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는 표의문자인 한자를 쓰는 특성상 실질형태소와 형식형태소의 의미 구별이 명확해서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문장 내에서 문법 요소를 구별하기 쉽다. 的이 우리말의 관형격조사 의, 일본어의 관형격조사 の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런 식으로 형식 형태소로 쓰이는 문자가 정해져 있는데 표음이 아닌 표의문자다보니 뜻을 직관적으로 읽어내는 것도 더 쉬운 언어다. (물론 음을 읽어내는 것은 한국어, 일본어보다도 어렵다.)
일본어는 한자와 가나를 혼용하여 표기하는 일한문혼용체를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先生が晩御飯を召し上がる。
선생님이 저녁 진지를 잡수신다.
라고 띄어쓰기를 안 해도 한자와 가나가 섞여서 그 사이에서 문장 성분 분석이 쉽게 된다.
せんせいがばんごはんをめしあがる。
라고 순수하게 가나로만 쓴 것을 붙여 쓰면
先生画板ご飯を召し上がる。
선생님 화판 밥(?)을 드신다.
라고 がばん이 주격조사 が + 명사 ばん인지 한 단어인지 구별이 안 된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는지 '가방에' 들어가셨는지 구별이 안 되는 격이다. 그래서 일본어가 순일문체를 채택했다면 띄어쓰기가 불가피했겠지만 일한문혼용체를 채택하니 한자를 하나의 문장 요소로서 끊어 읽을 수 있어서 붙여쓰기에도 문제가 없다.
그리고 の가 단어 사이사이마다 끼는 특성 덕분에 の를 기준으로 끊어 읽을 수도 있어서 の가 사실상 띄어쓰기의 대체적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는 가나처럼 표음문자인 한글을 쓰면서도 한자와 혼용 표기를 하지 않는 순국문체를 채택하니 일본어와 달리 띄어쓰지 않으면 한글 문자 사이에서 문맥을 읽기도 어렵고, 중국어 같은 표의문자가 아니라서 실질 형태소와 형식 형태소를 의미에 따라 직관적으로 구별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한국어는 순국문체 + 표음문자라는 특성상 띄어쓰기를 해야만 하고, 일본어는 일한문혼용체 + 표음문자, 중국어는 순한문체 + 표의문자라는 특성상 띄어쓰기를 안 해도 읽기가 쉬운 것이다.
다만 조사는 붙여 써도 앞에 붙은 단어와 분리하기가 쉽다는 특성, 그리고 조사와 앞 단어가 묶여서 주어, 목적어, 서술어 같은 하나의 문장 성분을 이룬다는 특성 때문에 조사는 붙여쓰기를 채택했다. 조사를 띄어쓰면 오히려 문장 성분 구별이 어려워서 더 이해하기 어렵다.
필자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요즘 하고 있는 야학 봉사에서 어르신들이 띄어쓰기와 붙여쓰기를 어려워하시는 것을 많이 봐서 "국어사전을 찾아보시면 더 쉽다. 우리말은 단어 단위 띄어쓰기를 원칙으로 하되 조사만 예외적으로 단어이면서 붙여쓰기를 하니까 의존명사인지 어미인지 조사인지, 그리고 구인지 합성어인지를 사전에서 찾으면 구별하기 쉽다."라고 설명을 드렸던 게 생각이 나서였다. 그래서 이렇게 창문 너머 미명을 보면서 글을 써봤다. 홍카단 여러분이 국어 사랑에 많은 관심을 주십사 하는 것이 문학도로서의 작은 소망이다.
호머 헐버트 박사가 띄어쓰기 창안하셨습니다.
맞습니다. 국한문혼용체를 쓰던 시기에 헐버트 박사가 한국어 띄어쓰기를 도입하신 덕에 순국문체를 쓰는 지금에도 띄어쓰기가 잘 정착이 된 것이죠. 우리말이 일본어, 중국어와는 달리 띄어쓰기가 더 알맞다는 것을 그 시대에 미리 아신 선각자.
잘 읽었소이다 좋은정보 감사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