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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푸바오에 숨겨진 중국 공산당의 '심리전'과 '상술' [N-포커스]

뉴데일리

"미중 회담이 한창일 때 나는 우연히 미국에 있었지만 당초 이 역사적인 사건을 지켜보는 일반 미국 국민은 왠지 냉정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분위기였다. 그것이 일단 판다가 미국에 온다는 소식이 들리고 애교가 듬뿍 담긴 사진이 일반에게 소개되자 양상은 갑자기 바뀌었다."

미국이 적성국가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협상에 나선 1972년 9월 미국에 체류 중이던 일본인 기자 이나가키 모토노부는 당시 미국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1978년 12월 미중 국교 정상화 선언 때까지만 해도 중국에 적대적이던 미국 여론이 판다 '링링'(玲玲)과 '싱싱'(興興)의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유아도해)에 역전되는 순간을 그는 "중국은 무심한 판다를 보내 형용할 수 없는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겠다"고 기록했다.

해맑은 아기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판다의 베이비 스키마는 친중 성향의 마잉주가 대만 총통에 선출된 2008년에도 힘을 발휘했다. 1987년 1월 중국은 '타이완(대만) 동포에게 한 쌍의 판다를 기증하자'(向臺灣同胞贈送一對大熊貓)는 안건을 통과시켰지만, 판다 기증은 20여 년이 흐른 뒤에야 이뤄졌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므로 판다를 유상 임대하지 않고 기증하겠다는 중국의 정치적 의도를 읽은 대만 내 독립세력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은 '퇀퇀'(團團)과 '위안위안'(圓圓), 두 이름을 합치면 우리말로 '한 가족이 모두 모인다'는 의미인 '퇀위완'(團圓)이 되는 판다 한 쌍에 마음을 빼앗겼다.

◆ 미중 수교와 대만 친중화에 활용된 판다의 '소프트파워 '

1972년 미중 수교와 2008년 대만 내 친중 정부 수립 당시 공산권에 대한 대중의 경계심과 반감을 누그러뜨린 것은 판다의 소프트파워였다. 이영섭 건국대 아시아콘텐츠연구소 부소장은 KCI 등재지인 '외국학연구'에 게재된 논문 '이수(異獸)에서 국보(國寶) 사이의 잊혀진 사슬-판다 붐과 판다외교의 탄생 및 변천'에서 "(판다는) 이제껏 적성국가였던 중국의 이미지와 인식을 수정하는 데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 부소장은 "(판다는) 이제껏 적성국가였던 중국의 이미지와 인식을 수정하는 데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 한 마디로 (중국이) 대중적으로 국제무대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데 이미지 변신에 판다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이라며 "중국은 특히 1990년대부터는 평화적 이미지 수립보다도,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적 지향을 관철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고 분석했다.

외교·문화 등의 매력을 매개로 공감과 설득을 유도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연성권력)는 경제·군사력을 매개로 하는 하드파워(Hard Power·경성권력)보다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이 국제외교에서 판다의 소프트파워를 '유화책'의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이유다.

◆ 판다는 '샤프파워' 수단… "판다외교는 심리전이자 인지전, 초한전"

중국의 판다외교는 소프트파워 차원을 넘은 샤프파워(Sharp Power) 차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샤프파워는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 지침에 따라 외교·법률·경제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나라에 은밀하게 침투해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활동을 말한다.

중국은 실제로는 전랑외교(Wolf Warrior Diplomacy)를 하면서 표면적으로는 판다외교를 내세워왔다. 판다외교는 중국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를 갖도록 하기 위한 '심리전'이고 상대국 국민의 우호적 대중(對中)인식 조성을 위한 '인지전'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중화사상에 젖어 들게 하는 '영향력 공작'이자 '초한전'(Unrestricted Warfare)의 일환이기도 하다. 국정원에서 심리전을 총괄했던 한 전문가는 10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판다외교는 동물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공산전체주의 국가인 중국이 정치외교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이례적으로 '판다 팬덤'이 형성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결코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공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20년 7월 한국에서 태어난 판다 푸바오는 대중에 공개된 직후부터 방송 매체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도 동시다발적으로 푸바오의 영상이 올라왔다. 에버랜드 내 판다월드에는 55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SNS에 올라온 푸바오 영상은 5억 뷰를 기록했다. 푸바오 이미지가 들어간 판다 굿즈 판매량은 2023년 5월 이후 60% 이상 증가했으며 온라인 판매량도 4배가량 증가했다.

◆ 판다 외교 성공할까…판다의 소프트파워와 판다외교의 '디커플링'

중국이 판다외교를 통해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불확실하다. 판다의 소프트파워가 중국의 폭압적인 전랑외교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1941년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에서 시작해 미중 수교와 일중 수교가 이뤄졌던 1972년, 후진타오 집권기까지만 해도 판다의 소프트파워는 통했다. 비록 표면적이더라도 주변국들에 유화적이고 개방적이던 중국의 외교기조가 판다의 평화로운 이미지와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이 들어서면서부터 판다의 소프트파워와 중국의 판다외교 사이에 '디커플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홍콩, 티베트, 신장 위구르 내 소수민족의 인권을 유린하고 중국의 국익을 위해 비협조적인 국가에 대대적인 경제 제재를 가하는 등 전랑외교와 금권외교를 펼치오면서다. 2022년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반중 정서가 강하다는 국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푸바오가 '푸공주', '푸뚠뚠'으로 불리며 한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사실도 이러한 디커플링 사례로 볼 수 있다.

◆ '판다 임대모델'에 기반한 '상술'에 대한 의구심과 반감

판다외교가 소프트파워를 발휘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임대모델에 기반한 '상술'에 있다. 중국은 1984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한 뒤 외국에 판다를 기증하는 대신 일정 기간 유료로 대여하는 '임대모델'을 도입했다.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판다를 임대한 국가는 판다 한 쌍에 우리 돈으로 약 13억2000만 원(100만 달러)을 매년 판다보호기금으로 출연해야 한다. 임대 중인 판다가 폐사하면 약 6억 원을 배상해야 하고 '국보'를 훼손했다는 외교적 마찰을 감수해야 하며, 새끼 판다가 태어나면 약 7억9200만 원(60만 달러)을 내야 한다.

시설 구축비와 유지비, 사료비, 의료비, 인건비 등은 별도다. 에버랜드는 판다월드 시설 구축에 200억 원을 투입했고 판다 세 마리(아이바오, 러바오, 푸바오)의 대나무 사료비용으로 1년에 1억여 원을 지출한다.

중국 정부가 판다를 국제자연보전연맹(ICUN) 적색 목록에 유지함으로써 임대료를 많이 받기 위해 판다 개체수를 속여왔다는 주장은 반박되지 못하고 있다. 2006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이클 브루포드 카디프대 교수팀은 판다 DNA를 프로파일링해 분석한 결과 판다 수는 중국이 당시 추정한 1500마리가 아닌 최대 3000마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 '판다 문화 주도권' 확보에 실패한 중국 판다외교의 미래는?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판다 콘텐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이 부소장은 통화에서 "중국은 '생물' 판다를 독점했을 뿐"이라며 "판다는 중국 전통문헌에 구체적으로 기술된 적이 없을 정도로 스토리가 없다. 중국이 판다 콘텐츠 주도권 확보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꼬집었다.

중국에서 수천 년간 인식조차 되지 못하던 "쓰촨 일대 심산유곡의 '이수'(異獸, 보기 드문 신기한 동물)"가 중국 대중에 인식된 지는 백년도 채 되지 않는다. 중국이 판다의 해외 유출을 금지한 1939년까지만 해도 중앙정부는 판다를 '피'(羆)로 표기하고 있었는데, 지방정부가 판다를 '바이슝'(白熊)이라고 지칭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이 부소장은 "중국 내 판다의 부상은 중국의 주체적인 주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 판다에 대한 서구의 관심을 중국이 피동적으로 추종한 것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영화 '쿵푸팬더' 시리즈를 둘러싼 일련의 촌극은 중국이 판다 문화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2008년 미국 제작사인 '드림웍스'가 쿵푸팬더를 선보이자 중국은 국보인 '쿵푸'와 '판다'를 훼손했다고 반발했다. 중국은 3D 애니메이션 '진바오의 모험', RPG게임 '태극판다' 등 제작에 나섰지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자 배를 빌려서 바다로 나간다는 '차선출해'(借船出海) 전략을 썼다. 중국 차이나미디어캐피털미디어는 드림웍스와 '오리엔탈 드림웍스'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쿵푸팬더3' 제작에 참여했지만, 전편의 흥행에는 미치지 못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3/08/20240308003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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