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물가변동 영향을 제외한 실질 계절조정치로 전기대비 0.7% 감소하고 연율 환산으로는 2.9% 줄어들었다고 현지 매체가 일제히 보도했다. 4년 만에 역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GDP 쇼크'에 따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일본 중앙은행도 고심에 빠졌다. 적극적인 긴축 행보를 보이자니 경기침체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이고, 그렇지 않다면 엔화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닛케이 신문과 지지통신 등은 내각부 발표를 인용, 1분기 GDP 수정치가 전기보다 0.5% 감소해 연율 1.8% 축소한 개정치에서 이같이 하향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성이 과거로 소급해 조정한 통계를 반영한 결과 공공투자 등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1분기 공공투자는 개정치 3.0% 증가에서 1.9% 감소로 돌아섰다. 민간주택 투자는 감소폭이 2.3%에서 2.9%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1분기 내수 기여도는 종전 –0.1%에서 –0.4%로 떨어졌다.
국토교통성이 GDP 기초통계 중 하나인 건설종합통계를 소급해 수정하면서 공공공사 실적이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전기대비 0.4% 감소를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기대비 0.0% 늘고 연율 환산으로는 0.1% 증가한 것으로 하향 조정됐다. 개정치 0.1% 증가, 연율 0.4% 증가에서 둔화했다. 2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점은 변함이 없다.
이에 BNP파리바와 SMBC닛코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대폭 낮추면서 2024년 GDP 성장률이 2020년(-4.2%)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또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BNP파리바는 0.4% 역성장을, SMBC는 0.3% 감소를 예상했다. 두 증권사는 이전 보고서에서 모두 소폭 성장을 점친 바 있다.
최초 발표 수치에서는 개인소비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공공투자만 증가했으나 이번 수정으로 공공투자까지 마이너스로 바뀌면서 '약한 내수'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다.
◇2분기 반등 기대난…일본은행, 금리인상 vs 동결 '골몰'문제는 2분기에 경제가 반등할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가장 큰 요인인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위축됐다는 점이다. 엔저가 장기화하면서 수입물가는 오름세를 보이지만, 임금 상승은 그만큼 뒷받침되지 않아 국민 소비여력이 줄었다.
여기에 순수출까지 감소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1위 도요타의 품질인증 부정행위 발각에 따른 생산‧출하 정지 여파다. 일본 정부의 도요타자동차 계열사 차종에 대한 생산중단 조치는 애초 지난달 종료 예정이었으나, 이달 말까지 연장된 상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의 2분기 GDP가 큰 폭으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일본에서는 개인소비가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최근 달러당 엔화 환율이 161엔을 웃돌면서 37년여만의 '슈퍼 엔저'에 직면해 있다. 경제성장의 관건인 임금 인상을 통한 소비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현지 이코노미스트는 "분기 기준으로 우하향하는 마이너스 기조가 더욱 선명해지면서 현재 상황이 정부가 주장하는 완만한 경기회복인지는 의문"이라며 "일본 경제의 과제가 절약지향으로 인한 약한 개인소비인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달 말 열릴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회의에 쏠리고 있다.
BOJ는 이달 31일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3월에 이어 또 한 번 금리를 인상하거나, 월 6조엔 규모의 국채 매입 규모를 어느 정도 축소할지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금리인상은 부담스럽고, 금리를 동결하면 엔화 약세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은행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닛케이는 "BOJ가 실질임금의 플러스 전환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금리인상을 서두르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케 요시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긴축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은 있지만, 성장률이 하향 수정돼 경기가 지금까지의 인식 이상으로 정체하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국채 매입액 감축과 금리인상의 동시 결정을 단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일본 GDP 성장률만 보면 추가 긴축조치는 어색한 움직임으로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BOJ가 추가 긴축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엔화 가치 하락은 지속할 전망이다.
닛케이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 시기를 모색하는 가운데 BOJ는 흐름을 거스르면서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이라며 "일본 경제의 약세에 초점이 맞춰지면 엔화 약세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뱅가드의 알레스 쿠트니 국제금리책임자는 "BOJ가 국채 매입 규모를 소폭 축소한다고 발표한다면 시장의 실망이 커져 엔화 가치가 급속도로 떨어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달러당 환율이 170엔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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