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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의장협의회, 1박 2일 워크숍에 4천만원 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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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후대세

대구 의장협의회, 1박 2일 워크숍에 4천만원 지출?

n.news.naver.com

구·군의회 예산 관리 사각지대…일정 중 강의는 5시간에 불과
식사·화합 도모·관광 대부분…명확한 지출 내역 없이 사용
매년 600만∼700만원 눈먼돈…의장들 "그간 관행 따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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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대구시구군의회의장협의회 지출 내역 중 일부. 2019년에는 의장협의체부담금 5년 지출 중 가장 많은 금액인 5천604만원이 지출됐는데, 이 중 3천931만원(70.1%)이 외유성 워크숍에 사용됐다. 윤수진 기자

지방 재정을 포함한 국가 예산은 사용 목적에 따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예산이 함부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법한 지출 절차를 따르고 정기적인 관리·감독을 받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대구시구군의회의장협의회가 각 구·군별로 매년 600~700만원을 받아 사용하는 예산은 아무런 원칙과 기준도 없이 의장들의 의중에 따라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사각지대에 놓인 의장협의회 예산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의 전 이월드 방문?…부적절 지출 잇따라

30일 대구 8개 구·군에 따르면 대구시의장협의회 회장은 구‧군별로 2년마다 돌아가면서 맡는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4개 구의회가 돌아가면서 회장을 맡았다. 2018년 상반기에는 북구의회가, 2018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는 중구의회가, 2020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는 동구의회가,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달서구의회가 회장을 맡고 있다.

어느 구·군이 언제 회장을 맡았느냐와 관계없이 모든 시기에서 부적절한 사용처가 확인됐다. 대구 중구에서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제215회 시도대표회의가 열렸던 2019년 상반기에는 행사 준비 비용으로 대부분의 예산이 지출됐다. 2019년 상반기 지출 1천81만원 중 735만원(68%)이 시도대표회의 준비에 사용됐다. 호텔 식사와 대관료에 415만원, 이 외에는 저녁만찬 193만원, 기념품(양말 3종 세트) 54만원 등이 사용됐다.

원칙과 기준에 맞지 않는 지출도 있었다. 8개 구·군 의장 설 명절 선물로 64만원을 사용하고 청년회의소 로타리회장 이취임식 화환으로 각각 15만원을 썼다. 당시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따르면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축의금품을 제공할 수 있다. 이조차도 화환은 1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의회비 집행기준에도 격려금 지출은 현금성 지출인 점을 감안해 의정활동 수행과 직접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만 집행하라고 규정했다.

2019년 하반기에는 경상북도 안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워크숍에 3천931만원을 지출했다. 워크숍 용역비에만 3천360만원이 들었고, 관광버스 대절 245만원, 티셔츠 제작 194만원 등이 빠져나갔다.해당 워크숍은 지방자치법이 규정한 '전문성 확보 노력' 의무에 근거해 추진했으나, 1박 2일 일정 중 정작 주요 강의에 할애된 시간은 5시간에 불과했다. 나머지 시간은 이동, 식사, 화합 도모, 관광 등의 일정으로 채워졌다.

동구의회가 회장을 맡았던 2020년 12월부터는 지출 내역조차 명확하지 않다. 지출 내역에 여비와 교통비를 일일이 명시하지 않았다. 매달 50만원씩 회장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내용만 남아 있었다. 당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요청하자 동구의회 관계자는 "의장협의체 부담금 업무추진비는 지급 내역만 있고 별다른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달서구의회가 대구시의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시기에도 일부 외유성 관광으로 보이는 지출 내역이 남아 있었다. 달서구의회 지출결의서에 따르면 달서구에서 열린 12월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회의에는 607만원이 지출됐다. 이 중 16만8천원이 '이월드 타워 관람'에 쓰였다. 각 시·군·구 의장, 수행비서, 의회 직원 등 24명의 입장료 7천원씩을 의장협의체 부담금으로 지불했다.

◆관행 따라 전국에서 지방 예산 낭비…관련 정부 지침 마련 필요

의장들은 그간 관례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병문 전 북구의회 의장은 "북구가 회장을 맡았던 2018년 상반기는 그 전 관례에 비해 많이 절제해 사용했다"며 "지금 기준으로는 좀 그렇지만 500만원 이상의 이월금을 넘겨줬다"고 말했다.

차수환 전 동구의회 의장도 "설 명절 선물 등은 대한민국 전 의장협의회에서 다 그렇게 쓴다"며 "화환도 출판기념회 등을 하면 전국 의장협의회에서 공히 다 같이 보내주는 것"이라고 했다.

오상석 전 중구의회 의장은 "의원 자녀 혼사가 있으면 의장협의회 명의로 화환이 나갔는데 우리나라 미덕이나 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의원들이) 의장협의회에 소속돼 있으니 10만원정도 화환이 크게 비도덕적이라고 볼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현재 대구시의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해철 달서구의회 의장은 "앞으로는 의장협의회가 준비하는 세미나, 의정연수 등의 계획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계획"이라며 "그간 부적절하게 집행된 부분이 있다면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의장협의체 부담금에 관한 정부 지침을 촉구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의장협의체 부담금은 용도도 구분돼 있지 않고 한도 제한도 없다"며 "업무추진비와는 별도로 호주머니를 하나 더 만들어 쓰는 셈이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석 세금도둑잡아라 사무총장은 "이들이 사용한 내역을 누구든지 볼 수 있도록 결산을 공개하는 방식이 가장 좋은 견제 장치가 될 것"이라며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에서 협의회 기능과 성격에 대해 명확히 규정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전산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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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장협의회 지출 내역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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