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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중도층

통일교 한·일 해저터널 사업 어디까지 왔나
경제성 없는 사업에 통일교가 집착하는 이유

현대종교 | 조민기 기자 [email protected]

2022년 03월 21일 10시 09분 입력

■ 실효성 및 경제성 없어 매번 반려되어온 한·일 해저터널
■ 통일교, 정부에 사업 추진 촉구하지만 경제성 없다는 견해 뒤집을만한 방안 없어
■ 대안과 방안 없이 사업 촉구하는 통일교 놓고 헌금 유도 및 투자 유치 등 의혹 불거져


희망고문이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매번 반려되어 왔지만, 잊을만하면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한·일 해저터널. 1980년대부터 운운되어 왔으나 마땅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한·일 해저터널 카드를 잊을만하면 꺼내든다.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이라는 교리를 꿈꾸는 통일교(대표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역시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길 바라며 정부를 부추긴다. 그러나 아무런 결실 없이 4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젠 포기할 법도 한데, 통일교는 계속해서 신도와 학자들을 동원해 한·일 해저터널을 외치고 있다.
 

▲부산과 일본 규슈 시가현 가라쓰시를 잇는 약 230㎞의 한·일 해저터널을 건설하기 위해 파들어간 조사 사갱 입구 (출처: 「뉴시스」)


한·일 해저터널의 시작
약 40년간 탁상공론에만 그쳐


한·일 해저터널 사업은 1983년 일본 연구 단체가 건설 가능성 검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슈가 되고 있다. 당시 일본은 한반도 남단을 잇는 191km의 터널을 짓기 위해 한일 양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1986년 첫 삽을 떴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 1993년 김영삼 대통령,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모두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노 대통령은 2003년 고이즈미 총리와 새 정부 출범 후 첫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한일 간에 해저터널을 뚫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왔지만, 북한 때문에 실감을 잘 못하는 것 같다”며 “북한 문제가 해결되면 해저터널 착공 문제가 경제인들 사이에서 다시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7년 해저터널 관련 한·일 국제 심포지엄을 부산에서 개최했고, 허남식 부산시장은 건설 문제를 공론화시킬 생각이라고 전했다. 2009년엔 이명박 대통령이 한·일 해저터널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2011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국토해양부의 발표로 분위기가 식었다. 시간이 흘러 통일교가 다시 불씨를 지폈다.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이라는 교리를 꿈꾸는 통일교 측은 2014년 9월 한·일 해저터널 대마도 조사 사갱 기공식을 열었고, 이것을 본인들이 운영하는 언론 「세계일보」를 통해 보도했다. 이어 “(통일교) 문선명 총재가 한·일 해저터널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한국에는 세계평화터널재단을, 일본에는 국제하이웨이재단을 설립해 각각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고 설명했다. 통일교의 탄력을 받아서일까. 2017년 서병수 부산시장은 ‘2017년 정책콘서트’에서 서부산권 발전 전략의 하나인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기초연구용역을 3월부터 1년간 수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2019년 3월 28일 한·일 해저터널 건설 사업은 실효성이 없어 중단한다고 알렸다. ‘뚫자’와 ‘말자’의 줄다리기가 끝나지 않는 상황에 2021년 말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일 해저터널이 키워드로 떠올랐으나 금방 시들해졌다.

한·일 해저터널 다양한 밑그림은 그려져
경제성 문제로 실현 가능성엔 물음표

 

▲한·일 시민단체 등을 통해 제시된 노선안 (출처: 국토해양부)


결정된 사안 없이 탁상공론만 이어졌지만, 40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밑그림은 그려졌다. 현재 구상 중인 한·일 해저터널은 ▲한국의 거제시 일운면 ~ 일본 쓰시마 섬(對馬島) 남부 ~ 이키섬 ~ 사가현 가라쓰(총길이 209㎞) ▲거제시 남부면 다포리 ~ 쓰시마 섬 중부 ~ 이키섬 ~ 가라쓰(217㎞) ▲부산 영도 ~ 쓰시마 섬 북부 ~ 이키섬 ~ 가라쓰(231㎞)를 잇는 노선 등으로 알려졌다. 터널의 형태는 안전성과 비용 등을 고려해 ‘철도 전용 터널’이 유력하다. 자동차도 운행할 수 있는 ‘철도 도로 병용 터널’, 자동차와 화물차를 운송할 ‘카트레인 터널’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 ‘일한터널연구회’ 측은 해저터널 건설비가 최소 100조 원에서 최대 2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로 사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되지 않아, 최적 노선과 건설비 등이 최종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한·일 해저터널 사업이 실현 가능성 없어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통일교가 한·일 해저터널 집착하는 이유

경제성 없다는 정부 기관의 조사와 달리 통일교는 한·일 해저터널 사업에 계속 집중했다. 한·일 해저터널 등 문선명이 주창해온 세계 고속도로망 연결을 이루기 위해 설립된 “세계평화도로재단(한국회장 송광석)”은 ‘해저터널의 세계적 건설 추세와 한·일 해저터널’을 주제로 ‘2021 해저터널 공동 심포지엄’을 지난해 3월 31일 개최했다. 같은 해 3월 21일엔, 대한민국 제5지구(영남권)와 일본 제5지구(규슈권) 회원 10만여 명이 공동 온라인 줌(ZOOM)으로 희망전진대회를 개최했다. 행사 당시 통일교는 양국 5지구가 한·일 해저터널의 조속한 건설을 한·일 당국에 촉구하기 위한 1000만 명 서명운동을 공동 추진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통일교는 이 외에도 2016년 11월 현 통일교 총재 한학자와 함께 일본 가라쓰 한·일 해저터널 조사 사갱을 방문했다. 당시 공사현장 600m 부분 앞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또 2017년, 2018년, 2019년엔 각각 국내 신도들을 동원해 해저터널 견학을 다녀오며 완강한 뜻을 비춰왔다.
 

▲2016년 11월 4일 한·일 해저터널 카라츠 현장 지하 600m 지점을 공개한 통일교 (통일교 홈페이지)


그러나 통일교 측은 2016년 한학자 방문 당시 공사현장 600m 부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것 외에 보여주는 것이 없다. 유관기관을 동원해 학술대회를 열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지만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이러한 정황을 볼 때 추상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신도 규합과 헌금을 유도하는 효과를 얻으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일각에서는 투자 유치를 위한 사기극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한·일 해저터널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해 보인다. 매번 이번엔 가능하지 않을까,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기다려왔다. 그러나 강산이 네 번 변했을 시간이 흘렀음에도 마땅한 결론이 없다. 한·일 해저터널은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평화를 위함인지, 교리 완성을 위함인지, 신도 규합을 위함인지, 아니면 투자 유치를 위한 사기극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이제는 그냥 희망고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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