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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길목 통제에 집회 분산·상인 울상 … "선고 늦춰지고 혼란만 길어져"

뉴데일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4월로 넘어가며 정국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31일 헌법재판소 앞은 경찰의 통제로 사실상 '진공 지대'가 되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안국역 인근으로 흩어져 "탄핵 각하"를 외쳤고 상인들은 막힌 길목 앞에서 끊긴 손님을 기다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종전 정치권과 법조계의 예상보다도 훨씬 늦춰진 선고와 강해진 통제 속에 거리의 분노와 피로는 점점 고조되고 있다.

◆헌재 앞 통제에 시민들 안국역 인근으로 … "막을수록 더 크게 외친다"

31일 오전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헌재로 향하는 길목은 경찰 바리케이드와 방호벽으로 차단돼 있었다.

헌재 관계자와 신분 확인을 마친 취재진, 헌재 앞 1인 시위에 참여하는 극히 일부 시민을 제외하고는 헌재 정문 앞으로의 통행이 모두 막혔다. 심지어 헌재 건너편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방향조차 차벽으로 완전히 가로막혀 있다.

재동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 헌재로 향하는 길도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시민의 진입을 막았다.

집회에 참여한 50대 송모씨는 "헌재 앞도 아니고 저 멀리까지 경찰이 길을 다 막아 놓는 나라가 정말 민주주의가 맞느냐"며 "제 멋대로였던 탄핵에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우리가 목소리라도 내보려고 나왔는데 왜 이것마저 막는 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헌재 앞에서는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이 이달 4일부터 매일 릴레이 기자회견과 철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변호인단 기자회견장은 통제 전까지만 해도 탄핵 반대 시민들의 연호로 붐비는 현장이었지만 헌재 앞 통행이 막히면서 이제는 취재진과 일부 시민만 드나드는 조용한 장소가 됐다.

이에 따라 대다수 시민은 안국역 5번 출구 근처로 이동해 집회 참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안국역 5번 출구 인근 수운회관 앞 인도와 2개 차로에는 자유통일당이 신고 인원 3000명 규모의 탄핵 반대 집회를 벌였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행사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시작 세 시간 전부터 자발적으로 속속 모여 "탄핵 각하", "대통령 복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수운회관 옆 인도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만들어 온 쑥떡을 나눠주고 있던 59세 정인숙씨는 "헌재 앞에 모이던 시민들이 흩어지니 마치 세가 꺾일 거라고 기대했나 본데 그건 착각"이라며 "오히려 국민은 더 분노하고 있고 우리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막아도 절대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회가 무르익자 시민들이 더욱 몰려들었고 경찰은 안국역에서 낙원상가 방향으로 도로를 더 열었다. 집회 측은 의자를 추가로 설치해 시민들이 앉을 수 있도록 했다.

◆길 막히자 장사도 막혔다 … 경찰 통제 직격탄 맞은 상인들 울상

"이 일대에서 한두 사람이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수십 수백 명이 이걸로 먹고사는 건데 누가 책임지라고 길을 다 막아 놓나"

통제선과 방호벽이 뒤엉킨 거리에서 장사를 이어가던 상인들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의 길목 차단 조치로 헌재 주변 상권은 하루하루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경운동에서 퓨전 한식당을 운영하는 40대 정모씨는 "평소 같으면 외국인 손님에 일반 시민들까지 몰려 자리가 없을 시간인데 지금은 하루에 몇 테이블 돌리기도 어렵다"며 "장사가 안되는 건 둘째고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한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의 통제를 향한 불만도 털어놨다. "헌재 앞이 좀 혼란스러워도 집회 시민들이 오가던 시절에는 집회 참석하신 분들이라도 찾아주셨다"며 "이제는 주변을 아예 진공 상태로 만들겠다고 하던데 우리보고 그냥 버티라는 거냐"고 말했다.

헌재 인근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도 "요즘 하루 매출이 예전 절반 수준도 안 된다"며 "이럴 바엔 문 닫고 쉬는 게 나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가로막힌 방호벽 사이를 시민들이 오가며 방호벽에 걸려 넘어졌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헌재 앞을 지나던 30대 학부모 김모씨는 "요즘은 등·하교 할 때마다 아이에게 바닥 조심하라는 말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가던 9세 손모군은 "여기는 미로 같아요"라며 복잡한 현장을 표현했다.

집회 현장을 지켜보던 50대 교사 전모씨는 "헌재 앞도 막고 골목도 막고 표현의 자유는커녕 숨 쉴 공간도 없다는 느낌"이라며 "선고는 늦어지고 통제는 세지고 이게 정말 국민이 주인인 나라가 맞는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31/20250331004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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