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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간론파 제로> 상권 챕터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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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정

 

 

<윗 브금과 함께 읽으시는 걸 권장합니다>

 

아스팔트 도로의 가장자리에 우거진 덤불 사이로 노란 고양이가 빠끔히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살랑살랑 흔들리는 풀을 가르며 아스팔트 도로로 나가려 긴 꼬리를 흔들며 기대에 찬 시선을 내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눈은 저를 무척이나 경계하는데다가 공포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경쾌한 스텝을 밟으며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가는 저에게서 두려움을 느낀 고양이는 밟혀 짜부러질 것이라는 착각이라도 한 것인지 당황해서 덤불 안으로 도망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 저는 밝은 햇빛을 전신에 쐬며, 팔랑팔랑 스커트를 흔들며, 지나칠 정도로 경쾌한 스텝을 밟으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여기는 사립 키보가미네 학원 동지구 -

 

 

 

그 안뜰 -

 

 

 

주변에는 친숙한 교사나 시설이 잔뜩 세워져 있고, 또 건설 도중인 건물도 몇 개 보입니다. 그것들의 사이를 꿰메듯이 나 있는 포장도로 위를, 작고 지저분한 고양이나 공부나 친구 사귀기에 열심히인 급우들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리고 오랫만의 외출을 즐거워하는 기색도 없이, 그저 목적지를 향해서 지나치게 경쾌한 스텝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의미도 없이 스텝을 밟을 정도로 경박한 여자인 것은 아닙니다. 이것에는 이유가 있는거에요. 이제부터 좋아해서 좋아해서 참을 수 없는 사람에게 만나러 가기 때문입니다 -

 

라고는 해도, 이유가 있던 없던 유서 있는 키보가미네 학원의 안뜰을 경박한 스텝으로 이동하고 있는 사람이 달리 있는것도 아니므로 당연하게도 길을 가고 있는 학생들로부터 기묘한 시선을 받아버리고 마는 것입니다만...... 그런 것은 저에게는 관계 없습니다. 울고 있는 여자아이도, 싸우고 있는 커플도, 멈춰있는 휠체어에 앉은 학생마저, 빈혈로 쓰러져 있는 학생조차도, 저의 스텝을 멈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서 만나고싶어. 정말 좋아하는 그를 만나고 싶어 - 저는 그런 생각만으로도 몸을 떨며, 그대로 하늘로 뻗은 계단을 올라가다가 날개짓을 해도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경쾌한 스텝으로 안뜰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걸어가고 있었는데 말이죠 -

 

[.......어라?] 거기서 문득 멈춰서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디로 가야되더라?]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자신이 전혀 본 적 없는 장소에 서 있는 것을 깨닫고 쓸데없이 가슴 안쪽이 술렁거립니다.

 

'괜찮아.'

 

필사적으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등에 매고있던 가방에서 한 권의 노트를 꺼내들었습니다. 노트의 가장 뒷 페이지를 보자 거기에는 한 문장이 적혀있습니다. [키보가미네 학원 동지구 생물학과. 그 3층에 있는 신경학과 연구소야.] 상쾌한 안도의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 생물학과였던거네!

 

- 인데, 어라? 생물학과는 어디있더라?

 

다시 가슴이 술렁술렁.

 

'괜찮아, 괜찮아.'

 

자기암시를 걸듯이 되풀이하며 거칠게 노트를 뒤지자, 지도 같은 것이 그려저 있는 페이지를 발견했습니다. [이게 키보가미네 학원 동지구 전체다.]

 

'잘했어, 나!'

 

무의식중에 승리의 포즈!

 

바로 안뜰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분수의 단에 뛰어 올라타자, 노트의 지도와 주변의 건물들을 비교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문학동, 과학동, 물리동, 예술동, 수학동, 체육동, 어학동, 교직원동, 분수의 차가운 물보라를 허벅지에 뒤집어쓰며, 목적지인 생물동을 마치 처음 방문하는 장소인 것처럼 필사적으로 찾고 있자니,

 

[앗, 저건가?] 옅은 녹색의 벽이 특징적으로 보이는 사각형 건물을 발견. 생물학동과 관련된 노트의 기록을 멋지게 한 방에 발견했습니다. [예쓰!]

 

저는 분수의 단에서 뛰어내려옴과 동시에 달려나갔습니다. 주변에 있던 남자애들이 놀란듯이 이쪽을 보고 있었던지라, 혹시 조금 기합이 들어간 탓에 스커트가 뒤집혔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관계 없습니다. 어쨌든 저는 제가 잊어버리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맹대쉬해서 생물학동으로 박차고 들어온 저는 로비 안쪽에서 계단을 발견. 기세를 죽이지 않고 그대로 세 단씩 뛰어넘어가며 3층에 도착. 복도를 달려가며 문의 위에 있는 이름표를 하나씩 확인해 나가자, 막다른 곳에서 '신경과학연구소' 라는 이름표를 발견했습니다. 당황해서 급 브레이크. 일단 심호흡을 하고 손거울로 머리를 정돈하고 표정을 체크.

 

'응, 오늘도 귀여워!'

 

그 멋진 미소를 유지한 채 [안녕하세요~] 라고 힘껏 밝은 목소리를 내며 연구실의 문을 열었던 그 순간이었습니다. 슈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귀 옆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햐?] 바들바들 떨며 돌아보자, 복도 안쪽의 벽에 금속 날붙이가 박힌 채 비이이이잉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거기에서 물러서면서 외쳤습니다. [어, 어째서 메스가 날아오는거야?]

 

그러자 연구소의 안쪽에서 나무라는 듯한 목소리가.

 

[시끄러워.] 그 목소리를 들으니 이상하게도 가슴이 두근. 두근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연구소 안으로 시선을 옮기니 방의 한가운데에 놓여진 침대 위에서 한 남성이 뒹굴거리고 있었다. [......지각이다. 추녀 주제에 늦다니 무슨 짓이냐.]

 

살짝 지저분한 하얀 와이셔츠를 단정치 못하게 흐뜨러트린 그는, 위를 향해 선 자세로 손에 든 만화책에 열중한 채로 말했습니다. [게다가 추녀 주제에 목소리가 크다는건 또 뭐냐. 애초에, 추녀 주제에 날붙이를 무서워 한다는 것도 이상하잖아.]

 

[잠, 잠깐만 기다려!] 저는 당황해서 그의 말을 막았습니다. [갑자기 추녀추녀, 사람한테 그렇게 차별하는 발언하면 클레임 걸릴 거라구?]

 

[.......클레임이라니 어디서. 전일본추녀협회라던가냐? 오히려, 그런 협회의 존재 자체가 차별이잖아.]

 

- 라고 만화책을 보는 자세 그대로 추녀를 연발한 그가, 이 신경과학연구소의 책임자이자, 저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이자, 저의 연상의 소꿉친구이자, 무엇보다도 제가 좋아해서 좋아해서 참을 수 없는 '초고교급 신경학자' 마츠다 야스케군, 일 것입니다.

 

[아, 그런가. 너도 그 괴상한 협회의 일원인거지. 그래서 그렇게 화내고 있는거겠고.]

 

[트, 틀려! 왜냐하면 난 추녀가 아닌걸!]

 

[......그렇네, 확실히 넌 추녀가 아니다.]

 

저는 방긋 웃으며 가슴을 쭉 폈습니다. [응응, 알고 있다니까. 왜냐면 방금 거울로 막 체크한 참이 - ]

 

[오히려, 완전추녀니까.]

 

[완전추녀!]

 

쾅 하는 소리라도 울린 것 같은 쇼크를 받은 저입니다만, 금방 제 정신을 차리고 격한 반론을 합니다. [거, 거짓말이야! 나는 완전추녀가 아니라니까! 오히려 세간의 평가로는 귀여운 쪽이라니까!]

 

하지만 아무리 제가 떠들어대도 마츠다군은 만화책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세간의 일반적인 이야기 따위 알까보냐. 추녀라고 생각하든 말든 그건 내 주관적 판단이니까.]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 일처럼 말 할 뿐이었습니다. [그럼, 어디가 추녀인지 알려줘! 클리닉에서 고칠테니까 알려줘!] 이제 거의 자포자기입니다. [눈이야? 귀야? 아니면 입? 눈썹은 어때?]

 

[다음은 마음도다.]

 

[마음은 클리닉으로 고칠 수 없잖아!]

 

[그러냐. 불쌍한 녀석이네. 얼굴이 못생긴데다가 성격도 최악이라니 수가 없군. 하지만 동정의 대상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만? 역 앞에서 모금상자를 들고 서 있으면 어때? 꽤 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저는 푹 어깨를 늘어트렸습니다. 그 상태로 털썩 바닥에 손을 짚고 흐물흐물해져서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완전히 박살나 재기불능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넌 누구냐.]

 

[에?] 깜짝 놀란 저는 바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목소리만 들어선 누군지 모르겠단 말이다.]

 

[랄까, 지금까지 누군지도 모른 채로 얘기한 거야?]

 

[이름을 대지 않은 네가 나쁜거다.]

 

[이, 이름이고 뭐고..... 보면 알잖아? 봐, 나라구.]

 

[한 눈 팔 여유 같은 건 없다.] 마츠다군은 만화책을 계속 읽으며 말했습니다. [지금은 독서중이니까 말이다.]

 

[한 눈을 판다니......하지만 그거 만화잖아?]

 

[그래서 뭐 어쩌라고. '만화랑 나, 어느 쪽이 더 중요해?' 같은 거라도 물어볼 셈? 그렇다면 대답해 두겠는데, 지금도 만화다.]

 

[과연. '지금은' 이 아니라 '지금도' 만화라는건, 여태까지도 앞으로도 나보다 만화 쪽이 소중하다는 소리.....라니 잔혹한 사실이네! 알고 싶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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