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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사기·기강은 살아 있어야 한다

뉴데일리

비상계엄에 투입된 계엄군 지휘관들이 국방부와 군 당국의 승인 없이 각종 매체와 접촉해 계엄 당시 상황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다. 국방부와 군 당국은 이들이 대외 접촉 시'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외부와 무분별하게 접촉하도록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비상계엄 지휘관들에 대한 조사팀을 선제적으로 꾸리지 않은 채 언론에 무분별하게 노출했다면서 '국방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나아가 김선호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을 비롯한 일부 지휘관은 군 통수권자가 '제2 비상계엄'을 선포하더라도 지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비역 장성들을 비롯한 전직 군 고위 당국자들은 이러한 총체적인 행태를 '군 기강 문란'이자 '항명'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항명이 반복되면 군 조직의 분열과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김선호 국방부 차관 "대외 접촉 시 관련 규정 준수" 지시

김선호 차관은 지난 6일 비상계엄 관련 원본 자료는 보관하고, 폐기·은폐·조작 행위는 일절 금지할 것을 각 군에 지시했다. 지시 사항에는 검찰 등 내·외부기관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관련 자료 요청에 적극 협조하되 대외 접촉 시 관련 규정을 준수해 시행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러한 지시의 근거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과 '국방홍보훈령'이다. 군인복무기본법 제16조(대외발표 및 활동)에 따르면, 군인이 국방 및 군사에 관한 사항을 군 외부에 발표하거나, 군을 대표해 또는 군인의 신분으로 대외 활동을 하고자 할 때는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방홍보훈령 제20조(대외발표)는 "각급 기관의 장은 소속된 자가 국방전문미디어가 아닌 외부 매체에 평론, 시사 해설, 논문, 세미나 및 대담 등을 발표하거나, 국방전문미디어가 아닌 외부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자 할 경우 제15조의 (보도) 절차를 준용하고, 국방 정책과 관련한 중요사항 또는 대외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경우 국방부 관련 부서장의 사전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계엄군 지휘관들, 규정 무시하고 언론 접촉해 '작전 사항 폭로'

그러나 군 당국에 확인한 결과, 당시 비상계엄 과정에 관련된 지휘관들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언론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통해 계엄 당시 상황과 작전 사항을 폭로했다.

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특전여단 등을 국회로 보낸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예하 병력을 계엄군으로 투입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지난 6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유튜브 채널인 '주블리 라이브'에 출연했다.

이상현 전 1공수 여단장은 같은 날 복수의 언론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김현태 707특임단장은 9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도 입장문을 냈다. 모두 국방부와 군 당국에 보고하거나 승인받지 않고 이뤄진 행위다.

◆전직 軍 당국자들, '軍 기강 문란' 한목소리로 지적예비역 장성들을 비롯한 전직 군 당국자들은 이러한 무분별한 언론 접촉이 '규정 위반'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김민석 서울안보포럼 이사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군인은 허가 없이 밖에 나가 인터뷰하지 못하게 돼 있다. 군 기강이 얼마나 문란해졌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김 차관은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김현태 단장의 기자회견이 부대원들의 목소리를 적절하게 표현할 기회'라고 평가했는데 이 역시 잘못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예비역 육군 대장인 김근태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국방포럼 상임대표는 "군인들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언론에 접촉하니 군 기강이 문란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며 "이 엄중한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은 군인으로서의 기본자세가 안 돼 있는 것이고, 군인 정신이 망가진 것이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과 일(비상계엄)을 도모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비역 장성도 "(지휘관들이) 대중 매체에 임무 수행 관련 사항을 언급함으로써 군 기강을 문란하게 했다"며 "바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할 일이다. 군복을 벗기 전까지는 자신이 소속해 있는 조직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규정을 지키지 않는 지휘관을 보고 부하들도 따라 할 것이다. 군인들이 마이크를 잡고 한마디씩 하면 군이라는 조직은 운영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군 당국에서는 이들의 무분별한 언론 접촉이 규정 위반인지를 놓고 판단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국방 정책 등과 관련해 개인 의견을 내는 것이라면 별도의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개인의 고충과 관련한 사안을 얘기하는 것이므로 자신을 변론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2 비상계엄 선포 시 지시 거부' 발언은 항명이자 내란의 단초

김 차관과 지휘관들의 '제2 계엄 선포 시 지시 거부' 발언도 군 통수권자에게 대한 사실상의 항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 차관은 지난 6일 '비상계엄 관련 국방부 입장'을 통해 "(2차) 계엄 발령에 관한 요구가 있더라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를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차관은 자신의 판단하에 이러한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일 '주블리 라이브'에서 곽 전 사령관은 "일단 그런 일(제2 비상계엄)은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설사 그런 지시가 있더라도 그와 같은 지시는 제가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도 "수방사는 기본 임무가 수도 서울의 시민을 지키는 것이다. 어떤 불법적이고 적절치 않은 것은 절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이들의 '제2 계엄 지시 거부' 발언에 대해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랬겠지만 굳이 그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며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다는 것이 군인의 기본자세"라고 꼬집었다.

한 예비역 중장 A 씨는 이를 사실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A 씨는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말을 입에 담는 그 자체가 군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군은 취사선택의 자유가 있는 곳이 아니다. 대통령, 국방부 장관,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정상적인 지휘 계통을 따라 내려온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건 항명이다. 그 항명이 반복되면 바로 내전이 발생한다. 정부군과 반군이 나눠지는 최초의 시작은 항명이다. 아주 지극히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군인이 '지시를 거부하겠다'고 말하면 국민은 더 불안해한다. 국민은 어떤 상황에서도 군대가 흔들리지 않아야 확고한 안보 태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며 "명령을 받은 군인이 판단해서 거부한다고 하면 말도 안 된다.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도 법에 명시된 사항을 무시하고 감정적으로 처리하면 나라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런 것을 획책하는 것이 바로 내란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야당의 독재로) 국정 운영이 안 되겠다고 판단해 최후의 수단으로 계엄을 발령하는 것은 내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국방부, 비상계엄 관련 현역 군인들에 대한 조사팀 꾸렸어야"

국방부 '책임론'도 제기됐다. A 씨는 "국방부는 비상계엄과 관련해 군 현역 군인들이 관련되는 사항에 대해 신속히 조사팀을 꾸려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서 밝혀야 한다"며 "국회에서 나오라고 채근할 때는 '지금 조사 중이다. 조기에 그 중간 결과를 말씀드리겠다'고 해야 한다. 관련자들이 개별적으로 언론과 국회에 나가서 중구난방으로 떠들게 내버려두고 있는 것은 국방부도 진짜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혀를 찼다.

이어 "이러한 사태는 그간 보수정권과 진보정권이 군을 너무 정치 집단화한 결과다. 보수와 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정권을 잡으면 가장 먼저 손 본 것이 군이었다"며 "권력의 수단으로 군·경을 활용하다 보니 수뇌부는 어느 정치 집단이 자신에게 유리한지에 따라 줄을 서며 권력을 따라가는 습성이 생겼다. 군은 소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집단'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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