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철(63)씨는 산 사람과는 약속을 잘 잡지 않는다. 직업이 장례지도사다. 별명은 ‘대통령 염장이’.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 6명의 마지막 길을 그가 배웅했다. 최규하(2006년), 노무현(2009년), 김영삼(2015년), 노태우(2021년), 전두환(2021년) 전 대통령의 장례를 직접 모셨고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 진행을 맡았다. 2010년 법정 스님, 2020년 삼성 이건희 회장도 이 염장이 손을 거쳤다.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는다. 산파가 산도를 열어 이 세상으로 잘 이끌어주는 사람이듯 유재철씨는 세상 인연 매듭지어 저세상으로 잘 보내드리는 일을 한다. 대한민국 전통장례명장 1호인 그는 사람이 죽으면 언제든 어디든 달려간다. 생명이 없는 육체에 마지막 목욕을 해드리고 수의를 입히고 관에 눕힌다. 30여년 세월 동안 수많은 죽음을 만난 유재철씨가 최근 ‘대통령의 염장이’(김영사)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그동안 수천 분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내일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허름한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부터 규모가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대궐 같은 집에서 사는 재벌까지, 차별과 소외를 당하며 살아온 이주노동자부터 전 국민에게 선망과 질시를 동시에 받아가며 나라를 이끈 대통령까지 숱한 죽음과 마주했다. 평범한 사람이건 유명한 사람이건 염습에는 차이가 없다. 염(殮)은 ‘묶는다’, 습(襲)은 ‘목욕시키고 갈아 입힌다’는 뜻인데 시간은 약 40~45분쯤 걸린다.
유재철씨 사무실은 전화번호 뒷자리가 ‘4444′였다. 남들은 한사코 피할 죽을 ‘사(死)’를 그는 붙잡고 있다. 사람은 모두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최고 권력자도 매한가지다. 유재철씨는 “고인을 고이 보내드릴 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참된 삶이란 무엇인지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 염장이가 펴낸 책과 인터뷰를 통해 전직 대통령들의 마지막 모습을 정리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입관실에서 처음 본 최규하 전 대통령은 여느 할아버지처럼 인자한 얼굴로 누워 계셨다. 대통령을 염한다고 잔뜩 긴장했던 우리 직원들 표정이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왕실의 장례 절차에 맞게 몸을 띄워서 준비한 수의를 입혀 드렸다. 가족들과 비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관해드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먼저 돌아가신 육영수 여사는 국민장으로 진행해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됐지만, 2004년에 돌아가신 최 전 대통령의 부인 홍기 여사는 원주 선산에 묻혀 계셨다. 그 산소를 개장해 향나무 관에 모시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있는 최 전 대통령 관 옆으로 안치했다.
대통령 묘가 대전 현충원에 들어오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묏자리를 직접 확인하러 갔다. 파다 보니 다섯 가지 빛깔이 섞인 오색토가 나왔다. 풍수지리에 능한 이홍경 선생이 “흔치 않은 명당”이라고 했다. 청색 흙과 홍색 흙의 경계를 중심으로 왼쪽에 최 전 대통령, 오른쪽에 홍기 여사를 모셨다. 유재철씨는 “돈을 많이 들여서라도 명당을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애쓰지 않아도 얻는 사람이 있다”며 “욕심부리지 않고 순리대로 얻은 복은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에게까지 깊은 감동과 성찰을 남긴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2009년 5월 22일 배우 여운계씨가 세상을 떠났다. 이튿날 오전 입관이 끝나갈 무렵 휴대전화 진동이 울렸고 문자가 쉴새 없이 들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소식이었다. 부산대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고인을 뵈었다. 피투성이였다. 정맥에서 피를 빼고 동맥으로 특수약품을 집어넣어 부패를 막았다. 고인을 관에 모셔 봉하마을로 향했다. 지금껏 치른 어떤 장례보다 조문객이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징인 노란색 리본에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적게 했다. 5월 2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노제를 지냈다.
유재철씨는 대통령 장례 중에 기억에 남는 일화로 노무현 전 대통령 만장(輓章) 사건을 꼽았다. “사나흘 안에 2000개를 만들어야 하는데 글은 누가 쓰며 대나무는 어디서 구합니까. 서예 하는 분들 수소문하고 담양군청에 대나무 요청하고 동대문시장엔 비상을 걸었어요. 간신히 만들었더니 행안부에서 대나무를 PVC로 바꾸라는 겁니다. 죽창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겠지요.”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남긴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 남겨라”라는 유지를 받들어 시신을 화장했다. 묏자리는 부엉이바위와 마주하는 곳에 썼다. 유재철씨는 “염을 하고 장례 기획 일을 맡아 하면서 나는 장례식의 관점을 고인에게 맞추려고 한다”며 “꽃을 바치더라도 꽃송이가 고인을 향하도록 놓고, 유족보다는 고인의 종교나 신념을 존중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전했다.
ㅋ
으악 살인미소 공포
ㅋㅋㅋ
제 핸드폰 뒷번호가 4444이거든요.
예전에 장례식장 사장님들께서 전화번호
팔아라고 연락 많이 오셨는데......
이 책 꼭 한 권 사서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