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정쟁 대신 민생과 개혁에 매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1대 국회에 이어 대야(大野)가 된 더불어민주당이 방탄과 정략적 법안이 아닌 경제 위기를 타개할 정책을 내놔야 수권 정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총선 승리 후에도 정쟁을 유발하는 대결 구도를 예고했다.
당 내에서는 채 상병 특검법뿐만 아니라 김건희 특검법, 이종섭 특검법 등도 처리해야 한다면서 군불을 떼고 있다. 정치에 품격 있는 파트너십의 야당은 사라지고 정략적 유불리가 판치는 후진 국회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1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아쉽다"며 "나름 민생 법안도 챙기고 했지만 정쟁이 끊이질 않았고, 21대 국회 업적이라고 할만한 법안도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21대 국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는 다분히 정치적인 요소 뿐이다. 대표적으로 임대차 3법, 코로나 지원금 추경 편성, 방탄 국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윤미향 의원 사태 등이 꼽힌다.
두 차례에 걸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대장동·백현동 등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은 지속적으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해 2월 이 대표의 첫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 139표로 과반(149표)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이에 '방탄 국회'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같은해 9월 또 다시 국회로 넘어온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통과됐지만 민주당은 내부 가결파를 색출하는 등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민주당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의석수를 앞세워 통과시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사용을 유도하기도 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의혹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검법 등 모두 정쟁성 법안으로 평가 받았다.
민주당의 이 같은 전략으로 윤 대통령은 6공화국 헌법 도입(1987년) 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됐다. 야당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을 향해 '불통'을 지적하지만, 실상 근저를 보면 야당의 일탈과 입법 폭주가 대통령실 및 여당과의 소통을 더 힘들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다음 국회는 정쟁으로 소비할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중동 전쟁 영향으로 유가와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배럴당 87달러까지 치솟았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130달러까지 폭등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16일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192석을 확보한 야권이 김건희 특검과 한동훈 특검 등 정략적 공세보다는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2석을 가진 야권이 책임감을 갖고 정책적 주도권을 잡고 국가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급한 의료·연금개혁을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이 야당을 뒤로 한 채 홀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 여야,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특위 구성만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의료개혁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총선도 끝났으니 야당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의료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정부도 야당과 머리를 맞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금개혁 필요성은 여야 모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결국 국민이 낼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것인데, 21대 국회에서 여야는 인기에 영합해 눈치만 보다 4년이란 세월을 허비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늘리는 안(소득 보장)과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안(재정 안정) 등 두 가지 방안을 두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 임기가 45일 밖에 남지 않아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연금 개혁은 22대 국회 초반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며 "지체할수록 죄를 짓는 것인데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야당이 눈치만 보지 말고 국민을 먼저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 수권 정당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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