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들의 순찰 요구가 급증해서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다. 절도 피해를 입을날까 걱정하는 점주들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상시 순찰’을 요구하는 수준이니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7일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순찰을 돌던 한 일선 경찰관은 본보 취재진을 만나 이 같이 토로했다. 무인점포 업주들의 잦은 신고와 순찰 요청 탓에 경찰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찰관은 “보통 주간에 방범순찰로 10~12건 돌고 인원이 좀 넉넉하면 도보순찰로 돈다”며 “무인점포에서 순찰 요청이 들어와 출동해 보면 특이사항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출동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대부분 소액 피해 사건인데다 10대들이 절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처벌도 못한다는 점이다. 소액 위주 사건 관련 신고와 순찰에 매달리다 보면 정작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할 수사력이 낭비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범인을 잡더라도 대부분 촉법소년이어서 훈방 조치되기 일쑤다.
일선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무인점포 절도 신고 접수가 많은 지역 지구대들은 매장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해당 사건 때문에 다른 사건에 경찰이 출동하지 못하면 더 큰 시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무 가중에 시달리는 경찰…주간 순찰만 10~12건
실제 본보 취재진이 마포구 일대 무인점포들을 돌아본 결과 대부분의 무인점포들은 보안 관련 CCTV와 강력한 경고 문구 등으로 대응할 뿐 경찰력에 의존하는 형편이었다.
한 무인점포에는 ‘경찰 집중 순찰 구역’이란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여기에 '절도죄로 처벌 받을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라',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합의금 100만원~200만원과 학교 통보, 성인은 합의금 300만원과 형사고발 조치를 취한다’ 등 곳곳에 경고성 문구가 붙어 있었다.
또 다른 아이스크림 판매 전문점인 한 무인점포 매장 출입문에도 '경찰 집중 순찰구역'이란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셀프 계산대 옆에는 '법적 조치 취하고 CCTV 얼굴 공개 하겠다', '초등생의 실수가 없도록 교육 부탁드린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A(42)씨는 “최근 2~3만 원 정도의 도난사건 2건이 발생해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며 "그나마 경찰분들이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어서 안심이 된다"고 했다.
또 다른 무인점포을 운영하는 B(39)씨는 "직원을 고용하면 매출이 마이너스가 돼 어쩔 수 없이 무인 매장을 운영 중"이라며 "치안을 위해 QR코드 입장 단말기 등을 설치할 수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현재로선 CCTV설치와 경찰 단속 외엔 절도 범죄를 막을 방법이 많지 않다"고 애로를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인건비 및 보안 관련 비용 절감을 위해 경찰에 이른바 ‘치안 외주화’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치안 협력의 역할을 하긴 하나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전적으로 개인의 수익 활동을 위해 공권력을 투입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점주들이 무인점포 관리 협의체를 구성해 민간 경비 인력을 함께 고용하는 방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1~6월까지 무인점포 절도 건수는 총 2830건으로 월 평균 471건이었다. 이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폭행과 기물파손 등까지 합치면 무인점포 범죄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11월 보안업체 에스원 산하 범죄예방연구소가 발표한 '무인 매장 범죄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무인 매장 절도범 중 10대 청소년 비율이 52%로 집계됐다. 이들 대부분(91%)은 가위, 망치, 드라이버 등을 이용해 키오스크를 파손해 현금을 갈취하고 물건 등을 훔친 것으로 나타났다. 키오스크 또는 동전교환기를 통째로 들고 도주하는 경우(9%)도 있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2/07/202402070037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