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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치열하게 사랑했던 쇼팽, 담담한 연주로 힐링 전할게요"

뉴데일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견 피아니스트 김정원(48)의 쇼팽 대장정이 펼쳐진다. 김정원은 6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전국 5개 도시투어에 나선다.

이번 투어는 '김정원의 Last Chopin(라스트 쇼팽)'이라는 부제 아래 오는 22일 광주 서빛마루 문화예술회관를 시작으로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29일 청주예술의전당, 30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까지 이어진다. 리사이틀에서는 앨범 수록곡과 함께 쇼팽의 판타지 Op.49를 들을 수 있다.

"신체적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프로그램 구성은 아니지만 마음과 머리가 힘들어 부담이 된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공감을 한다. 최근 선우예권과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생각만해도 피곤하다고 하더라. 콘서트에서는 관객들에게 피곤이 아닌 힐링을 드리겠다."

김정원은 20대에 쇼팽 에튀드·스케르초 전곡 앨범을 발매하며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렸다. 지난 17일 유니버설뮤직코리아를 통해 발매된 'Chopin’s Last Piano Works'는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이 죽기 4년 전(1846~1849년) 남긴 작품 중 녹턴, 바카롤, 마주르카, 왈츠 등을 모았다.

김정원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오디오가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은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 치열하게 접근하고 사랑했다. 미지근한 감정으로 하고 싶지 않아 마음 속으로 떠나보냈고,독일 낭만주의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쇼팽과 멀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언제나 마음 속에 피아노와 저의 관계에서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처음 피아니스트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쇼팽의 음악에 빠져서였다. 제게 피아노는 쇼팽"이라며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쇼팽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사라졌다. 절절한 쇼팽이 아닌 그냥 한 사람을 만난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20살에 바르샤바를 떠난 쇼팽은 39살 프랑스 파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후기 작품들의 음악은 사랑이었다. 매우 내성적이었던 쇼팽은 피아노·연인·조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김정원은 쇼팽의 아픔과 그리움에 공감하며 유려하기보다 담담하게 연주하는 것을 택했다.

"제가 40대 후반을 향해가고 있는데, 철이 늦게 든 것을 감안하면 쇼팽과 비슷한 감정으로 삶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적당히 회의적이고 쓸쓸한 것도 있고, 많은 것에 너그러워진 부분도 있다. 당시 쇼팽은 연인·건강·조국을 잃은 상태라 저보다 더 아프고 외로웠겠만 그 감정을 막연하게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음악을 통해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아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다."

녹음은 지난 6월 쇼팽의 조국인 폴란드 루스와비체의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유럽 음악 센터 콘서트 홀에서 진행됐다. 폴란드 레이블 둑스(DUX)의 대표 사운드 디렉터이자 클래식 음악프로듀서 말고르자타 폴란스카가 참여했다. 앨범 트랙은 쇼팽이 곡을 만든 순서대로 수록했다.

1849년 쇼팽이 죽기 직전에 작곡한 폴란드 민속 춤곡 마주르카 4번 F단조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는 폴란드를 향한 마음이 담긴 곡이다. 김정원은 마주르카에 대해 "스스로 죽음을 예감하고 쓴 것 같다. 한 사람과의 이별이 아니라, 손에 쥐고 있는 걸 비장하지 않게 내려놓고 떠나보내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원은 빈 국립음대를 최연소로 수석입학, 만장일치로 최우수 졸업했고, 파리고등국립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드라마 '옛날의 금잔디' , '은실이' 등을 쓴 이금림 작가의 아들이기도 하다. 2009~2017년 서울 경희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며, 지금까지 약 10여장의 앨범을 꾸준히 발매해왔다.

2021년 데뷔 20주년 기념투어를 가졌고, 최근에는 JTBC '팬텀싱어4'의 심사위원에 출연했다. 현재 CBS 라디오 '아름다운 당신에게' DJ, 아트센터인천 마티네 콘서트 시리즈 '낭만가도'를 직접 기획·진행하며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입맛 등 자연스럽게 변하는 게 있다. 예전에는 간이 센 음식들을 좋아해서 콩국수, 평양냉면을 무슨 맛으로 먹을까 하며 입에 대지도 않았다. 음악적으로도 그렇게 되더라. 이제는 자연스러운 음악이 제 마음에 더 와닿는다. 밀고 당기는 걸 최대한 안 하고 담담한 연주를 하려고 한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10/19/20231019000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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