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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분의 크리스마스> -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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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영

 

영화는 210분 시작이야! 우리 그전에 밥이나 먹고 카페나 가있을까?”

 

  주인아는 굉장히 기분 좋고 신나보였다. 내가 본 주인아중에 가장 밝아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주인아의 의견에 따라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오랜만에 나온 시내는 정말 넓었다. 우리 또래나 20대 대학생들이 정말 많아보였다. 다들 사랑하는 연인, 친한 친구들과 함께 소중한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나 역시 지금 저들처럼 행복할까?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선우야, 저기 새로 생긴 식당이라는데 어때?”

 

응 좋아! 저기 가자!”

 

  사실 점심메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미리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나에게 중요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나는 주인아가 가자는 곳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좋다고 하고 따라갔다. 고급져보이는 양식집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파스타 먹고 싶었어! 그래서 이거 해물파스타 먹을 거야? 너는?”

 

  이런 양식집에는 사실 거의 와 볼일이 없었다. 선영이가 중학교를 졸업했을 때 내가 무리해서 데려온 적 외에는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나는 무슨 메뉴를 골라야할지 몰라서 그냥 눈에 들어오는 메뉴 아무거나 골랐다.

 

나는 이거 먹을게... 목살 필라프.”

 

넌 밥 좋아하나봐?”

 

? ...”

 

그럼 우리 이거랑 샐러드도 먹고 음료수도 먹자. 그리고...”

 

  주인아는 정말 신나보였다. 저렇게 좋을까? 사실 나는 이 식당 자체가 뭔가 못마땅했다.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 목살 필라프라고 해봤자 밥에 고기 좀 얹은 것일텐데 가격대가 2만원에 육박하고 파스타도 마찬가지다. 우리 식당 뼈해장국은 고깃덩어리도 많고 양 자체가 이거에 거의 뒤지지 않는 곳이고 6천원이면 한 뚝배기를 먹을 수 있다.

 

저기요! 주문할게요!”

 

  이런 내 생각을 뒤로한 채 주인아는 신나서 이것저것 주문하고 있었다. 그래... 나도 이제 잡생각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 저렇게 해맑은 주인아의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음식은 꽤나 시간이 지나서 나왔다. 식당에 사람 자체가 많아서 주문이 밀려서 일 것이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음식 자체도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은 무난한 맛이었다. 하지만 주인아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선우야, 이거 진짜 맛있어! 대박! 한 번 먹어봐! 나도 네 필라프 조금만 먹어볼게!”

 

  주인아의 파스타를 먹어봤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사실 파스타라는 음식 자체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느끼하다. 그리고 가격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하지만 대놓고 그걸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주인아가 기대에 가득찬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맛있네!”

 

나는 혼신의 영혼을 바쳐 맛있다고 말했다. 주인아의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

 

! 다행이다! 네 입맛에 안 맞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맛있다고 하니 기뻐! 우리 다음에 또 오자

 

  다음이라... 아무래도 대답을 잘못 한 것 같다... 이러면 안되는걸 잘 알면서도 난 또다시 옛날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단은비는 나와 음식 취향까지도 일치했다. 우리는 항상 서로 뜨끈한 찌개나 국밥을 먹으며 서로를 아저씨라고 놀리곤 했다. 어쩌면 나와 단은비가 특이 취향인 것이고 주인아가 나이에 맞는 입맛일 것이다. 아니, 확실할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이지 않았던 우리 둘은 더 잘 맞았던 것일까?

 

  우리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영화관 바로 맞은편의 카페로 향했다. 영화 시작까지는 1시간 넘는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시간을 때우기에는 카페만한 곳이 없었다. 아까 주인아를 처음 만났을 때는 경황이 없어 잘 못느꼈는데 주인아는 오늘 정말 많이 꾸미고 나온 것 같았다. 학교에서는 심한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오늘은 화장도 더 진하게 한 것 같았고 옷도 신경 써서 입고 온 것 같았다. 거기다 주인아는 키도 크고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기에 한껏 더 귀티가 났다. 솔직히 안 예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별명이 얼음공주인 것에는 확실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예쁘다는 생각은 들지만 뭐랄까... 이성으로서 호감이 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주인아와 같이 있는 내내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 나도 모르게 단은비 생각이 났고 둘을 비교하게 되었다. 단은비는 주인아보다 키도 훨씬 작고 작은 체구에 객관적으로 주인아보다 예쁘지도 않다. 하지만 단은비의 특유의 반짝반짝한 눈과 명랑하고 또렷한 목소리, 그것은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었다.

 

나는 초코라떼! 너는?”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뭐야? 너도 아메리카노파야? 난 그거 너무 써서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더라.”

 

그 특유의 시원한 맛이 있어... 단 거 좋아하는 애들은 이해를 못할거야.”

 

  나는 여느때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었고 주인아는 이해 못하겠다는 듯이 쳐다봤다. 난 오히려 지나치게 단 것을 먹는 애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런 것을 먹으면 정말 머리가 아프다. 커피의 진짜 맛은 아메리카노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아무튼 우리는 서로 음료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학교얘기, 공부얘기, 친구얘기, 책 얘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다행히 주인아도 소설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기에 우리는 소설 얘기를 하며 어느 정도 코드를 맞출 수 있었다. 그렇게 유익하게 대화를 나누던 중 주인아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선우야, 너는 이상형이 어떻게 돼?”

 

이상형?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나는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했다.

 

나는 활기 넘치고 좋은 에너지를 주는 성격에 남에게 휩쓸리지 않고 자기 얘기를 또박또박 하는 사람이 좋아!”

 

내가 생각해도 무슨 말을 한걸까... 모르겠다... 주인아는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어색함을 깨고자 나는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나는 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내면에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고 책임감이 강하고 진지한 성격!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잘생긴!... 푸흡! 농담이야!”

 

주인아답지 않은 어울리지 않는 농담이다. 분위기가 급 썰렁해졌다. 마침 영화 시간이 다 되어갔기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영화관으로 갔다.

 

  우리는 그렇게 같이 영화를 보고 같이 팥빙수를 먹고 시내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이렇게 주인아와 시간을 보내고 나니 초반과는 달리 기분전환도 되고 잡 생각도 없어지는 것 같았다.

 

, ! 그리고 선우야, 나 은비랑 전화해봤는데, 심각한 거 아니고 이제 다 나았다고 월요일부터 다시 학교 올 거래! 너무 걱정하지마!”

 

! 오늘 아침에 만났어!”

 

? 만났다고?”

 

 아차... 괜한 얘기를 꺼냈나... 주인아의 표정이 휘둥그래졌다. 나는 결국 단은비를 만나게 된 전후과정을 주인아에게 모두 설명해야 했다. 사실 설명할 것도 별로 없었다. 우연히 만난 것이기 때문에...

 

그랬구나... 근데 그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믿을 수가 없네...”

 

그런 경우가 잦았어, 약속도 안하고 도라지공원에 갔는데 마주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야.”

 

선우야, 나 주제넘는 것 같지만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주인아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 뭔데?”

 

너는 은비에게 관심이 없다면서 계속해서 은비를 걱정하고 은비를 신경쓰고 있어. 그래놓고 마주치면 또 차갑게 굴고... 물론 네가 과거에 안 좋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거 잘 알지만 더 이상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계속 그렇게 행동하면 은비도 더 상처받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 자신이 크게 상처 받을 거야! 주제 넘는걸 알지만 이제 그만 은비에게 그런 식으로 그만 행동하고 확실히 마음을 다시 열든지 아니면 확실히 선을 긋든지 해줬으면 해! 너희 둘 다를 위한 길이야!”

 

나는...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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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정
    2021.12.30

    목살 필라프

    자네 혹시 라라코스트라고 아는가?

  • 김세정
    유가영
    작성자
    2021.12.30
    @김세정 님에게 보내는 답글

    헉! 어떻게 알았지!

  • 유가영
    김세정
    2021.12.30
    @유가영 님에게 보내는 답글

    흐헤헤헤헤!!

  • 후지와라치카
    2021.12.30

    이세계 은비 개그시리즈

    은비: 바나나를 좋아하면 반하나~

    일동 침묵

    댕댕: 이건 완전 2013년도 아니에요? 와 완전 어이없어

    은비: 프레젠토데스

    사쿠라: (절레절레)

    나부키 야코: (절레 절레)

    오리가 등장하자

    은비: 바나나를 좋아하면 반하나 

    뇌절치는 은비

    오리: 반했다~

    원영: 바나나~ 바나나~ 바나나~

    은비: 얘밖에 없네요

     

  • 후지와라치카
    유가영
    작성자
    2021.12.30
    @후지와라치카 님에게 보내는 답글

    은비는 착하긴 하지만 이상한 아이이다... 메모

  • 유가영
    후지와라치카
    @유가영 님에게 보내는 답글

    img_20180404212504_181e70b3.jpg

  • 후지와라치카
    유가영
    작성자
    2021.12.30
    @후지와라치카 님에게 보내는 답글

    이건 못참지!

  • 유가영
    고맙습니다
    2021.12.30
    @유가영 님에게 보내는 답글

    ㅋㅋ

  • 고맙습니다
    2021.12.30

    주인아가 똑똑하네 ㅋㅋ

  • 고맙습니다
    유가영
    작성자
    2021.12.30
    @고맙습니다 님에게 보내는 답글

    똑똑한 우리의 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