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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투구' 하이브 사태 … 'K팝의 미래', 정말 걱정 안 해도 되나 [조광형의 直說]

뉴데일리

자산 규모가 5조 원을 넘어서며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대기업집단' 입성을 눈앞에 둔 '하이브(HYBE)'가 집안 싸움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22일 하이브가 자회사 '어도어(ADOR)' 경영진이 회사를 탈취하려 했다며 내부 감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된 하이브 사태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돌발 기자회견을 거치면서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수일간 양측의 입에서 "주술 경영" "노예 계약" 등 자극적 폭로가 이어지는 사이, 하이브의 주가가 12% 넘게 떨어져 시가총액 1조2000억 원이 증발했다. 하이브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 것.

빌보드 등 외신은 "K팝 권력 투쟁이 벌어졌다"며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특히 외신들은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 간에 있었던 경영권 분쟁과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사태 등을 언급하며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빠른 고도 성장에 수반하는 '부작용'이 이제서야 불거진 것이라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이젠 한국의 K팝이 외형적인 성장에 만족할 게 아니라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충고하고 있다. K팝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선 강도 높은 '경영 내실화'와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견해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25일 사회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민 대표의 기자회견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날 민 대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경영권 찬탈 의혹'을 전면 부인한 뒤 자신이 겪은 하이브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현 멀티레이블 체제로 시너지 내기 힘들어"

민 대표는 먼저 하이브 특유의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레이블마다 PR이나 인사 등의 방법이 다를 수 있는데, 중앙에서 지나치게 통제하고 간섭해 각 레이블의 특성이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체재로 급성장한 회사다.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갖춘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차례로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당초 BTS가 속한 '빅히트뮤직'만 거느렸던 하이브는 플레디스·쏘스뮤직·이타카홀딩스·QC미디어홀딩스 등 국내외 기업을 지속적으로 흡수하며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났다.

민 대표가 이끄는 '어도어'를 설립한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함이었다. 레이블 간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앨범을 만들어 단기간에 매출 규모를 끌어올리겠다는 게 하이브의 의도였고, 이는 실제로 시장에서 먹혔다.

2021년 매출 1조2577억 원을 올렸던 하이브는 2022년 1조7780억 원, 2023년 2조1781억 원 등으로 매년 몸집이 커졌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자산 규모가 5조 원을 돌파하며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기준도 채웠다.

멀티레이블로 가겠다는 건 '복수의 프로듀서'로 레이블마다 특색 있는 앨범을 내겠다는 것. 그런데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그룹'의 총수이면서 특정 레이블을 밀어주는 우를 범했다는 게 민 대표의 주장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의 걸그룹 '아일릿' 앨범을 방 의장이 프로듀싱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가 '르세라핌'과 '뉴진스'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걸그룹에 방 의장이 관여하면서 건전한 경쟁 구도가 깨졌다는 것이다. ◆"방시혁 의장, 산하 레이블 앨범서 손 떼야"

"최고 결정권자는 위에 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서로 건강하게 클 수 있어요."

민 대표는 아일릿이 자신이 육성한 걸그룹 뉴진스를 베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끼'나 '시X' 같은 비속어를 남발한 민 대표는 "방 의장이 손을 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능력이 없어서 손을 떼라는 게 아니다. 의장은 두루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레이블들이 의장한테 잘 보이려고 이상한 짓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고 결정자가 내 새끼는 첫째, 둘째, 이렇게 하면요. 당연히 밖에서 볼 때 누가 '적자'냐, 누가 '서자'냐. 이런 쓸데없는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민 대표는 앨범 안에 '포토카드'를 끼워 넣고, '밀어내기(중간 판매상이 신작 앨범 초동 물량을 대규모로 구매한 뒤 기획사가 팬사인회 등으로 보상해 주는 방식)'를 하는 K팝의 전형적 '상술'도 비판했다.

"한 앨범에 모든 연예인의 사진이 들어가면 CD가 사전이 됩니다. 그런데 가격은 제가 어릴 때랑 똑같아요. 앨범 가격은 안 오르는데 제작비는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죠. 또 '밀어내기' 같은 짓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뉴진스는 사실 그런 것 안 했어요. 밀어내기 안 하고도 이 성적이 나왔어요."

민 대표는 "'럭키드로우'를 소진해야 하고 '팬사인회'도 해야 하고 연예인도 너무 힘들지만, 팬들에게도 큰 부담"이라며 제작사의 수익을 '헤비 팬덤'에게 기대는 관행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지금 앨범 시장이 너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고치기 위해서 뉴진스를 시작해 본 거예요. 이런 꼼수를 부리지 않고 해도 잘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공장처럼 아이돌 앨범 찍어내는 게 문제"

이 같은 지적에 가요계 관계자들은 "민 대표가 현실적인 문제를 콕 집었다"고 인정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K팝 제작 시스템이 여전히 낙후돼 있는 데다, 수익을 얻으려는 발상도 10년 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팬들을 단순히 수익 창출 대상으로만 삼으려 하지 말고, 서로 공생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티켓팅 과정에서 '대리 업체'를 고용하거나 '고액 암표'를 사는 팬들이 있어 쌍방의 피해가 커지는 일들이 많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방 의장에 대해서도 "현역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건 좋지만 수장으로서 다른 레이블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건 문제라고 본다"며 "충분히 사전 조율이 가능한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외부로까지 확산된 점은 조금 아쉽다"고 해석했다.

하이브가 멀티레이블 체제를 구축해 동시다발적으로 공장처럼 앨범을 찍어낸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앨범 제작 관계자는 "한 회사가 하나의 앨범에만 집중해 발매하는 것보다, 산하에 여러 레이블을 거느리고 동시에 앨범을 발매하는 게 수익성 면에선 좋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문제는 산하 레이블이 많아지면 내부 경쟁이 치열해 질 우려가 있고, 이번 경우처럼 아티스트나 앨범 간 유사성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을 보면, 미국 기업들을 제외하고 모두 비슷비슷한 아이돌 가수에 국한돼 있다"며 "장르를 좀 더 다양화하고, 각 사의 경영권과 창작권을 보장해 주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고 충고했다.◆"물타기 기자회견으로 의혹 무마 시도"

20년 이상 내공을 다진 가요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민 대표가 언급한 해묵은 상술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한 방송 관계자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해명성 기자회견을 자청한 민 대표가 '논점을 흐리는 주장'으로 자신의 치부와 의혹을 가렸다는 것이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앨범 제작·판매 관행 등을 꼬집은 건 고도의 물타기 전략입니다. 하이브에서 민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해서 불거진 논란인데, 정작 민 대표는 다른 이야기로 하이브 측에 흠집을 내려 했어요. 회견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면 경영권 탈취 시도는 한 적이 없다. 말장난 수준이었다고 일축하고, 온통 하이브와 방 의장에 대한 불만만 늘어놨습니다."

이 관계자는 "의상부터 말투까지 하나하나 다 의도가 숨어 있는 연출로 보인다"며 "민 대표가 가요계에 큰 화두를 던진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이브가 제기한 여러 의혹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어도어 지분 18%를 보유한 민 대표가 80%를 소유한 하이브를 넘본다는 게 수치상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하이브가 공개한, 해외 펀드 등이 적시된 어도어의 '하이브 이탈 시나리오'를 보면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라며 "장난이라도 자회사 이사들이 경영권 탈취 계획을 논의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이 사실을 하이브가 포착한 이상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멀티레이블은 팝음악의 본고장 미국에서 시작된 체제로 이미 검증된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다만 하이브에서 문제가 불거진 건, 사내 의사결정 구조가 취약하고 지배구조가 탄탄하지 않아,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과 '경영에 간섭하는 것'과의 경계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어도어 경영권을 쥔 민 대표 입장에선 앨범의 발매 시기와 콘셉트 등을 주문하는 방 의장의 지시를 일종의 '간섭'으로 받아들였고, 방 의장은 그런 민 대표를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것으로 간주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양측 간 갈등이 쌓아가면서 하이브가 주장하는 소위 '하이브 이탈 시나리오'가 불거졌고, 양사가 소송과 기자회견 등으로 맞붙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회사 리스크 줄이는 '컨트롤타워' 있어야"

대기업을 지향하는 하이브가 참고해야 할 사례는 '엔터 부문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에 있다.

137개 계열사를 거느린 카카오는 지난 2월 김범수 창업자와 정신아 대표를 공동의장으로 선임한 뒤 황태선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주축으로 하는 'CA 협의체'를 강화했다. ▲경영쇄신 ▲전략 ▲브랜드커뮤니케이션 ▲ESG ▲책임경영 등 총 5개 위원회로 구성된 CA 협의체는 카카오 및 계열사가 신규 투자를 집행하고 지분 매각 등을 할 때마다 이를 면밀히 검토해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186개 계열사를 거느린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며 산하 기업 간 시너지를 유도하고 각종 리스크를 줄이는 중책을 맡고 있다. 두 협의체 모두 '그룹 총수'가 수장을 맡아 수직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자율경영'이라는 미명 하에 자회사의 독단적 일처리를 계속 방기한다면 11개의 레이블을 거느린 하이브에서 언제든 '제2의 민희진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반대로 하이브가 카카오 등의 '컨트롤타워'를 진작에 갖췄다면, 자회사 대표의 입에서 "지분가치 보상을 '30배'로 올려달라"는 과도한 요구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건의 발단은 전적으로 민 대표의 '과욕'에서 비롯됐다. 하이브는 지난해 3월 어도어 지분 20%를 35억 원에 민 대표 측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민 대표가 지분 2%를 어도어 직원들에게 나눠주면서 18%로 지분이 줄었다.

민 대표는 계약상 보유 지분 13.5%를 '풋옵션'으로 하이브에 팔 수 있었는데, 지난해 말 민 대표는 어도어의 지분가치를 올려줄 것을 하이브에 요구했다. 영업이익의 13배를 기업가치 책정 기준으로 삼는 기존 조항을 영업이익의 30배로 수정하는 제안을 한 것이다.

현 계약상 민 대표가 풋옵션을 행사해 현금화할 수 있는 금액은 1000억 원 정도인데, 민 대표의 요구대로 개정하면 민 대표는 최소 3000억 원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연봉만 20억 ‥ 이런 사람이 노예 계약 운운"

이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하이브가 받아들일 리 만무했다. 또한 민 대표가 반발하는 '경업금지 조항'도 회사의 기밀을 알고 있는 임직원이 바로 경쟁사로 가는 걸 막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는 민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하이브의 입장이다. 하이브는 현재 풋옵션이 적용되지 않는 지분 4.5%은 올해 11월부터 매각할 수 있다며 "큰 금액을 보장받고, 내후년 현금화 및 창업이 가능한 조건은 '노예 계약'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 이상으로 숱한 유명 가수들의 앨범을 제작해 온 한 관계자는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뉴진스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그들을 띄워주는 척 했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만 돋보이는 모양새가 됐다"며 "소속 가수를 빛내기보다 자기가 이들을 만들었다는 공적만 강조한다. 제작자는 제작자에서 그쳐야 한다. 스타의 영역을 넘봐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이 관계자는 "장기인센티브는 별도로, 연봉만 20억 원에 달하고 막대한 주식 보상까지 보장받은 상태"라며 "이 정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더 이상 뭘 바라나? 이런 사람이 '노예 계약' 운운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질책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가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 뉴진스, 르세라핌, 아일릿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들 상당수는 아직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할 미성년자다.

1세대 그룹 'S.E.S.' 출신 바다는 이번 사태가 터진 후 소셜미디어에 뉴진스의 신곡 '버블검' 뮤직비디오 장면을 캡처해 올린 뒤 "어른들의 복잡한 이야기들 속에…, 그냥 준비해도 힘든 아이돌로서 앨범 준비가…, 이번에 얼마나 이 어린 친구들이 힘들었을까요"라고 적었다.

이 같은 '악재' 가운데서도 뉴진스는 컴백 프로모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개한 '버블검' 뮤직비디오가 하루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하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뉴진스 멤버들이 이를 기뻐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저들의 속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을 것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음악이고, 누구를 위한 활동인가. 민 대표는 뉴진스를 언급하며 '악어의 눈물'을 흘렸지만, 정작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건 뉴진스 멤버들일지도 모른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5/01/20240501000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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