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탈당으로 끝내면 꼬리자르기… 민주당 '이재명 리스크' 머뭇거리나? 내부 불만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파문' 핵심 인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탈당을 선언했지만 당내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송 전 대표가 정작 의혹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한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상민 "민주당, 한숨 돌릴 상황 아냐"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송 전 대표의 최근 기자회견에 대해 "본인은 모르는 일이다(라고 했는데) 모르는 일이라고 할 일은 아니다"며 "녹음 파일이 드러났고 상당히 구체적인 대목들을 들어보면 송 전 대표가 관여했을 것 또는 직접 돈 봉투를 뿌렸나, 이런 의심이 강하게 드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진행자가 '민주당이 한숨 돌린 것 같다'고 지적하자 "한숨 돌릴 상황은 아니다"며 "탈당했기 때문에 한숨을 돌린다고 한다면 그건 꼬리 자르기 아닌가?"라도 되물었다. 아직 돈 봉투 의혹의 구체적 진실이 안 밝혀졌기 때문에 '민주당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이 의원은 "윤리감찰원 통해서 하든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제3의 기구를 빨리 구성을 해서 하든 (당이) 자체 조사에 들어가서 자체 자율기능, 정화기능이 작동되도록 해야 되는데 지금까지 그걸 안 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결부돼서 생각하는 견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본인도 사법리스크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송 전 대표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가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당대표, 당 지도부가 있는 이유는 이런 상황들을 헤쳐 나가라고 직책을 주고 권한을 준 것인데 안 한다면 책임을 회피하고 방기하는 것"이라며 지도부의 총사퇴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2일(현지시각)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다만 의혹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 "송 전 대표의 즉시 귀국과 자진 탈당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본인 사법리스크 때문에 진상조사 안하나"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 기구 가동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강제 수사권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당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조사했어야 하는데 시기적으로 늦었다. 이제 와서 진상조사단을 꾸린들 누가 그 진의를 믿어주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금이라도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윤리심판원이 객관적 팩트에 대해 조사를 하면 된다"며 "수사는 수사대로 검찰이 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민주당 의원은 "지도부가 굉장히 안일하게 사안을 보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이번 사태는 민주당이 완전히 폭망하는 정도의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송 전 대표가 탈당했으니까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 이런 스탠스는 상황을 정말 잘못 보는 것"이라며 "최소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에 언급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가 나서서 출당 조치를 해야 한다. 이 대표가 자기 사법리스크 때문에 이걸 못하면 당은 더 수렁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돈 봉투 의혹 관련 '지라시' 명단에 올랐던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저는 돈 봉투를 받은 사실이 결코 없다"며 "민주당 국회의원 169명이 모두 저와 같이 진실을 밝히고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 부패정당의 꼬리표를 떼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재명, '宋 기자회견' 질문에 "김현아는?"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어떻게 봤나'라는 질문에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모르는가?"라고 되물었다.

경찰은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국민의힘 역시 불법 정치자금 관련 의혹이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 대표는 '당 차원에서 자체 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하고 지도부 총사퇴 주장까지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송 전 대표가 귀국하면 만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