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조율 없이 저출산 대책을 내놓아 논란을 빚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나 부위원장이 야권 성향 매체를 통해 거짓 해명을 하고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의사를 보인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중책을 맡은 나 부위원장이 정부 정책과 다른 기조를 이야기한 것은 '그럴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나 의원이 거짓 해명을 한 것은 묵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특히 공무원 신분인 나 부위원장이 공공연하게 대통령실과 껄끄러운 관계를 보이는 언론사를 통해 거짓 해명을 하는 모습을 자기정치의 전형으로 본다"고 전했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신년 간담회에서 헝가리의 출산지원정책을 거론하며 ▲결혼 시 4000만원을 대출해 주고, 첫 자녀를 출산하면 무이자로 전환 ▲둘째 출산 시 원금 일부 탕감, 셋째 출산 시 원금 전액 탕감 등을 언급했다.
그러자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6일 언론 브리핑을 자청해 "정부의 정책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나 부위원장은 7일 MBC와 전화 인터뷰에서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한 것인데, 개인 의견으로 치부한 것은 너무하다"면서 "대출원금 탕감정책은 위원회에서 계속 검토하겠다"고 천명했다. 해당 보도를 통해 나 부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나 부위원장이 거짓 해명을 했다고 본다. 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위의 회의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자신의 '개인 의견'을 '위원회 의견'으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여기에 나 부위원장이 친야 성향을 띠는 매체들을 통해 이 같은 말을 흘리는 것 자체를 고깝게 보고 있다. 나 부위원장은 7일 MBC와 전화 통화 외에도 지난 6일 KBC 광주방송과 인터뷰에서 당권 도전과 관련해 "좀 더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나 부위원장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언급한 매체들 모두 대통령실과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MBC는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해 11월에는 MBC 기자가 도어스테핑을 마치고 돌아서는 대통령을 향해 질문을 쏟아냈고, 비서관이 이를 문제 삼으면서 언쟁이 오갔다.
또 나 부위원장이 인터뷰에서 당권 도전을 시사한 KBC 광주방송이 지난해 9월 넥스트위크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론에 '공감'을 선택한 응답률이 52.7%가 나왔다. 그러자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통계 왜곡'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논란 상황에서 나 부위원장이 자신과 관련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전한 매체가 이렇다"며 "나 부위원장의 정치경력을 보면 우연이라고 보기도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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