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맞는 말이었다. 나는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태도로 단은비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또 단은비뿐만 아니라 그런 행동은 나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든 독하게 맘을 먹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주인아가 핵심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네 말이 맞아, 잘 생각해보고 결정할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어떤 약속도 확신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말을 마치자 주인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겐 아직 약간의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렇게 우리는 구경을 마치고 헤어져 각자 집으로 갔다. 내 머릿속에 낮에 본 영화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주인아와 나눴던 마지막 대화만이 계속해서 맴돌았고 나를 고민에 빠뜨렸다.
나는 하루종일 일상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집에서 선영이와 밥을 먹으며 대화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티비를 볼 때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아마 해답을 찾기 전까진 계속 이럴 것이다. 난 어떡하면 좋을까... 순간 머릿속에 한명의 인물이 떠올랐다. 선미누나... 장난기 많지만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고 챙겨주는 인생선배... 나는 핸드폰을 열고 문자를 보냈다.
“선미누나, 혹시 내일 바빠요?”
“아니, 우린 아직 여름방학이야, 대학생은 아직 개강도 안했거든.“
“누나, 혹시 내일 저랑 잠깐만 만나서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이야, 한선우가 나한테 먼저 문자를 보낸 것도 놀라운데 이제 데이트신청까지 하네? 좋아! 언제 만날까?”
그렇게 우리는 내일 낮에 점심을 먹은 후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마음을 터놓고 말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선미누나이다. 물론 덕배도 있겠지만 덕배는 이런 부분에선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
일요일 2시, 우리는 약속 장소에서 만나 카페로 갔다. 그러고 보니 선미 누나와는 일 할 때 정말 친하게 지냈지만 사적으로 이렇게 만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진작 내가 이렇게 한 번씩 만나자고 했어야 됐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넌 음료 뭐 마셔?”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에이 재미없는 놈! 남자들은 그 나이부터 그렇게 재미없구나!”
어째 익숙한 반응이다. 속으로 웃음이 났다. 선미누나는 투덜거리며 내 것까지 결제했다.
“그래, 황금 같은 일요일에 바쁜 여대생 불러놓고 할 말이 뭐야?”
“안 바쁘다면서요!”
선미누나는 평소와 같이 밝았다. 진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일부러 저렇게 긴장을 풀어주는 것일까? 나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전에 우리 식당에 밥 먹으러 왔었던 같은 반 친구, 그리고 인아 때문에 고민이에요.”
나 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중학교 때 나와 사랑을 나누고 돌연히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서 같은 반이 된 단은비, 그 애를 미워하지만 놓지 못하고 있는 나, 그리고 그걸 눈치채고 나에게 조언해준 주인아, 모든 것을 얘기했다. 그런데 얘기를 할수록 선미누나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얘기를 마치자 선미누나는 화가 잔뜩 난 듯이 나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이 바보, 멍청이, 미련 곰탱이, 천하의 눈치없는 놈!”
“누나?”
“넌 사람 맘을 그렇게 몰라? 착하기만 하고 애가 눈치가 전혀 없네!”
“무슨 말이에요 그게?”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단은비 얘기를 하는 것일까? 단은비가 여전히 나를 좋아 한다는 것은 진짜일지도 모르는 일인데...
“걔네 둘 다 너 좋아하잖아 임마! 좀 눈치있게 똑바로 처신해!”
???, 주인아도 나를 좋아한다고?
“애초에 인아는 그렇게 성격이 활발한 편이 아니라서 애들이랑 잘 어울리지도 못한다며? 근데 너한테 계속해서 말을 걸고 친해지려하고 심지어 같은 알바까지 하려한다? 그렇게 똑똑한 애가 왜 그렇게 행동하겠어? 생각을 해봐!”
선미 누나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런 것일까...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단은비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주인아까지...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은비라는 애는 어떤 애인지 잘 모르겠어. 네 말대로 나쁜 애일지도 모르지! 근데 전에 잠깐 봤을 때 나는 무언가 느꼇어! 그 애는 뭔가 사연이 있는 애야! 물론 사람을 감으로만 판단 할 수 없겠지. 시간이 지나면 모든 진실이 드러날 거야! 어쨌든 모든 결정은 네가 하는 거야!”
선미 누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고 나는 경청했다. 단은비, 주인아, 단은비, 주인아, 단은비, 주인아.... 너무 머리 아프다.
“넌 그렇게 남 일이라는 듯이 애매하게 행동해서는 안 돼! 확실하게 결정을 내리고 한 쪽을 선택해! 그게 남자다운 거고 또 다른 애들이 상처 덜 받는 길이야! 넌 지금 애매하게 행동하면서 양쪽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있어!”
내가... 내가 상처를 주고 있었다니... 선미 누나의 말이 맞다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주인아는 내가 단은비의 얘기를 하며 단은비에게 집착할 때 항상 무언가 슬픈 표정을 짓곤 했다. 결국 나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가? 하지만 갑자기 누구로?
“누나, 그럼 저는 누굴 선택해야 하는 건가요? 전 정말 모르겠어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 마음이 가는대로 해! 확실히 선택해서 나머지 한 사람한테는 더 이상 상처주지 마!”
“네... 그럼 더 생각해볼게요!”
“흥! 여자복은 타고났네!”
선미누나는 대화 내내 화나있었다. 우리는 관련해서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카페를 나왔는데 그 때까지 선미누나는 굉장히 화난 표정이었다. 감정이입을 심하게 한 것일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누나 고마워요!”
작별 인사를 할 때 나는 고맙다는 말을 했다.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주말에 나를 위해 시간을 내서 얘기를 들어주다니...
“흥! 처신 잘해!”
누나는 마지막까지도 화난 말투로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하지만 너무 고마웠다. 나는 해답을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깨달았다. 이제 어느 길을 택할 지는 내가 결정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
오후 5시 무렵... 나는 집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선미누나와 얘기를 오래 나눴다. 그런데 신발장에 또 이 시간에 없어야 할 신발 하나가 있었다. 아버지...
거실로 가니 아버지가 앉아 계셨다. 오늘은 알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웬일로 술도 안드시고 일찍 오신걸까?
“왔냐?”
“네”
“선영이는 왜 집에 없지?”
“선영이 친구랑 놀다 저녁 먹고 온다고 했어요. 일요일이잖아요.”
자기 딸이 어디있는지 궁금하면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면 될 것이지 이걸 왜 나한테 묻는 걸까? 하긴 연락할 염치도 없겠지. 이제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
“선우야?”
“네?”
“나랑 저녁 먹으러 갈래? 할 얘기가 있다.”
웬일로 저 양반이 나랑 저녁을 먹자고 하는 것일까... 솔직히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도 그동안 아버지한테 쌓인 것이 너무나 많았다. 이 기회에 아버지한테 할 말을 해야겠다.
“네 좋아요!”
우리는 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6시 무렵에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아버지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를 고깃 집으로 데려갔다.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것일까?
아버지는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를 고깃 집으로 데려갔다.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것일까?
헉 정말??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온 우리의 주인공..ㅜㅜ
이세계 은비는 잘먹던데 ㅠㅠ
이세계 은비 시리즈
게임하기 전 동생들과 팀을 나누는 은비 별명은 성산동 피주먹인가 보다
은비:데댄찌 하자고 데댄찌
목소리를 높이며 막무가내 동생들에게 악을 쓰는 은비
은비: 제가 우리 애들 꼭 게장 먹고 서울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환호성을 지르는 동생들 하지만 첫판은 지고 말았다.
은비: 이거 한판으로 점심 내기 끝나는 거 아니죠!!
댕댕: 무서워
은비: 왜 우리 질 거 같지?
오리: 이거 질 거 같아 게임이 안돼요 언니
또 다시 게임에 진 은비와 동료들 장비를 바꾸자고 시작하는 은비
은비: 야 바꿔서 한판 할게 이거 좀 아닌거 같아
상대팀 동생들: 언니 무서워요
은비: 전 아침 못 먹었거든요
주최자: 여기서 룰을 하나 더 추가하면
은비: 그만 하시죠
결국 간장 게장을 따낸 은비
은비: 우리 간장게장 먹을 수 있어
은비는 오늘도 먹는데 성공했다
이세계 은비는 다음시간에
은비는 언제쯤 공정하게 게임에 승리할 수 있을까
ㅊㅊ
저 누나도 좋아하는거 아녀?
ㄷㄷ... 인기쟁이 우리 주인공..
필력 ㅊㅊ
ㄳ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