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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 신흥민주화운동? 정의 실천에 목숨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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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시로티나 연예인

https://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3828


1980년 5월은 봄의 싱그러움보다는 참으로 뜨거운 날이었다. 27일 1교시 종소리가 울리자 학생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운동장을 향해 내달았다. 각 반별로 스크럼을 짜고 언제 만들었는지 학급 선두에 서 있는 학생들은 “독재타도 민주수호” “전두환은 물러가라” “계엄 해제” “유신잔당 물러가라” 등의 현수막이 이미 들려 있었다. 3학년 선배들이 맨 앞에 서고 뒤따라 2학년 1학년이 어깨동무를 하고 희현로를 따라 교문을 향해 돌진한다.

어떻게 정보가 새나갔는지 이미 교문은 굳게 닫혀 있고, 착검을 한 계엄군이 여러 겹 교문을 에워싸고 있다. 학교 울타리를 모두 포위한 상태이다. 학생들은 착검한 군인들을 보자 더 격렬해졌다. 교문을 뚫고 시내로 진출하려 한다. 이때 가장 난감한 것은 선생님들이었다. “학생 여러분, 교문 밖으로 나가면 나가자마자 죽습니다. 여러분을 희생시킬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들은 교문에 붙어 서서 외쳤다. 한 학생이 외친다. “선생님, 불의를 보고서는 참아서는 안 된다. 선생님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우리 학교는 불의를 보고 참을 수 없어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폐교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광주의 가족들이 불의에 항거하다 다 죽어가고 있는데, 우리가 이대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때였다. 둥둥둥 굉음이 들리더니 하늘에서는 헬기가 낮게 떠 학교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시위대를 촬영하는 듯 계속해서 선회비행을 하자 학생들은 더 격렬하게 구호를 외치고 교문 밖으로 진출하려 하였다. 어떻게든 선두 3학년 학생들의 방향을 바꾸어야 했다. 선생님들은 마지막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학생 여러분, 여러분 중에는 왜 이래야 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계엄군의 총칼 앞에 여러분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선두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어깨동무를 한 상태에서 학교 운동장을 뛰며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5월 27일은 유난히도 더웠다. 땀범벅이 된 학생들은 탈진이 되기 시작했고, 쓰러지는 학생들도 발생하게 되었다. 선생님들의 설득으로 이제는 강당으로 들어가 “왜 우리가 일어나야만 했는가?”에 대해 자유발언을 하게 되었다. 저녁이 되자 이제 하교가 문제였다. 학교는 계엄군에게 먼저 철수해 달라 요청하였다.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계엄군이 먼저 철수하고, 선생님들은 두세 명씩 학생들은 안전하게 하교시켰다. 광주를 무력으로 진압한 계엄사령부는 학생들을 연행하기 시작했고, 학교는 1주일간 휴교령이 내려졌다. 시위를 주도한 27명의 학생은 정학부터 퇴학에 이르기까지 중징계를 받았다. 학우들의 연행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학생들은 억울함의 눈물을 참으며, 친구를 살려내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공부하였다. 당해 연도에 서울대 43명 합격이라는 쾌거를 달성했고, 100여명의 의사를 배출하였을 뿐 아니라 졸업생 모두 지구촌 곳곳에서 정의와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학교는 2010년 5.27 30주년을 맞이하여 징계무효화선언을 하고 정학 등으로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였다.

 
당시 호소문을 보면 학생들이 얼마나 강직하게 죽음을 각오하고 거사에 임했는가를 알게 한다.

“학우여! 반만년 유구한 역사의 장을 지켜온 우리 민족사에 오늘의 현실처럼 비참하고 처참한 현실은 없었다. 하늘이 울고 땅이 우는구나! <중략> 더 이상 제2의 독재자 박정희가 생기는 걸 참을 수 없으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음을 여기에 천명한다. 광주의 고등학생들의 피의 외침이 우리를 부르고 있지 않은가? 학우여! 민족과 조국 앞에 또한 한민족의 역사 앞에 죄를 짓는 인간이 되고 싶은가? 역사가 증언하고 하늘이 보지 않는가? 아아! 광주학우의 피의 외침이 들린다. 학우여, 나가자! 나가서 우리의 피, 피를 쏟자. 승리의 피로써 광주의 정통성을 지켜나가자! 1980. 5. 27. 전주신흥고 학생일동”
 

이후 5·27주역들은 졸업 30주년을 맞이하여 학교 뒤뜰에 ‘오이칠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신흥의 4대 정신인 기독정신, 근대정신, 민족정신에 더하여 군사독재에 항거한 민주정신을 후배들이 이어가 주기를 염원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5·27 신흥민주화운동 기념 글쓰기대회를 시행하고 우수작품을 시상하고 있다.

 

이제 새롭게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며 5·18민주화운동의 정신과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게 되었고, 5·18정신은 민주정신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우리 학교는 오늘 강당에 모든 학생과 선생님들이 모여 5·27기념예배를 드리면서 죽음을 무릅쓰고 거사한 선배들의 정의로운 행동과 실천을 본받자고 다짐하였다. 학교장은 기념사를 접고, 당시 학생이 쓴 “호소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대신하였고, 1,000여명이 함께 “약한 자 힘주시고 강한 자 바르게 추한 자 정케함이 주님의 뜻이라. 해 아래 압박 있는 곳 주 거기 계셔서 그 팔로 막아주시어 정의가 사나니(460장)”라고 한목소리로 힘차게 노래 불렀다. 건학이념인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려면 자신을 태우고 녹이는 희생이 있어야 함을 기억하자. 


임희종 전주신흥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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