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극단 지지층의 폭력적 팬덤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소위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친명 강성 지지자들과 결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 피습 사건 피의자 김모씨(67)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과 민주당 당적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새누리당 당원이었던 김씨는 탈당 이후 지난해 초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팬덤에 기대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극단 정치가 이번 정치 테러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정치인을 향한 맹목적 추종이 반대 정치인을 향한 증오와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대표 피습 이후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러한 정치 행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증오 정치가 국민께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 정치 문화를 혁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친명계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징후는 상대방에 대한 관용의 정치가 실종되는 것,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그런 것들이 지지자들, 국민들을 양극단으로 몰아넣고 극단적 행동을 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사람 중심의 정치가 정치의 감성화를 낳고 이는 팬덤이라는 형태로 가시화됐다"며 "정치권이 팬덤 눈치를 보면서 정치가 사라지고 갈등이 더 커지고 감성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최근 이 같은 폭력적 팬덤으로 골치를 앓은 것은 민주당이었다.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이 대표의 극단 지지층들의 공세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초기에 '문자 폭탄'으로 시작했던정치 공세는 시간이 지나 의원들이 거주하는 자택이나 사무실 앞을 찾아가는 항의시위로 이어졌다. 어떤 비명계 의원은 살해 협박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런 과한 행동이 민주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지지자들의 폭력적 행위를 제지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은 탈당 성명에서 "이재명 사당, 개딸당으로 변질되어 딱 잡아떼고 버티며 우기는 반상식적이고 파렴치하기까지 한 행태가 상습적으로 만연하다"고 토로했다.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극성 지지 세력의 눈치를 보며 폭력적 팬덤 행위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개딸들에 이어 친명계 의원들이 이 의원의 탈당을 비난하는 모습을 두고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드라마 '더 글로리' 학교폭력 가담자 같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을 향한 민주당 의원들의 '조리돌림'을 학폭에 비유한 것이다.
이 대표의 극성 지지자들은 이번 피습 사태를 두고 "배후에 윤석열이 있다"는 식의 음모론을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경 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은 이에 동조하듯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병상에서 회복한 이후 폭력적 팬덤에 대한 대책 논의를 위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명계로 꼽히는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가 깊이 있게 토론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반성의 기회로 삼고 극성 지지자들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청산할 건지 논의해야 한다"며 "정치권 전체가 다 같이 책임져야 한다. 정화하는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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