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공식화 하면서 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 대표가 계양을 출마를 하게 되면 지역구에 갇혀 총선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추후에 말씀드리겠다"면서 "당 대표가 총선 구도와 전략에 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원 전 장관의 계양을 출마와 관련해서는 "(회의에서) 관련 얘기는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출마 여부와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미 불출마 선언을 한 상황에서 이 대표는 총선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당에서 원 전 장관이 '이재명 저격수'로 등판하면서 이 대표가 기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출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당의 중론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표께서 출마를 하는 것에는 대부분 긍정적이지만, 꼭 계양을이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 대표의 총선 당락은 이슈가될 것이 자명한데, 그러다 보면 자칫 지역구 블랙홀로 빨려들 수 있다"고 했다.
당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 선거를 돌보다 총선에서 실패한 사례는 가까운 곳에 있다. 지난 21대 총선의 '황교안 케이스'다. 민주당의 고민이 가장 큰 지점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2020년 4월, 당시 서울 종로 지역구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승부를 펼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밀리던 황 전 대표는 당시 이낙연 전 대표가 전국 유세와 종로 선거를 병행한다고 비판하면서 둘의 선거 기간 동선을 비교한 자료도 공개하기도 했다. 황 전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종로에서 집중 선거운동을 했고, 이낙연 전 대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 선거 유세를 해 종로에 소홀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황 전 대표는 39.9%의 득표율로 이낙연 전 대표(58.3%)에게 지역구 선거에서도 지고, 총선에서도 참패해 총선 당일 사퇴했다.
인천 계양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이 맞붙는 상황에서 박빙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이 대표도 자신의 선거 승리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 소속 중진 의원은 "선거에서 내 선거보다 중요한 건 없다"며 "당 대표라도 자기 지역구가 위태로운데 전국 유세를 다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대안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이미 이 대표의 출마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 여부는 여야의 선거제 협상과 맞닿아 있다. 민주당에서는 선거제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꼽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채택되면 이 대표가 지역 갈등 해소 명목으로 영남 지역 비례 순번을 받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시에는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에서 범야권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등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데, 당 대표가 당을 탈당해 비례 위성정당으로 가서 비례 순번을 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역구 변경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원 전 장관이 나선 상황에서 이 대표가 다른 지역구를 택한다면 '도망간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깜짝 불출마'를 당 내에서 아직 유효한 카드로 남겨두는 이유다.
이낙연 신당 등 제3지대 파급력 등을 지켜보면서 이 대표가 호남에서 출마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의 지역 기반에서 제3지대가 도전해오는 만큼, 당 대표가 분위기를 휘어 잡아 호남 적자라는 점을 명확히 할 수 있다"며 "그것을 기반으로 전국 수도권 선거를 총 지휘하면 명분과 실리를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1/17/20240117001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