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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5월 25일에 치러진 제8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박정희 정권은 김형욱 중앙정보부장과 4인방(김성곤, 길재호, 김진만, 백남억)의 주도로 1969년 3선 개헌을 단행했다. 그러나 악화된 민심의 여파로 인해 제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 당시 대구 지역구 5곳 중 4곳이 야당인 신민당 후보가 여당인 민주공화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당시 국회의장인 이효상 의원과 3선 개헌 반대에서 조건부 찬성으로 돌아섰던 이만섭 의원도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전두환·노태우 정부를 거치면서 보수성과 배타성이 나타났다고 한다. 보수는 대구뿐만 아니라 유동인구가 적은 내륙 도시가 갖는 공통적인 특성이다. 다만 영남과 호남이 강한 정치적인 특성으로 인해 특정 정당에 투표하는 성향이 높다. 그런 이유로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산업화 세력은 보수, 김대중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세력은 진보로 구분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억지 춘향이처럼 구분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럼에도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중앙이나 그 집단 내부에서도 활용성이 높은 일종의 분할정치 때문이 아닐까 한다.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중남구가 최대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변호사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대구는 본 선거보다는 국민의힘 공천받기가 더 어려운 곳이라 공천 파동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번에는 큰 갈등 없이 공천이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중남구에서 경선을 통해 공천받은 도태우 후보에게 5·18 발언과 노무현·문재인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발언을 이유로 공천이 취소되면서 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중남구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구를 떠난 출향 인사들이 귀향하면서 눈여겨보는 곳이 중남구다. 과거 중남구는 학교가 밀집된 지역이기 때문에 쉽게 연고를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지역 주민들은 지역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후보라는 볼멘소리를 한다. 도태우 후보는 관할 지역에 있는 대구고를 졸업한 후 지역을 떠났지만 2020년 총선 이후 지역에 정착하여 유권자와 스킨십을 유지해 왔던 점을 지역민들은 눈여겨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의문을 갖는 이유는 먼저 책임당원과 지역주민들이 경선과정을 통해 선택한 후보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공천권을 박탈하는 것이 타당한가이다. 또한 도태우 후보의 5·18 관련 발언이 단정적으로 5·18을 폄훼한 발언이라기보다는 시중에 떠도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대신 추천한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은 지역 연고가 낮고 과거 NLL 발언에 대한 논란으로 이념적으로 도태우 후보와 대비되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지역 보수층이 우려하는 것은 선거 때가 되면 표는 보수에게 구걸하면서 중도층을 공략한다는 명분으로 이미지만 관리한 인사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점이다. 집토끼는 당연히 우리를 찍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어려운 환경하에서 보수의 가치를 신봉하고 보수 정당을 흔들림 없이 지지해온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해 왔다. 또한 보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영입한 인사들이 오히려 대체재 역할을 하면서 뻐꾸기처럼 탁란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청년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했던 지역의 원로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국회의원은 있지만 큰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사에서 보스 정치가 유행하던 시절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입장에서 보면 정치 경험도 풍부하고, 여야를 불문하고 가부장적인 지도자와 함께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공유했던 동지애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선거는 과거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범여권에는 훌륭한 인적 자원들이 많지만 실로 엮어 낼 수 있는 역량이 아쉽다. 각 지역마다 지역 현안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자기 색깔 보다는 총괄 선대위원장인 한동훈 개인의 인기에 의존하는 것은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국회의원 선거는 대선과 다르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후보들은 먼저 지역구내 지지층을 결집한 후 유권자를 대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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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가 튼튼해야 잘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