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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분의 크리스마스> -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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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영

  9월 둘째 주 금요일, 나는 여느 때처럼 학교를 갔다 알바를 마쳤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지 모르겠다. 나는 평소와 같이 알바를 마치고 주인아와 함께 집으로 갔다.

 

선우야, 이번 주는 시간 괜찮아?”

 

  주인아는 나와 주말 약속을 잡고 싶은 것 같았다. 사실 지난 2주 동안 계속해서 주인아는 나에게 주말에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난 거절해왔다. 아직 내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섣불리 행동했다가 주인아에게 상처주기 싫었다. 하지만 계속 미루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나는 결정을 해야만 했다.

 

그래, 나 이번 주 토요일은 시간 괜찮아!”

 

그럼 저녁 때 볼래? 이번에도 밥먹고 영화나 보자!”

 

그래, 그렇게 하자!”

 

  그렇게 나와 주인아는 약속을 잡았다. 나는 아직 내 마음을 정해지 못했다. 내 마음이 누구를 원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계속 집에서 혼자 고민해봤자 달라지는게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직접 나설 생각이다. 주인아와 시간을 조금 보내보면 내 마음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주인아와 약속을 잡고 헤어지고 집으로 가서 씻고 휴식을 취하였다. 평소처럼 선영이는 이미 집에서 쉬고 있었고 아버지는 아직 오시지 않았다. 아버지는 11시쯤에 오실 것이다. 요즘은 규칙적으로 생활하신다.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문자 알림이 왔다.

 

선우야!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해?’

 

  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단은비였다. 무슨 일일까? 지난 2주 동안 주인아와도 사적으로 만나지 않고 대화도 많이 하지 않았지만 단은비와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렇게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것은 저번에 단은비가 아파서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이후로 처음이였다. 뭔가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 가능해.’

 

답장을 보낸지 30초 정도 지났을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알바는 잘 하고 왔어?”

 

용건이 뭐야?”

 

  나도 모르게 차가운 말투가 나왔다. 그렇다. 나는 아직까지도 단은비를 용서하지 못한 것 같다. 야속하게 나를 떠났었던 그 일을 아직 마음에 두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이제 어느 정도 용서를 했는데 단은비만은 아직 용서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웃긴 게 저번에도 확인했듯이 단은비에게 어느 정도의 마음은 남아 있는 것 같다. 대체 이게 무슨 감정일까... 혼란스럽다. 나도 내 맘을 모르겠다.

 

혹시 주말에 시간 괜찮아?”

 

단은비는 몇 시간 전의 주인아와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정말 교묘한 운명이다.

 

시간은 있는데 왜?”

 

나랑 만나서 얘기 좀 하지 않을래? 우리 사적으로 만난 지 엄청 오래됐잖아. 이제 시간이 흘러서 너도 화 좀 풀렸을 것 같기도 해서...”

 

화가 풀렸다라... 그건 틀린 말이었다. 난 여전히 단은비에게 화나 있고 완전히 용서하지 못했다.

 

넌 참 뻔뻔하구나.”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다 이해해. 대신 주말에 나랑 만나서 얘기 좀 해

 

알았어.”

 

  사실 처음 단은비가 제안했을 때부터 만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순순히 좋다고 말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중간에 괜히 짜증내고 팅겼다. 이런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게 현재 내 마음이다. 나는 단은비를 미워하는 동시에 좋아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단은비와 일요일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잡았다.

 

...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모처럼 늦잠을 자고 11시에 일어났다, 주인아와의 약속은 저녁이니 걱정없이 푹 쉴 수 있었다. 나는 개운한 마음으로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서는 선영이가 한창 요리를 하고 있었다.

 

오빠 일어났어?”

 

"응, 넌 아침부터 뭘 그렇게 바쁘냐... 그냥 집에 있는거 대충 먹자...“

 

아침은 개뿔, 시계를 좀 보세요. 한선우씨! 그리고 요리는 내가 좋아서 하는 거잖아. 난 꼭 요리사 될거라고!

 

그래 그래 잘났다. 근데 아버지는?”

 

일하러 가셨지. 토요일이 한창이라고 꼭 나가야된다고 하시던데

 

  맞는 말이다. , 일요일은 이래저래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택시 손님들이 더욱 많을 것이다. 그런데 평일도 내내 일하셨는데 주말까지 전부 다 일하실 생각인가... 약간 걱정이 되었다. 이따가 아버지한테 일주일에 최소 하루는 쉬면서 하라고 말해야겠다.

 

오빠 그건 그렇고 이거나 먹어봐! 파스타야!”

 

뭐야! 나 그렇게 느끼한 것 못 먹어, 너 많이 먹어!”

 

한 대 맞고 먹을래? 그냥 먹을래?”

 

  나는 선영이의 협박에 더 이상의 군말 없이 파스타를 먹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면발... 선영이는 역시 요리에 재능이 있었다. 혼자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며 독학해서 이 정도라니...

 

야 뭐야... 엄청 맛있네...”

 

정말? 그럼 더 먹어!”

 

  선영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확 피었다. 선영이는 이전보다 훨씬 행복해보였다. 가정이 더 화목해져서일까? 정말 기뻤다. 이제 나와 선영이는 가정 걱정 없이 편하게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

 

  약속시간은 530분이었다. 나는 시내의 종탑 앞으로 갔다. 현재 시각 520... 더 일찍 올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주인아가 일찍 오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았기 때문에 10분 일찍 나왔다. 역시나 주인아는 도착해있지 않았다. ... 일찍오는 내가 비정상이지만...

 

  525, 2729, 30... 35분이 되어도 주인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늘도 늦는구나... 40분이 되자 주인아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 보면 학교에서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착하고 성실한 아이지만 약속 시간엔 항상 늦는 것 같다. 의외의 모습이다. 학교 등교시간이나 알바 시간에는 지각한 적이 없지만 나와의 사적인 약속은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항상 늦는다.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아 화장이 제대로 안먹어서 다시 하느라...”

 

아니야! 나도 방금 왔어! ! 우리 영화나 보러가자!”

 

!”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밝은 표정을 지으며 주인아와 시내 중심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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