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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가노라"…김민기 영면, '아침이슬' 들으며 학전 떠났다

뉴데일리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중략)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1971년, 작사·작곡·노래 김민기)

24일 아침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 앞 골목에서 구슬픈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故 김민기(73) 학전 대표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고인의 대표곡 '아침이슬'을 불렀고, 배우 설경구·장현성·방은진 등 추모객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김민기 대표가 영면에 들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그의 발인이 엄수됐다. 발인식이 끝난 후 유족들은 고인의 영정을 들고 33년간 예술인들의 '배움의 밭'이었던 옛 학전(學田) 건물을 찾아 담벼락에 영정 사진을 세워두고 소극장 안을 돌며 작별인사를 했다.

유족들은 취재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장지로 향하는 운구차에 올라탔다. 운구차가 학전 앞을 떠난 뒤 색소폰 연주자 이인권 씨가 김민기의 곡 '아름다운 사람'을 연주했다. 학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 밴드로 무대에 섰던 그는 "마지막 가시는 길에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민중가요의 상징이자 노래하는 음유시인, 대학로 문화의 산실인 소극장 학전을 세운 김민기가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요양을 해온 고인은 병세가 악화해 지난 21일 밤 8시 26분 세상을 떠났다.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1951년 3월 31일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했다.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고등학교 동창생인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와 듀엣 '도비두'를 결성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1971년 가수로 데뷔했다. 그는 '아침이슬',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의 곡을 발표하며 독재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냈다.

1991년 나이 마흔에 소극장 학전을 열고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 등 총 359개 작품을 기획·제작하며 대학로의 공연 문화를 개척했다. 학전을 통해 대학로 공연계 못자리를 이끌었지만, 건강 악화와 재정난이 심해지면서 개관 33주년인 지난 3월 15일 문을 닫았다.

2009년부터 학전의 살림을 맡아왔던 김민기의 조카인 김성민 총무팀장은 고인의 유언에 대해 "갑작스럽게 떠나셨지만 3∼4개월 전부터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저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며 "학전과 관련해선 '지금 끝내는 게 맞다. 나는 할 만큼 다했다. 남은 이들이 걱정이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한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을 17일 개관했다. 김민기는 생전 "내가 없으면 학전은 없다"며 새 극장에서 자신의 색깔을 지워달라는 의사를 완고하게 밝혔다.

이날 자리에 함께 참석한 정병국 예술위원장은 "우리나라 문화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학전 김민기 대표님의 타계에 깊은 애도와 추모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을 통해 (옛)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하고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우수 공연을 발굴·발표할 수 있도록 창작산실의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며 "향후 안정적인 공연장 운영을 위해 연간 예산 이외에 별도로 5억원 규모의 펀딩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학전 김민기 대표가 연출한 '지하철 1호선', '고추장 떡볶이' 공연처럼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우수 공연작품의 공모·제작을 지원해 대학로 어린이극을 대표할 만한 레퍼토리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7/24/20240724003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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