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감찰' 지시하자 김남국 탈당, 묘한 타이밍…"짜고 쳤나" 의혹 확산

거액의 가상화폐 보유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지만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당 지도부의 미흡한 대응 방식을 문제 삼는 목소리와 함께 이재명 대표의 사퇴론까지 거론된다.

비명계 "이재명, 대표직 그만둬야"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끝장 토론' 형식의 쇄신의총을 열어 '돈 봉투 사건'과 김 의원의 코인 논란과 관련해 당의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이날 개회사에서 김 의원이 일으킨 논란에 대해 "국민들께 심려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재신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당 지도부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친이재명)계로 꼽히는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의총이 끝난 직후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재신임 받아야한다고요? 본색을 드러내시는군요"라며 "그동안 무슨 일을 하셨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오히려 본인이 당원들에게 재신임 받아야 하는 상황 아닌가요"라고 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재명 사퇴론'이 돈 봉투 사건과 코인 논란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계파 갈등 조짐이 감지된다. 민주당 한 비명계 의원은 15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을 이끌고 나갈 리더십에 중대 결함이 확인됐다"며 "대표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중대 결함'에 대해 "본인 사법리스크로 당에 엄청난 부담을 줘놓고 돈 봉투 사건은 진상조사도 안 했다"며 "김남국 건은 뒤늦게 진상조사를 하는 척 했지만 별로 실효성이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이어 연이은 당내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결국은 이 대표의 개인적인 문제들이 얽히고 얽혀 있어 꼼짝도 못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김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단의 긴급 감찰을 지시했다. 이틀 뒤 김 의원이 탈당하면서 사실상 감찰과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무력화됐다. 김 의원의 절묘한 탈당 타이밍 때문에 그와 이 대표 사이의 사전 교감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용진 "김남국 탈당, 무책임"

민주당은 쇄신 의총에서 채택한 결의문을 통해 김 의원에 대해 추가 조사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탈당 전에도 진상조사단에 이용 거래소, 전자지갑, 거래코인 종목, 수입 등 거래 현황 관련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진상조사단의 어제 의총에서 보고를 들으면서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던 게 너무 많았다"며 "제대로 다 자료가 제출되지도 못한 채로 불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혹은 부정한 거래나 로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다 확인하지 못한 채로 이게 지금 스톱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의 탈당에 대한 민주당내 시선도 곱지 않다. 박 의원은 "무책임한 탈당"이라며 "자신을 공천해준 당이 아무것도 못하는 자정 능력이 없는 정당으로 지금 되어 버렸다"고 개탄했다.

'꼼수 탈당'이라고 비판했던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탈당해도 당연히 코인을 매각해야 한다. 탈당해도 민주당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며 "가난 코스프레를 해왔던, 가장 개혁적이라고 하는 의원이 상임위원회 활동 중에 코인을 거래한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김 의원에 대해 "스스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께서 그것도 부족하다라고 말씀하신다면 겸허히 당연히 듣고 거기에 대한 새로운 방안을 내놔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남국 "상임위 중 코인 거래는 죄송"

김 의원은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국회 상임위원회 중에도 코인 거래를 한 의혹에 대해 "많은 국민과 동료 의원들, 당원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두말할 여지 없이 반성하고 성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탈당과 관련해선 "법적인 책임과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별개의 문제"라며 "제 문제로 당에 누를 끼치는 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탈당해서 모든 의혹을 홀로 광야에 서서 해소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