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 8일 늦은 오후까지 사측과 인력 감축 계획을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결렬되면서 9일 오전부터 파업이 시작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이다. 광화문과 시청 일대의 직장인들은 "파업만 보면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뉴데일리는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총파업 출정식이 열린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 일대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출근으로 가장 바쁜 시간인 오전 9시께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는 '시민·노동자 안전은 누가 지킵니까?', '인력감축 철회하라', '열차와 시민안전 사이가 멀어집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개찰구 앞 기둥에는 파업으로 인한 운행조정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안내문에는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현재 정상적인 열차운행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린다"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부득이 열차운행 시각이 조정되오니 이용에 착오가 없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현장 안전요원은 '파업으로 인한 불편한 점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려와 달리 평소와 비슷하게 붐비는 느낌"이라며 "열차 지연으로 인한 불편함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출근시간대 운행은 협약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지면서 지하철 운행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공공운수노조와 서울 지하철 노조 인원들의 집결장소인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에서 발견됐다.
오전 10시가 되자 시청역 2번 출구로 수백명의 파업 인원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단결, 투쟁'이란 머리띠를 두른 이들은 '오세훈 시장 규탄한다'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주변 곳곳을 배회했다.
노조 측이 준비한 음악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자 외국인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버스를 타고 서울 덕수궁으로 견학을 온 학생 중 일부는 쿵쾅거리는 스피커 소리에 귀를 틀어막기도 했다.
특히 시청역 2번 출구로 나오던 시민들과 자리를 지키던 노조 인원들이 뒤엉키는 장면도 눈에 들어왔다. 인파를 비집고 현장을 빠져 나온 한 시민(여·40대)은 "(노조가) 출구 주변을 막고 있으면 어떡하느냐"며 "아침부터 너무 정신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다른 시민(남·57)도 "파업과 별개로 출입구에 진을 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며 "평소 조용하던 곳이 파업만 하면 이 모양이다"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평소 시청 근방으로 출퇴근하는 정모씨(남·34)는 "스피커 소리가 너무 커서 시끄럽다"며 "작년에도 민노총이 (파업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또 어김없이 하니 지겨울 지경"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파업을 하는 건 권리인 만큼 존중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은 결코 없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파업에 서울교통공사 2·3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와 올바른노조는 불참하기로 했다.
통합노조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지를 통해 "전 조합원은 정상 업무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며 "9일 총파업 출정식은 취소한다"고 했다. 이로써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지하철 파업에는 민노총만 참여하게 됐다.
이날 출정식에는 경찰 추산 약 60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 앞 세종대로(광화문→숭례문 방향)의 4개 차선이 통제되면서 차량들은 서행과 정체를 반복했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TOPIS)에 따르면 청계광장~서울시의회는 5㎞/h 정체, 광화문~세종대로 사거리는 7㎞/h 정체를 기록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11/09/20231109003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