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새벽 평양 도착…'공항 영접' 나선 김정은과 '당일치기' 정상회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위해 19일(한국시각) 북한에 도착했다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국영언론을 인용,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가 러시아 극동지역을 경유한 뒤 19일 오전 2시45분께 평양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도 이날 오전 2시46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도 평양에 도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러시아 매체들은 플라이트레이더24 등 항공추적사이트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의 전용기가 이날 오전 2시22분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이 공항은 평양 도심에서 약 25㎞ 북쪽에 위치해 평양국제비행장으로도 불리는 대표적인 평양의 관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공항에서 푸틴 대통령을 영접했다. 두 정상은 육·해·공군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레드카펫을 함께 걷고 몇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국가 원수를 태운 차량 행렬이 공항을 떠났다고 리아노보스티가 현지 특파원을 통해 전했다.

이때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자기 대통령 차인 아우러스에 타라고 초청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서로 차에 먼저 타라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푸틴이 뒷자리 오른쪽에, 김 위원장이 뒷좌석 왼쪽에 탔다. 이들은 모터사이클의 호위를 받으면서 공항을 떠났다.

AP통신에 따르면 평양 거리에는 푸틴 대통령의 초상화와 러시아 국기로 장식돼 있다. 일부 건물에는 "우리는 러시아 연방 대통령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도 붙어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러시아 극동지역 사하(야쿠티야) 공화국 야쿠츠크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이날 밤 전용기를 타고 북한으로 이동했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18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북한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늦게 평양에 도착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당일치기'로 북한을 방문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7월19~20일 이후 24년 만이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지도자로선 처음 북한을 찾아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고 북러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러 정상회담,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북러 정상회담을 이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날 오후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밀착하고 있는 북러관계를 격상하는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양국관계를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두 정상이 국제의제를 논의하고 전염병으로 인해 중단된 인도주의적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군사협력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가 1961년 옛 소련과 북한이 체결한 '조·소(북·소련)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에 포함됐다가 1996년 폐기된 '자동 군사개입' 조항에 가까운 수준의 협력에 합의할지 관심이 쏠린다.

뿐만 아니라 경제, 에너지, 교통, 농업분야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다룰 예정이다.

러시아 정부 수행단에는 데니스 만투로프 제1부총리, 알렉산드로 노박 에너지부문 부총리,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장관,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연방우주공사) 사장, 올레크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을 비롯해 자원‧보건‧교통‧우주‧철도 관련 수장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푸틴 대통령이 전날 북한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를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자체 무역·결제시스템을 갖춰 경제협력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합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일정은 19일 정오 공식 환영식을 비롯해 북한‧러시아 대표단 입장, 국가 연주, 의장대 사열 순으로 예정됐다.

이후 관저에 도착해 공동사진 촬영, 정상회담을 시작한다. 회담 뒤 별도로 정상간 '매우 긴' 비공식 대화도 예정됐다. 대화를 마친 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언론에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동문서 서명식은 이날 오후에 열린다.

관저에서 다과회와 산책을 마친 뒤 소련군 추모 해방탑을 찾아 화환을 전할 전망이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리는 리셉션에서는 갈라콘서트를 관람하게 된다.

이날 두 지도자는 연설하기로 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장소와 형태는 언급되지 않았다. 일부 외신은 회담 성과를 적극 설명하고 방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동 기자회견에 나설 가능성도 작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교회 건물 정백사원 방문을 끝으로 일정을 마친다. 김 위원장의 배웅을 받아 푸틴 대통령은 순안국제공항까지 이동할 예정이다.

지난달 집권 5기를 공식 시작한 이후 가장 먼저 중국(5월16~17일)을 찾았던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5월23~24일), 우즈베키스탄(5월26~28일)에 이어 북한을 네 번째 해외 방문지로 택했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 일정을 마친 뒤 19일 오후 베트남으로 향한다. 그는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초청으로 19~20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