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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의힘, 이름처럼 내일부터 지하철 타라

오주한

英 영화 묘사처럼 대중교통은 민심 집약체

국민의힘서 실종된 듯한 ‘국민’…각성해야

 

“내 고민에 답 좀 해줘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는 2017년 개봉해 제90회 아카데미시상식(Academy Awards) 남우주연상‧분장상 등을 수상한 영국 영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여야대립 속에 나치(Nazi)와의 대결여부를 두고 번민(煩悶)한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생몰연도 1874~1965)의 후반부 생애를 다룬 전기(傳記)다.

 

이 영화에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장면이 나온다. “나치와 화친하자”는 야당공세에 갈피 못 잡던 처칠이 ‘런던지하철(London Underground)’을 타는 신(Scene)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영국은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일본과 함께 ‘사회계급’이 공공연히 존재했다. 영국에는 귀족계급이 존재하며 상당수는 세습(世襲)이 허용된다. 이들은 주로 상원에서, 비록 내각총리는 될 수 없지만, 정치커리어를 쌓는다.

 

귀족들은 젠트리(Gentry)‧중산층‧서민‧빈민층과는 차별되는 영어(Received Pronunciation‧RP)를 쓰기도 한다. 계층 간 괴리감은 록그룹 오아시스(Oasis)의 곡 ‘Don't Look Back In Anger’ 뮤직비디오에서 올려다보는 노동계층과 내려다보는 귀족계층 등으로 묘사된다.

 

처칠도 귀족 출신이었으나 총리로 선출되기 위해 작위를 포기하고 하원에 출마했다. 그래도 출신은 ‘고귀’했기에, 더구나 동서(東西) 막론 권위주의 만연했던 20세기 중반 국정(國政) 1인자였기에, 대중교통 지하철을 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허나 처칠은 수행원도 없이 태연히 열차에 올라 의회가 있는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역으로 향한다. 지상과 달리 차가 막힐 일 없기에 열차는 역을 향해 쾌속운항한다. 처칠을 알아본 시민들은 놀라워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한다. 허나 처칠은 마치 동네 할아버지처럼 인사와 농담 건네 시민들과의 거리를 좁힌다.

 

그리고는 마침내 민의(民意)를 묻는다. “시민 여러분, 내가 큰 고민이 있는데 대답 좀 해줘요. (유럽대륙이 나치 손에 들어간 지금) 지금 심경이 어떻습니까. 이 상황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 있나요” 시민들은 답한다. “이제 끝났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처칠은 다시 묻는다. “하나만 더 묻죠. 만약 저 위 길거리에 적군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겠소” 시민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구동성(異口同聲) 외친다. “파시스트(Fascist)들과 싸워야죠” “빗자루라도 들고” “(영국 자존심인) 피카딜리(Piccadilly)는 못 건드릴 겁니다”

 

처칠은 다시금 신중히 묻는다. “이건 만약인데 우리가 (나치와) 타협하면 어떻겠소. (야당 주장처럼) 유리한 조건으로 히틀러(Hitler)와 평화협정 맺는 건 어떤가요” 시민들은 한 층 분노해 외친다.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처칠은 끝내 눈물 보이며 한 시민의 손을 맞잡아 쥔다. 그리고는 웨스트민스터역에 내려 의회로 입성, 의원들에게 말한다. “지하철 시민들은 내게 말했소. 내가 조금이라도 항복‧타협 운운하면 그들이 날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응전(應戰) 택한 처칠은 미국으로부터 랜드리스(Lend-Lease‧무기대여법) 통과 등을 이끌어내는 등 전쟁을 총지휘해 기어이 ‘승리의 V’를 현실화한다.

 

유권자 중 대다수인 ‘밑바닥 민심’ 집약체

 

작중(作中)에서 처칠 탑승이 이슈가 될 만큼 지하철은 버스와 함께 저렴한 대중교통의 상징이다. 세계 최초 지하철은 상술한 런던지하철로 ‘1863년’ 개통했다.

 

19세기 중반 대영제국(British Empire)은 빅토리아시대(Victorian era) 맞아 최전성기를 누렸다. 자연히 도로는 붐볐고 일자리도 크게 늘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국 내셔널퍼블릭라디오(NPR) 등이 공개 중인 19세기 런던사진 보면 고층건물 사이 거리를 가득 메운 마차 등 행렬이 흔하다.

 

허나 20세기 후반~21세기처럼 근로자 안전망 없는 상황에서 차상위계층(次上位階層) 등으로선 원시적 형태 자동차나 마차(馬車)‧자전거는 사치였기에, 부득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19세기 자전거는 호사품(豪奢品)이었다. 영국 추리소설 셜록 홈즈(Sherlock Holmes) 시리즈의 한 단편집엔, “자전거 좀 빌리자”는 손님 요구에 여관주인이 “그런 사치스런 물건 없다. 말(馬)은 있다” 퉁명스레 답하는 대목이 있다.

 

영국 정부는 근로자‧소상공인들의 원활하고 부담 없는 출퇴근 위해 지하철을 뚫기에 이르렀다. 최초 지하열차는 당대 기술한계상 증기기관(蒸氣機關)을 사용했으며, 따라서 철로는 창문을 못 열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다고 한다.

 

세계 두 번째 지하철은 튀르키예 이스탄불메트로(Istanbul Metro‧1875년), 세 번째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메트로(Budapest Metro‧1896년)다. 미국 뉴욕메트로(New York City Subway)는 1904년, 대한민국 서울지하철은 1974년, 미 LA메트로(LA County Metro Rail)는 1990년에 각각 달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지하철은 세계 최고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뉴욕메트로 이용하던 미 동부인들이 한국에서 놀라는 것 중 하나가, 근래에는 고유가(高油價)로 지하철 이용객이 늘자 뉴욕메트로도 시설개선이 한창이지만, 지하철 역사(驛舍)‧열차 내부의 깔끔함과 완비된 냉‧온방 등 쾌적한 환경이라고 한다.

 

물론 국회의사당역이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 등 출퇴근 시간대 일부 노선(路線) ‘지옥철’이 악명 높긴 하지만, 이는 동서양 막론하고 대중교통의 어쩔 수 없는 문제점이다. 당장 뉴욕‧일본 지하철만 해도 앞 사람을 차량 안으로 구겨 넣으며 꾸역꾸역 타는 모습 볼 수 있다. 지금도 있는진 모르겠지만, 아예 도쿄(東京)지하철 등엔 한국에선 이미 자취 감춘 ‘푸시맨’이 존재하기도 했다.

 

필자도 20대 중후반 ‘한양 상경(上京)’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거리가 짧으면 버스 타지만, 지하철을 애용하고 있다. ‘운전기사님이 알아서 운전해주시고, 차 막힐 일 없고, 요금은 웬만한 점심밥 한 그릇보다도 싸고, 더우면 에어컨 나오고 추우면 온풍기 나오고, 재수 좋으면 앉아서 업무 보거나 잠깐 눈 붙일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이따금 본의 아니게 옆자리 어르신들 대화내용 들으며 현 정치판에 대한 보편적 시각도 확인할 수 있기에 일석이조(一石二鳥)다.

 

“윤심(尹心)만 따라가는 그런 당”

 

28일 여야 국회의원 위크숍이 나란히 열렸다. 국민의힘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강원 원주의 OO밸리리조트에서 각각 모였다.

 

국민의힘 워크숍에선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왔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기현 대표는 모두발언(冒頭發言)에서 “수도권 선거에서 우리가 어렵지 않았던 때가 딱 한 번 빼고는 없지 않았는가” “그만큼 우리가 더 심혈 기울여 수도권 민심(民心) 다가가기에 노력해야 한다” 말했다.

 

이는 ‘수도권 선거는 늘 어려웠다. 따라서 수도권위기론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로도 풀이됐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수도권위기론을 인정하는 것으로도 해석됐다. 김 대표는 “수도권 선거를 갖고 여러 가지 (당내) 논란을 벌이는 건 매우 건강한 논쟁”이라고도 덧붙였다.

 

지나친 패배감도 안 되지만 지나친 낙관론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발언 의미가 후자(後者)라고 가정할 때, 김 대표 신중론은 환영할 만하다.

 

허나 아쉬운 건, 탁상(卓上)이 아닌 지하철 등 국민들 사이로 나아가 민의를 직접 청취하는 자세다. 물론 정치인이란 직업에 대해 애증(愛憎)이 교차하기 마련인 만큼 경호상 안전이 우려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지지를 먹고 산다.

 

지지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 국민 무서워 지하철 못 타겠다는 건, 고객에게 음식 팔아 먹고 사는 요리사가 고객평가 무서워 프라이팬 못 들고, 종업원은 클레임(Claim) 무서워 서빙 못 하겠다는 소리와 다름없지 않나 싶다. 민심과 괴리 생기면 “경호상 잼버리 외곽서 공짜 숙박” “들켜서 뒤늦게 정산 중” 논란의 여성가족부 같은 기막힌 사달이 나게 된다. 더구나 여당 당명(黨名)은 ‘국민의힘’이다.

 

해당 워크숍에서 김병준 한국경제인협회 고문은 “당(黨)이 정치적 이해관계 앞세워 윤심(尹心)만 따라가는 그런 당으로 보이니까 마치 대통령이 ‘엄석대’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작심발언 내놨다고 한다. 정치의 근본은 지지다. 지지는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경청함으로써 만들어진다. 기본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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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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