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연대의 용인하에 단거리미사일이나 전술핵으로 한국과 일본을 위협해 한미일 연대를 약화시키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본격적인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21일 서울 중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에서 민주평통(수석부의장 김관용)·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센터장 진창수)·동북아역사재단 국제관계와역사대화연구소(조윤수 소장)가 공동 주최한 '인태 전략과 한일관계 전망' 세미나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미일 3국의 공감대는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 센터장은 "북중러 연대는 북한의 핵무기를 중국과 러시아까지 위협하지 않도록 적당히 통제하는 범위 내에서 용인하고 조장하되, 한반도와 일본까지 갈 수 있는 사거리의 핵 능력에 대해서는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내년에 북한은 경량화된 전술핵탄두에 대한 추가 핵실험을 하거나 단거리미사일 쪽으로 도발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이 한일에 대해 확장억제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 갈등을 지필 것이다. 한미간 핵협의그룹(NCG)도 있지만 한일 협력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를 보다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확장억제를 보는 일본과 한국의 접근이 다소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의 초점은 과연 미국이 핵 보복을 해 줄 수 있느냐이고, 일본의 초점은 북한의 위협 동향에 일본과 미국이 의미 있는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다. 이 부분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하나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확장억제의 보장 딜레마'에 대비해야 할 가장 큰 논거는 바로 미국에 의한 보장의 약화가 한미일 안보협력의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의 의미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이 서로 차이가 나고,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큰 3각 안보협력의 중점은 북한 핵위협에 대한 대응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미국과 일본이 대만해협의 안전 등 한반도를 넘어선 사태에 더욱 중점을 둘 경우, 이는 한국, 미국, 일본 3국 간의 미묘한 이견을 낳을 소지가 있다"고 했다.
차 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년 대선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 북한이 전략핵과 전술핵을 구별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는 미국 본토 위협 능력(전략핵)을 제한하는 대신, 한국에 대한 공격 능력(전술핵)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전략"이라며 "북한이 한미동맹을 이간하면서 핵보유국이 된다면 '우회적 접근(대북제재 해제를 우선하되 일정 기간 핵능력을 보유)'에 만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이 단거리미사일 위주로 능력을 자꾸 시연하면 결국 한국과 일본이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공통의 전략을 마련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라며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대해 일본과 한국이 공동보조를 취하지 않으면 2기 트럼프 행정부에 각개격파 당할 위험성이 굉장히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미일이 북중러 연대에서 공략할 수 있는 약한 고리로 중국을 꼽으며 "중국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했더니 한국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으로 나갔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한일이 중국이라는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가장 좋은 논리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제1차 초점이 북핵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 평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군비통제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자꾸 나온다. 역사상 군비통제 직전까지 반드시 군비경쟁이 있었고 그로 인한 정치경제적 부담감과 절박함이 있을 때 군비통제가 성공했다"며 "미국의 확장억제가 가지는 두 가지 의미는 북한에 양날의 부담이 된다. 재래식 군비에서는 한국과 경쟁해야 하고 핵 군비에서는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북한도 중기적으로 견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니시노 준야 일본 게이오대학교 한반도연구센터장은 "한일 안전보장 협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외에는 별로 없다. 정책대화나 5년 만에 개최된 한일 안보대화는 대화의 틀이다. 악사(ACSA·상호군수지원협정)나 2+2 고위급 안보협의체, 원활화협정(RAA·상호접근협정) 등 구체적인 의미가 있는 제도화를 한일 간에 어느 수준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준야 센터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그동안 전문가들만 알았던 한미일 안전보장의 연결고리를 가시화했다"며 "윤 대통령이 '일본이 유엔군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언급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유엔사 후방기지에 대한 메시지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발신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한반도 유사시에 우리를 지원해 줄 세력은 유엔군이고 유엔군이 투사되려면 후방지원 기지가 필요한데, 이 후방기지 역할을 한국전쟁(6.25) 때처럼 일본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이렇게 이야기했으면 '우리도 일본과 악사를 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 여론이 더 커졌을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 많은 나라와 악사를 맺고 안보협력을 하고 있지만, 현재 국민여론은 '다른 나라와는 악사를 맺지 않았는데 일본과 악사를 맺으려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변화시키려면 대국민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1965년 한일협정을 조인한 그다음 날 박정희 대통령은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우리의 사무친 감정은 불구대천(不俱戴天)이지만 아무리 어제의 원수라도 필요하면 손을 잡는 것이 국리민복을 도모하는 현명한 대처'라며 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국민에 직접 호소했다. 한일협정이 미래와 국익을 위할 결단인지 굴욕외교인지는 역사적인 판단에 맡기겠다는 그러한 자세였다고 본다"며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 노력에 대한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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