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총선거가 27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그간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으로 컨벤션 효과를 누린 데 이어 공천장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집안싸움으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면서 상승세를 보였지만 여권발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리스크 ①: 사과發 인플레이션
지난 5~7일 실시된 한국갤럽의 서울 지역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P,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 응답률 14.4%,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은 45%, 더불어민주당은 24%를 기록했다.
다만 수도권 전략 지역구로 분류되는 서울 성동, 광진, 마포, 동작 등 '한강벨트'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고전하는 양상이 뚜렷했다.
본격적인 선거전 돌입에 앞서 국민의힘은 주춤하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기회를 잡아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예상치 못했던 인플레이션 현상이 민심을 뒤흔들고 있어서다.
사과 가격 폭등으로 촉발된 과일값 폭등 현상 이른바 '애플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에게 큰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경제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것은 장바구니 물가다. 그러나 지난 6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신선 식품 지수는 20% 급등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민심을 청취하고 규제 해소 및 예산 투입을 약속하고 있지만 요동치는 민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사과 한 개 5000원. 못 살겠다. 민생파탄' 현수막을 내걸고 실정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여당은 사과발 물가상승을 저지하고 중도층 민심을 잡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하지만, 2020년 국내 사과 생산량의 66% 가량이 여당의 텃밭인 경북인 만큼 '사과 수입'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사과 수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경북 지역 농민의 반발을 유발할 수 있어 섣불리 조치에 나서기 힘들다는 것이다.◆리스크 ②: 호주行 이종섭, 그리고 아쉬운 與 대처
민주당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 과정을 '피의자 빼돌리기'로 규정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민의힘의 대응 부족도 수도권 위기론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무리한 프레임을 씌워 억지 공세를 펴고 있다며 두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직 당시 발생한 '채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이 대사를 호주 대사로 임명했고 법무부가 공수처의 이 대사 출국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사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일축하는 모습이지만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뛰고 있는 인사들의 속내는 다르다.
서울 강서을 후보인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은 14일 BBS 라디오에서 "그걸 가지고 '해외 도피'라고, 전직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을 너무 범죄자 취급하듯 '도피시켰다'고 하는 것은 침소봉대"라면서도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무적인 차원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서울 동작을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도 13일 CBS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부분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 사건 수사는 좀 철저히 이뤄져야 된다"고 했다.
이 대사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초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은 14일 MBC 라디오에서 "개인적인 입장을 묻는다면 호주 대사 철회를 하는 것이 마땅하고, 당으로서는 그런 것도 검토를 해볼 만하다고 생각된다"고 했다.◆리스크 ③: 끊이지 않는 설화 논란
국민의힘 후보자들의 잇단 막말 논란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5·18 발언' 논란에도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도태우 변호사의 대구 중·남 공천 유지를 결정한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이상민 의원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으로, 한동훈 비대위원장 제안대로 재검토가 아주 엄중히 내려졌어야 된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당이 의심받고 있다면 사실 읍참마속도 하는데,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도려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수영 후보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과거 발언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서울시민의 교양 수준을 일본인의 발톱떼 수준이라고 폄훼하거나 '난교' 발언 등이 재조명되면서다.
대전 서구갑 조수연 후보의 발언도 도마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 2017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백성들에겐 일제강점기가 조선보다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며 친일파와 매국노 이완용을 두둔하는 취지의 글을 작성했다.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설화가 계속됨에도 공관위 차원에서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14일 "과거의 발언과 그 사람의 현재 모습까지 아울러 봐주는 것이 오히려 국민 눈높이"라며 안일한 자세로 일관했다.◆약발 떨어진 '한동훈 효과'
이 같은 악재와 더불어 한 위원장의 개인기도 한계에 다다르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한 위원장 특유의 시원하고 논리적인 언변 구사 등으로 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펼치며지지층 결집을 이뤄냈지만 더이상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종한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위원장의 선거 전략의 타깃은 둘이다. 하나는 이재명 대표, 그리고 둘째는 운동권 정치"라며 "그런데 운동권 정치는 이재명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스스로 많이 정리를 했고, 이 대표에 대한 공세는 윤석열 정부 내내 해왔던 내용이라 진부하고 국민들의 피로감만 불러올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민심을 잡으려면 국가 미래와 관련해서 국민들의 눈과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이슈를 던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운하 공약이 있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끌었을 때는 경제민주화라는 이슈가 있었다"며 "국민의힘이 남은 총선 국면에서 이 정도 이슈를 꺼내놔야 반등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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