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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에세이 - 내가 검사를 그만둔 이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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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존재하는닉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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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디씨 홍준표 의원 에세이 갤러리

2009년 0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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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사를 그만둔 이유

  1995년 8월 11일, 김영삼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이 연례행사처럼 반복 실시해 오던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조치를 단행했다. 이번의 대사면은 광복 5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분을 달고 그 범위가 크고 넓어 많은 사람들이 감옥의 문을 열고 밝은 태양이 비치는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또 많은 사람들이 공민권을 회복하여 근신해야 할 죄인의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정치인의 자리로 되돌아와 자신들이 마치 양심수로 투옥된 양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풀려 나거나 복권된 사람들 중에는 법적으로 사면이 될 만큼 형기를 채우고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한 죄수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부패 권력을 타고 앉아 공금을 횡령하거나 거액의 뇌물을 받고 부정과 결탁함으로써 국가 사회와 역사에 큰 해악을 끼친 정치인, 공직자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온갖 폭력적인 협박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정글 속에서 천신만고 끝에 솎아내어 법의 심판대에 세웠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김영삼 정부가 특정 지방의 지역 정서를 고려하여 '대화합의 차원'에서 풀어 주거나 복권시켰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었다. 여권에서는 자신들이 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증거로서 이 사실을 암시하고 과시했다. 입만 열면 법과 질서의 민주 정치를 외쳐 온 야당과 재야에서는 한 술 더 떠 더 많은 인사들이 풀려 나오지 못한 것을 오히려 아쉬워했다. 그리고 국민들도 이 조치를 당연한 일로 받아들였다.

  마치 우리나라의 감옥에는 죄없는 사람들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갇혀있거나 재수가 없어 법망에 걸린 사람들만 우글거리고 있으며 이들을 어떤 명분으로든 풀어 주면 화합이 되고 민주화도 된다는 식이었다.


  누구도 법과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이 같은 특별사면, 그리고 시대착오적인 왕조시대의 유습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더구나 개혁의 기치를 내건 문민 정부가 전 국민의 열렬한 환호 속에 부패 권력자들을 추방한 지 이 년이 겨우 지난 즈음 대통령은 이들을 모두 용서해 버린 것이다.

  검사가 아무리 밤낮을 잊고 때로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불의를 잡아 넣은들 정치권에서 적당한 명분을 세워 곧바로 사면복권해 버리면 검찰 수사 자체가 공허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런 검찰의 수사를 국민들이 믿고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검찰이 곧 공권력 그 자체이므로 이 같은 특별사면은 결국은 국가가 자기 스스로를 부정하는 꼴이다.

  그처럼 잘못된 조치를 아무런 반성도 비판도 없이 해내는 정치 구조를 보면서 나는 머리 속이 복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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