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숙원 사업인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총선 후 여야 갈등이 지속되는 탓에 법안 통과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가 소집조차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내달 29일까지 법사위가 열리지 못한다면 법안이 자동 폐기돼 22대 국회까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오는 2일 예정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개최를 두고 여야가 팽팽히 대립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도 파행될 공산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건을 정무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 차원으로 '전(全) 상임위 보이콧'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상임위가 파행된다면 법사위에 상정된 사기방지법도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사기방지법은 국가의 사기 예방 및 대응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쉽게 말해 경찰의 사기 범죄 관련 '실시간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핵심 내용으로는 경찰청 소속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을 설치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사기통합신고대응원은 사기 관련 신고‧고발을 통합적으로 받는 '사기 대응 총괄 컨트롤타워'격으로 피해 의심 계좌 신속 차단, 외국 기관과의 정보 공유, 신종 사기 유형 분석 및 정보 제공, 대국민 사기 예방교육 등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경찰청장이 3년마다 ‘사기방지기본계획’을 세워 시스템적으로 사기 범죄에 대응하도록 하고, 법원이 사기 범죄자의 유죄 판결 시 성범죄자처럼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사기방지법은 지난 2022년 8월 발의 후 1년여 만인 지난해 11월 소관위인 행안위에서 수정 대안을 마련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법사위로 넘어간 뒤 현재까지 단 1차례만 논의된 채로 계류 중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당초 "법사위가 열리기만 하면 사기방지법은 무리 없이 가결될 것"이라며 청사진을 그리던 경찰도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하다.
경찰 관계자는 "법안을 만드는 게 경찰청이 꼭 해야 할 의무는 아니지만 사기방지법의 경우엔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안이기 때문에 노력해 왔다"며 "국회 사정 탓에 미뤄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사기방지법 제정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취지나 필요성에는 이미 국민들뿐만 아니라 국회와 정부에서도 크게 공감하고 있다"며 "법안의 틀은 마무리가 됐고 상임위인 행안위에서도 이미 합의가 됐기 때문에 22대 국회로 넘어가도 어렵지 않게 법 제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희근 청장도 지난 1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부처도 (사기방지법 취지에) 공감하고 있고 마지막 단추를 꿰는 일만 남았다"며 "이번 국회 끝나기까지 짧은 시간이 남았지만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혹여 안 된다면 22대 국회에 더 보강해서 반드시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사기범죄는 매년 평균 30만건 안팎이 발생했다. 신고 피해 규모는 매년 무려 20~30조원에 달하며, 신고하지 않은 범죄까지 더하면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전세사기 등 범죄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어 사기방지법 법제화 필요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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