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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따라잡았다더니…부산 엑스포 유치전 참패 ‘K-김칫국’ 막후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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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맹이 청꿈직원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63160

 

K-스타 내세운 ‘국뽕’ PT 시대착오적 평가…외교 네트워크 확장 계기 ‘재도전론’ 부상도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참담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 출사표를 던졌던 부산의 꿈이 무참히 무너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가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세를 등에 업고 엑스포 개최권을 가져갔다. 투표가 치러지기 전 정부는 ‘다 따라잡았다’는 식 희망고문을 지속했다. 2차 투표에 가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 정부 정보력과 판단력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K-김칫국’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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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E 총회에 참석한 민관 주요 인사들이 엑스포 유치 투표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29 대 119.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부산과 대한민국 정부가 받아든 성적표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총력전을 선언하며 부산 엑스포 유치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왔다. 9월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해 41개국 정상을 만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영업사원 1호’를 자부하며 펼친 행보였다.

윤 대통령이 뉴욕에 가기 전부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은 ‘기네스북 등재’를 거론하며 릴레이 양자회담 행보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 ‘엑스포 영업전’과 관련해 “폭풍외교 끝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치열하고 숨막히는 외교전이 뉴욕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장담할 수 없었던 폭풍외교 성적표는 11월 29일 자정을 넘겨 공개됐다.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 디시’ 컨벤션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 엑스포 개최지를 선정하는 무기명 전자투표가 진행됐다. BIE 회원국 182개국 중 165개국이 투표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내세운 필승 전략은 ‘엑스포 삼분지계’였다. 부산, 로마(이탈리아),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3파전으로 펼쳐지는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한 뒤 2차 투표에서 3위 로마 지지표를 흡수해 역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지금까지 엑스포 유치전에서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도시가 2차 투표에서 역전을 허용한 경우는 없었다. 아무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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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엑스포 마스코트 '부기'가 프랑스 파리에 서 있는 장면. 사진=연합뉴스

 

10월 12일 박형준 부산시장은 “BIE 회원국 투표는 1차 못지않게 2차 투표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1차 투표와 2차 투표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박 시장은 “1차 투표에서 부산을 지지하지 않은 나라도 2차 투표에서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전략적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투표 당일 대통령실 안팎에선 ‘다 따라잡았다’는 얘기가 잇따랐다. 부산엑스포유치위원회가 자랑하는 ‘민관 원팀 코리아’가 효과를 본다면 막판 역전극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누가 엑스포를 유치할지는 정말 모르겠다”면서 “예측을 해보자면, 부산이 계속 추격하면서 4 대 6 정도 가능성을 두고 막판 역전을 해내느냐 못해내느냐 여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선 전반적으로 ‘박빙 승부 속 약간 열세 지형에서 막판 역전 불씨가 남아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투표를 앞두고 진행되는 프레젠테이션이 막판 표심을 뒤흔들 승부처로 꼽혔다. BIE 총회 개최 3시간 전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SK 회장, 나승연 오라티오 공동대표가 부산 엑스포 유치 프레젠테이션 멤버로 나선다는 소식이 발표됐다.

부산 프레젠테이션 중간 상영된 영상엔 ‘오징어게임’ 주연배우 이정재, ‘강남스타일’을 부른 가수 싸이, 성악가 조수미, 가수 김준수 등 K-컬처 스타들이 총출동해 ‘Your Choie(당신의 선택)’이라는 문구를 강조했다. 리야드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도시의 매력과 비전을 강조한 것과는 대비되는 양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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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엑스포 개최지가 리야드로 확정된 뒤 환호성을 지르는 사우디 관계자들. 사진=연합뉴스

 

프레젠테이션 이후 BIE 총회는 정회를 했다. 이후 무기명 전자투표가 진행됐다. 무기명 전자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리야드 엑스포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1차 투표 박빙 이후 2차 투표 역전을 노리던 부산의 꿈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투표 결과 부산은 165개 회원국 중 29개국으로부터 표를 받았다. 리야드는 119표, 로마는 17표를 받았다. ‘다 따라잡았다’던 내부 기류와는 전혀 다른 결과지가 나왔다.

‘2차 투표’를 할 기회도 없었다. 리야드는 전체 투표수 중 3분의 2 이상을 득표해 1차 투표에서 2030 엑스포 개최권을 가져갔다. 설령 부산이 3위 로마가 얻은 17표를 전부 흡수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추격이 불가능한 격차였다. 리야드는 부산과 로마가 얻은 표 합보다 두 배가 넘는 표를 독식했다.

국제사회 각종 로비전을 경험해 본 대관 관계자는 “이번 엑스포 유치 국면에서 정부가 핵심을 전혀 짚지 못했다”면서 “오일머니 벽을 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건 핑계거리조차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전은 정치적 선거가 아니라,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게 해주겠다는 경제적 유치전”이라면서 “이번 유치전 캐스팅보트는 아프리카였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리야드는 아프리카에 대한 기존 부채 상환을 위한 무상융자 100억 달러(약 13조 원), 개발차관 50억 달러 등을 공약하며 아프리카 표심을 자극했다”면서 “부산은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 노하우 및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도상국에 제공하겠다고 맞섰다”고 했다. 그는 “리야드는 물고기를 잡아주고, 부산은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한 셈인데 투표국 입장에서 체감하는 매력도는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투표가 코앞이면 물고기를 잡아주는 사람이 훨씬 유리하다. 부산은 돈이 덜 드는 전혀 다른 솔루션을 꺼냈지만, 리야드를 추격하려 했다면 물고기도 주고 물고기 잡는 법도 알려주는 1+1 서비스를 강조했어야 한다. 이제 막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지 말지 갈림길에 선 나라가 ‘노하우 전수’를 무기로 삼고 있으면 기존 선진국들 표심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우디가 오일머니를 내세워 적극적 유치 전략을 세운 것이 비겁한 것도 아니다. 오일머니 때문에 졌으니 ‘졌지만 잘 싸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는 “어떤 행사를 유치하려 하든, 이렇게 ‘만약의 만약의 만약’을 가정해 시나리오를 짠 부분도 의아한 부분”이라면서 “불리한 입장에서 유치전에 돌입했으면 2차 투표 전략을 짤 것이 아니라, 1차 투표에서 최대한 지지세를 결집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상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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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소재 건물에서 엑스포 유치 희망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고업계 관계자는 “프레젠테이션이 부산의 매력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 엑스포 유치 배경음악으로 ‘강남스타일’이 깔렸음은 물론 ‘두 유 노(Do You Know) XXX’식 한국인 스타 자랑이 전부였던 영상이었다”면서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려는 건지 국제영화제 혹은 가요제를 유치하려는 건지 핵심이 보이지 않는 묻지마 동원식 영상이 전개됐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바라봤다.

“리야드는 ‘리야드는 이렇다’는 주제의식이 담긴 영상을 내보냈다면, 부산은 ‘이게 한국의 스타들이야, 부산을 찍어줘’라는 식 영상이 나왔다. 자국을 찬양하는 이른바 ‘국뽕’ 영상인데, 이걸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한국인이 아니지 않느냐. 광고로 치면 마케팅 타깃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다. K-스타를 강조하는 부분이 오히려 국제사회에선 배타적으로 보일 수 있다. 시대착오적인 부분이 있다고 봤다.”

‘다 따라잡았다’는 기류가 흘렀지만, 결과는 더블스코어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패였다. 이를 두고 현 정부 외교력, 정보력, 판단력 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엑스포 개최지가 발표된 뒤 BIE 총회 현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민 여러분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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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에 다선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튿날인 11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대국민 발언을 통해 “민관이 합동으로 정말 잘 뛰었다”면서 “(엑스포)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제 부족의 소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부산시민을 비롯한 국민께 실망감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국토 균형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유치전 경험이 ‘다음 스텝’을 노릴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 관련 프로젝트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2030 엑스포 유치전 과정이 험난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유치전 막판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이 전폭적으로 함께 뛰면서 BIE 내부에서 네트워크망이 한층 단단해진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역대 최다 득표를 이뤄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워낙 강적이었던 만큼, 이번 경험을 양분 삼는다면, 부산이 글로벌 도시로 본격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은 전 세계로부터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 풍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정부, 부산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엑스포 유치 재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해 “우리 외교 무대가 아프리카, 중남미 개발도상국으로 한층 확대되고, 부산이 다양한 국가와 교류 경험과 네트워크를 쌓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이번 실패 원인을 잘 평가해 다음번에는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통해 꼭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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