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였다. 웬일인지 집에 일찍 들어오셨다. 술 냄새가 잔뜩 났다. 술에 많이 취해 계신 것 같다.
“너 아직도 돈 벌러 다니냐? 내가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몇 번을 말하냐!”
“그만하세요! 하루종일 택시 일하시면서 얼마나 버신다고 그러세요! 그리고 언제부터 저랑 선영이를 생각했다고 그러세요! 이제 우리 둘은 알아서 살 테니 신경 끄시고 아버지 몸이나 잘 챙기세요!”
“뭐야? 이 자식이!”
아버지는 매우 분노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에게 손찌검을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선영이가 아버지를 말렸다.
“아버지 그만하세요! 나중에 맨 정신으로 이야기하세요! 오빠도 그만하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
솔직히 아버지는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이제 아버지라고 부르기에도 뭐한 인간이다. 하지만 여기서 계속 티격태격하다가는 선영이에게 상처를 줄 것 같았다.
“흥! 난 나중에도 더 이상 할 얘기없어!”
나는 퉁명스럽게 이 말을 뱉고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궜다. 젠장... 왜 또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걸까... 분명히 오늘은 좋은 일들이 많았다. 낮에 덕배와 같이 집에와서 라면을 먹고, 저녁에 알바를 하며 주인아와 어느 정도 친해지고... 하지만 하루가 끝나기 전 마지막에 또 이런 일이 닥쳐왔다. 하루라도 조용한 나날을 보낼 수는 없는 걸까?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현실에서 도피해서 저렇게 술에 빠져 사는 아버지가 죽도록 원망스럽다. 그럴 때면 어머니도 원망스럽다. 아버지를 저렇게 만든 얼굴조차 모르는 어머니가 너무너무 원망스럽다. 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
“오빠! 일어나!”
선영이가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아침인가... 나는 평소처럼 버티지 않고 바로 일어났다.
“아버지는?”
“아버지 일찍 나가셨어! 지금 나가봤자 일이 있냐고 좀 더 주무시라고 했는데 듣지도 않고 나가셨어.”
“그렇구나...”
나는 평소처럼 씻고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선영이가 만들어 놓은 토스트도 맛있게 잘 먹었다. 어제 일에 대해선 얘기를 전혀 꺼내지 않았다. 먼저 꺼내기 조심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하고 가끔씩 있는 일이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랄 것도 없다.
나는 준비를 마치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니 이제는 주인아가 대놓고 아는 척을 하고 말을 걸었다.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들이 들렸다. 주인아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은 나도 처음 본다. 충분히 애들이 의아해할만한 일이다.
아침 조회 종이 치고 담임이 왔는데도 주인아의 옆자리는 비어있었다. 단은비... 오늘 왜 안오는거지? 담임은 단은비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무슨 일일까?... 아차, 관심 가질 필요가 없지! 이제 남남인 사이다.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단은비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아예 결석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단은비에 대해 크게 궁금해 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그만큼 존재감이 크지는 않은 아이였다. 나 역시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덕배와 밥을 먹고 교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옆에서 주인아와 경현정의 대화가 들려왔다.
“인아야, 그럼 은비 많이 아픈 거야? 늦게라도 올줄 알았더니...”
“응... 얘가 원래 탈수증 같은 거 있댔잖아. 오늘은 많이 아픈가봐.”
단은비가 아프다고? 그래, 원래 항상 병을 몸에 달고 다닌 아이였지... 많이 아픈건가...? 책에 하나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는 결국 내가 본능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지금 단은비의 소식이 너무 궁금하다. 하지만 그것을 애써 부정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주인아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혹시 단은비 많이 아프대? 어디 병원에 있는지 알아?”
“응? 선우야? 학교 못 오는거 봐서 좀 아프긴 한가봐! 어디 병원이지는 나도 잘...”
“너 걔 번호 있지?”
“응... 있어.”
나는 이미 그 어떤 순간보다도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있었다. 나의 난데없이 적극적인 태도에 주인아는 당황한 듯 했다. 나는 주인아에게 단은비의 번호를 받아냈다. 그리고 그 번호를 내 폰에 입력했다. 그런데... 번호는 그대로였다. 단은비가 떠난 이후로 나는 그 번호를 지웠지만 아직도 그 번호를 외우고 있었다. 단은비는 아직도 번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왔던 것이다.
전화를 걸어봤지만 계속 부재중이었다. 이후 쉬는 시간마다 걸었지만 마찬가지였고 문자를 보내도 응답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나는 하루 종일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결국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고 종례시간이 되었다.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종례가 끝나고 모두 집으로 향했다.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일어나자마자 나와 덕배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주인아였다.
“선우야, 혹시 나랑 같이 카페 갔다가 같이 알바 바로 갈래? 현정이가 오늘 학원 때문에 바쁘다고 했거든! 덕배도 괜찮으면 같이 가자!”
“뭐야? 야 한썬! 너 주인아랑 같이 알바하면서 친해졌다더니 이제 대놓고 학교마치고 데이트하러 가네? 흐흐흐! 내가 눈치껏 빠져 줘야 하는게 맞지만 한썬을 키운건 나기 때문에 나도 커피 한잔 얻어먹을 자격은 있지! 가자!”
나는 아무 말도 안했지만 덕배는 이미 신나있었다. 주인아도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 둘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한가히 카페가서 커피나 마실 시간이 없었다. 나에겐 꼭 해야할 일이 있었다.
“미안... 오늘은 내가 할 일이 있어서... 다음에 가자.”
“뭐? 야 한썬! 구라치지마! 너 같은 아싸가 무슨 약속이야!”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 미안하다.”
나는 결국 카페에 가자는 제안을 차갑게 거절했다. 덕배는 투덜거리는 정도였지만 주인아는 많이 실망한듯한 표정이었다.
“그래, 바쁘면 어쩔수 없지... 그럼 이따 알바할 때 보자!”
주인아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떠났다. 덕배는 옆에서 계속 투덜댔다.
“이 멍청한놈! 아오 속 터져! 어떻게 여자의 마음을 그렇게 모르냐? 밥상을 차려줘도 엎어버리네! 약속이 있으면 미뤄서라도 가야 될 거 아니냐 바보야!”
“그런 거 아니거든! 어쨌든 중요한 일이 있으니깐 나도 간다!”
“야 교문까지 같이가 임마! 아오 하여튼 저 바보...”
덕배는 정문까지 가는 길에도 계속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주인아가 나를 좋아한다나 뭐라나... 말도 되지 않는 소리이다. 주인아가 뭐하러 나 같은 애를... 그리고 지금은 그런데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나는 정문에서 덕배와 헤어져서 목적지로 향했다.
사실 이곳은 멀리 있는 곳도, 특별한 곳도 아니다. 여기는 우리 동네 누리동이다. 나는 그곳에 도착했다. 이곳은 바로 근처에 편의점이 있는 평범한 빌라촌... 내가 단은비를 처음 만났던 그곳이다.
ㅊㅊ
ㅊㅊ
이세계 은비 시리즈
예나와 대결을 하는 은비
혜원:각오 한마디
은비:얘한테요?
다수의 인원:우와아 멋있다
게임에 진 은비
은비:얘들아 미안하다
혜원:언니 아직 기회가 한번 더 있어요
사라진 쌈무:왜 우울해
은비:민주만 이기면 꼴등 아니지
사라진 쌈무:그럼요 아직 이기면 대게 먹을 수 있어요
재롱부리는 은비 헛둘헛둘
민주:의욕 과잉
은비:당황하면 안돼 바로바로 가야돼 잠깐만요 잠깐만요
(대충 3초전 당황하지 말자던분)
(게임에 이게 뭐냐고 의욕이 넘치는 은비)
게임 종료
다음편에 계속
은비는 게임을 못한다...메모
글이 술술 잘.읽혀지네요👍😌
감사합니다~~
되게 몰입감 좋다.. 가족관계가 되게 사실적묘사같아..
어설프지만 최대한 생생하게 하려고 써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