삭제' 등의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현직 대한체육회장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경기단체나 지방체육회 임원을 맡을 인물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시군구 회장들은 사실상 자기 돈 내고 봉사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을 몰아내면 누가 하느냐. 나를 제외한 나머지 체육단체장들의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는 정관을 승인해 달라"고 문체부에 요구했다.

이처럼 대한체육회가 임원들의 연임 제한을 폐지한 것에 대해 시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체육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대한체육회 이사회가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앞을 찾아가 "이기흥 체육회장의 영구집권 시도를 규탄한다"는 문구가 새겨진 피켓을 들고 이 회장의 퇴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체육계 인사는 "대한체육회장은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중한 자리인데, 이기흥 회장이 장기집권을 하면서 사실상 견제 세력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 정관 개정을 두고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체육인들이 많다. 다만 현직 종사자들의 경우 피해를 볼까 두려워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체육계 사정에 밝은 한 원로 정계 인사도 "2009년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가 통합됐고, 2016년에는 국민생활체육회까지 통합돼 대한체육회는 올림픽위원회와 생활체육까지 아우르는 막강한 단체로 성장했다"며 "이런 단체일수록 특정인이 장기간 집권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체육단체장들의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는 것은 장기 재임에 따른 전횡과 토착 비리를 유발하는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7/07/202407070001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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