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내가 '임시회장'이라는 직함명을 몇 번 곱씹어보면서 문득 "홍반장님은 역시 직함명도 특별하시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시도지사협의회에서는 공석이 발생하여 임시로 회장의 기능을 하는 것을 '권한대행'이라고 했었다. 박맹우 회장이 보궐선거 출마 때문에 울산시장과 회장직을 중도 사퇴(이때 의원직을 사퇴하고 박맹우 시장에게 의원직을 물려준 사람이 울산시장으로 가서 서로 자리를 맞바꾼 셈이 되었는데, 그 울산시장이 바로 김기현이었다.)해서 최문순 강원지사가 회장 권한대행을 맡았고, 김관용 회장이 경북지사 3연임 제한으로 퇴임(후임 경북지사가 이철우 현 회장이라는 점이 공교롭다.)하여 회장이 공석이 되었을 때 이시종 충북지사가 권한대행을 맡았다. 이들은 모두 '권한대행'이라는 직함으로 직무를 수행했었다.
그런데 홍반장님은 어떠신가. '권한대행'이 아니였다. '임시회장'이셨다. 비슷해보여도 권한대행과 임시회장은 그 무게감이 확연히 다르다. 권한대행은 회장이 아닌데 회장의 권한을 대행할 뿐이라는 뜻이지만 임시회장은 회장이되 그 기능을 임시적, 한시적으로 수행하는 회장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뉘앙스상 임시회장이라는 이름이 훨씬 무게감이 있다.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왜 홍반장님께 관례를 깨고 임시회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드렸던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홍준표 시장이 여간 거물급 정치인이 아니셔서 '권한대행'이라는 직함으로 불리기에는 그 이름값이 워낙 크고 격도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장이라는 무게감이 충분한 임시회장이라는 직함이 홍반장님께는 훨씬 더 걸맞다.
홍 시장님은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상 가장 높은 선수(7선)인 상태에서 광역자치단체장에 당선된 분이시며 최초로 2곳 이상 지역의 민선 광역자치단체장을 역임하시는 분이다. (홍 시장님처럼 5선 의원 출신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이 된 사람은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모두 3~4선, 혹은 성남총각처럼 0선 출신이다.) 이렇게 지방자치 역사를 새롭게 쓰시는 홍 시장님은 감히 '권한대행' 정도의 역할을 하시기에는 그 이름값이 너무나 크신 분이셨다. 역시 초거물 대구시장 홍반장님이 최고다. "대구 일만 해도 바쁘다"라는 이유로 시도지사협의회장도 고사하시고 대구 일에 집중하시는 우리 홍반장님, 한 달간 시도지사협의회를 잘 이끌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저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