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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합창' 지휘 김선욱 "온 영혼과 정성 바쳐 악보 공부"

뉴데일리

"베토벤 '합창'은 원래 잘 알고 있었고, 수십 수백번 들었죠. 피아니스트로서 베토벤 곡을 많이 연주했기에 작곡가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해석이 교향곡으로 옮겨지는 것에 대해서 크게 어렵거나 부담이 되진 않았어요."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9번 '합창'이 피아니스트 김선욱(34)의 지휘봉 아래 울려퍼진다. 김선욱은 14일 예술의전당, 15~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2022년 마지막 정기공연 '합창'의 지휘자로 나선다.

당초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지휘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6일(한국시간) 핀란드에서 벤스케 감독이 낙상 사고로 골절상을 입어 한국에 올 수 없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서울시향은 지휘자를 찾던 중 김선욱이 국내 공연을 마치고 독일로 출국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연락했다.

김선욱은 지난 13일 종로구 서울시향 리허설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6일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창립 40주년 기념공연을 지휘하고 7일 공항으로 가던 중 서울시향의 연락을 받았어요.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30~40분 동안 만 34년 일생에서 제일 고심을 많이 했던 순간"이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김선욱이 일주일 남겨둔 공연의 지휘를 수락한 가장 큰 이유는 "베토벤 '합창'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휘자를 꿈꾸던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99년 12월 31일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에서 정명훈 지휘의 '합창' 실연을 처음 접했다.

"맨 앞줄에서 연주를 보며 '이 곡을 지휘하는 날이 올까' 생각했어요. 호텔로 돌아오니 시향에서 퀵서비스로 보내준 악보가 도착해 있더라고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간 채 하루 15시간씩 악보 공부만 했어요. 살면서 이렇게까지 온 영혼과 정성을 바친 게 얼마만인가 싶어요."

김선욱과 서울시향의 인연은 깊다. 2000년 서울시향의 소년소녀협주회에서 정치용 지휘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을 연주하며 첫 호흡을 맞췄다. 2007년 정명훈 지휘로 중국 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8월 광복 77주년 기념 음악회를 통해 서울시향을 처음 지휘했고, 올해 유럽 순회공연 협연자로 함께 했다.

김선욱은 "누구에게나 처음은 필요하잖아요. 처음이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발전할 수 있고 성숙할 수 있죠. 시향 단원들과 합창단, 솔리스트들에게 뭐든지 습득하고 체득할 준비가 돼 있으니 많은 것을 알려주고 가르쳐달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은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빚어내는 장엄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자유와 희망, 화합과 인류애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 연말 전 세계에서 자주 연주된다.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번안해 가사를 붙인 4악장 '환희의 찬가'는 한 해의 갈등을 해소한다는 의미를 더하며 감동을 선사한다.

"악보를 보는데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덩이 같았어요. 음표들이 주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해요. 이 곡을 해석하는 입장에서 첫날은 압도가 됐어요. 3악장은 감정이 소용돌이 치면서 뜨거워지고 아프고… 희망을 노래하는데 희망은 보이지 않았어요. 4악장에선 하늘에 있던 어떤 신성한 존재가 느껴져서 정신이 혼미해더라고요."

김선욱은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당시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아시아 최초이자 최연소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영국 왕립 음악원 지휘 석사과정을 졸업한 그는 2021년 KBS교향악단과 지휘자로서 데뷔를 마쳤으며, 2022/2 시즌 본머스 심포니를 다시 지휘할 계획이다.

김선욱은 "피아노 연주가 많아지다보니 지휘 데뷔가 늦어졌어요. 지휘를 하면 피아노를 그만두는 거냐고 이분법적으로 물어보시는데 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요. 현재 진행형이에요. 지휘와 피아노를 치는 것, 행위 자체는 다르지만 다 연결돼 있어요. 모두 제가 추구하는 방향의 음악을 만들 뿐이에요"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명훈이 LA필 부지휘자로 있을 때 음악감독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해줬던 조언을 언급하며 "항상 시간이 걸린다고 하셨어요. 지휘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어가는데, 지금은 제 인생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물론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지휘할 때마다 정말 많이 배웁니다"라고 전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2/12/08/20221208000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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