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선 행동대원들을 보면 가관이다. 여당은 권력에 눈치 보고 야당은 품격을 잃었다."
유명 정치 평론가가 2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혀를 차면서 한 말이다. 여당 초선은 기개를 잃고 최고 권력자와 미래 권력자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야당 초선은 계파 논리에 빠져 같은 당 다른 계파 의원 낙선을 위해 '자객출마' 하는 실정을 비판한 것이다. 과거 국회에선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과 같은 소장파가 있었고, 여야 모두 최소한의 '도의'를 지켰다는 것이 대화의 골자다.
초선이자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는 이용 의원은 최근 윤심(尹心)을 앞세워 '행동대장' 노릇을 하다 비판의 중심에 섰다.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했던 이 의원은 지난 21일 국민의힘 의원들 텔러그램 단체방에 '윤 대통령,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지 철회' 기사를 올렸다. 하지만 "이간질은 해당 행위"(하태경 의원), "한동훈 비대위로 가야 한다"(태영호 의원) 등의 반발만 초래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에 합류한 이상민 의원도 TV 인터뷰에서 "그분(이 의원)이 윤 대통령 마음을 대변하는 분이 맞느냐"며 "윤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실 대변인과 홍보수석이 있는데, 아무리 여당이라도 소속 의원이 윤 대통령을 대변할 자격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앞서 국민의힘 초선들은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둘러싸고도 집단행동에 들어간 바 있다. 지난해 12월, 초선 의원 10여 명은 부산 5선의 서병수 의원과 부산 3선의 하태경 의원이었다. 둘다 비윤으로 당의 위기 상황에서 김 대표 리더십에 회의를 표하며 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초선들은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자살특공대', '진짜X맨', '내부총질'이란 원색적인 단어까지 동원하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정치권에선 초선들이 '재공천' 앞에서 스크럼을 짰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김 대표 체제에서 차기 공천이 유리하다고 판단, '김기현 수호부대' 역할을 자임했다는 것이다.
이들 초선은 앞서 '나경원 연판장'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지난 1월 국힘 초선의원 48명은 당 대표에 출마하려던 나경원 전 의원을 비판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결국 나 전 의원은 불출마했다. 당시 여론조사 상으로 나 전 의원이 유력했으나 초선들의 집단행동으로 당 대표 출마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고, '윤심'을 등에 업은 김기현 의원이 대표로 선출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번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갈등 상황에서는 홍위병 역할을 자처하던 초선들 대부분이 침묵을 지켰다"며 "공천을 앞두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줄타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도 초선들이 친명(친이재명)계 '행동대장'을 자처하고 있다. 친명계 초선인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 23일 비명계 양기대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경기 광명을 출마를 선언했다. 양이 의원은 민주당 강성 친명계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다.
양이 의원은 양 의원을 향해 "시대적 소명과 야당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은 외면한 채 지역에서 사적 권력만을 축적해 왔다"며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을 남용해 지방선거에서 제왕적이고 반민주적인 공천 학살을 자행하며 시민의 대의자가 아닌 사적 관계자만을 챙긴 전형적인 토호 정치인"이라고 비난했다.
출마 선언 후 여의도에선 "같은 당 의원에게 내민 출사표라고 하기에는 수위가 매우 높았다. 정치가 품격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초선인 이수진 의원(비례)도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성남시 중원구 출마를 선언했다. 윤 의원은 민주당 탈당파 모임 '원칙과 상식'에 속한 바 있다.
친명계 초선인 김의겸 의원도 비명계인 신영대 의원 지역구인 전북 군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초선들은 반성문을 내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후진적인 정치구조의 한계다"(홍성국), "진영 논리에 갇힌 정치 현실에 한계를 느꼈다"(오영환), "우리 정치는 당파성을 명분으로 증오를 생산하고 있다"(최종윤)라며 오늘날 민주당 정치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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