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추모공원인 '기억의 터'를 설계한 1세대 민중미술작가 임옥상(73) 작가가 직원 추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17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 작가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임 작가는 지난 2013년 자신의 미술연구소에서 일하던 직원 A씨를 강제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지난 6월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던 임 작가는 재판이 시작되자 태도를 바꿔 모든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A씨가 증거로 제출한 녹취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녹취록에는 임 작가가 자신의 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임 작가를 고소하게 된 계기와 심경 등을 적은 글을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A씨는 해당 글에서 "임씨가 성추행을 저지른 후에도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작품을 만드는 등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엄벌을 탄원했다.
실제 임씨는 서울 남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공원인 '기억의 터'를 범행 3년 뒤인 2016년 3월 설계했다.
하 판사는 "임씨가 피해자를 추행했다는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제출된 증거들에 의하면 자백이 뒷받침된다"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 정도, 범행 후 경과를 비춰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 판사는 그러나 "피해자를 위해 2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임 작가의 시립시설에 설치된 임 작가의 미술작품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작가의 작품을 유지·보존하는 것이 공공미술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로 풀이된다.
남산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서울시 서소문청사 앞 '서울을 그리다', 하늘공원 '하늘을 담는 그릇', 서울숲 '무장애놀이터', 광화문역 '광화문의 역사' 등 5점이 철거 대상이다.
시는 철거 설계와 시민 의견 파악 등의 절차를 거쳐 순차적으로 철거하는 등 조속히 후속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임 작가는 50여년 간 회화, 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비판적 작품을 내놨다. 2017년에는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 모습을 담은 대형 그림 '광장에, 서'가 청와대 본관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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