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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웃는 얼굴 두들겨 팬 황제

오주한

‘16500자’ 아부질에 몽둥이로 답례한 주원장

여야 막론 충성경쟁만 성행… 민생 위하기를

 

동서고금 많은 치자(治者)들이 “짐은 백성의 고통을 아노라”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람만큼은 따라 갈 이가 없다. 바로 명태조(明太祖) 주원장(朱元璋‧생몰연도 서기 1328~1398)이다.

 

주원장은 말 그대로 서민 출신이었다. 아니 서민 정도가 아니라 ‘걸인’ 출신이었다. 암군(暗君)을 등에 업은 원(元)나라 관리의 폭정으로 그의 가족은 굶어죽거나 병들어 죽었다. 가세(家勢)가 얼마나 빈궁했냐면 묫자리 쓸 땅도 없어서 가족 시신을 거적때기로 덮어 방치할 정도였다. 통곡하는 주원장을 보다 못한 이웃사람이 한 뼘 땅을 내줘서 겨우 매장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천애고아가 된 주원장은 입에 풀칠이나마 하고자 황각사(皇覺寺)라는 절에 들어갔다. 허나 난세(亂世)에 절이라고 해서 살림이 넉넉할 리 없었다. 그는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자리 삼으며 산을 베개 삼아 유랑걸식하는 탁발승(托鉢僧)이 됐다.

 

굶주림에 허덕이고 도적떼에 죽을 뻔하던 주원장은 반원(反元)세력인 홍건적(紅巾賊)에 말단병사로 들어가 비로소 삼시세끼 먹을 수 있게 됐다. 홍건적에서 오로지 스스로의 능력으로 승승장구한 주원장은 진우량(陳友諒) 등 라이벌들을 무찌르고 몽골족도 몰아냈다. 또 오국공(吳國公) 등을 거쳐 명나라를 건국했다.

 

이러한 주원장이니 그는 무엇보다도 굶주림에 한이 맺혔다. 그는 허례허식을 증오하고 현실적인 것을 중시했다. 2006년 제작된 드라마에서는 주원장이 과거 급제자들에게 공맹(孔孟)의 인문학적 소양 대신 농업‧상업‧공업 특히 농업기술을 익히도록 하는 것으로 각색됐다.

 

자신이 밑바닥인생을 뼈저리게 겪었기에 백성의 주린 배를 채워주고자 했던 주원장은 그 자신도 정무(政務)에 미친 듯 매진했다. 일자무식이었음에도 글을 터득하는가 하면 지난 역사를 탐독하며 치국안민(治國安民)의 묘책을 찾으려 했다. 또 재상을 두지 않고서 자신이 직접 매일 전국에서 올라온 수백 개의 상소를 처리했다. 어떤 때는 8일 동안 ‘1600여개’의 상소에 적힌 ‘3000여건’의 일을 해결했다고 한다.

 

자연히 그는 앞뒤 다른 간신배들의 입에 발린 아첨을 증오했고 아첨을 들을 시간 따위도 없었다.

 

일설에 의하면 어느 날 형부(刑部)에서 근무하던 여태소(茹太素)라는 자가 상소를 올렸다. 그런데 글이 지나치게 길었다. 주원장은 평소 쓸데없이 종이 낭비하는 걸 매우 싫어했기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주원장의 심기를 결정적으로 건드린 건 신들린 듯 적혀 내려간 ‘아부’였다. 상소의 90%가량은 “우리 황제 만만쉐. 나 이뽀?” 식이었다. 씩씩거리며 정확히 ‘6370자’까지 아부를 읽어 내려간 주원장은 혈압이 터졌다. 그리곤 여태소를 불러다 다양한 기교로 마구 두들겨 팼다. 알궁둥이로 어지러이 몽둥이를 받아낸 여태소는 쌍코피를 쏟으며 뻗어버렸다.

 

여태소가 앰뷸런스에 실려 간 뒤 주원장이 상소를 다시 펼쳐들자 아부는 무려 약 ‘16500자’까지 이어졌다. 이후에야 비로소 정책 건의가 500자가량 나왔다. “정책만큼은 그럴싸한데” 여긴 주원장은 구급차 유턴 시켜 여태소를 불러온 뒤 “다시는 이 따위 아부질 하지 마라. 건의는 받아들이마” 말했다고 한다.

 

주원장은 반원전쟁에서 공 세웠으나 이후 아첨꾼‧탐관오리가 된 남옥(藍玉)‧호유용(胡惟庸)‧이선장(李善長) 등을 모조리 멸족하는 등 조정 기강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오로지 나라와 백성을 위해 헌신했다.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판에선 여야 막론 ‘백’ 업고 출세가도‧가렴주구 노리는 아첨꾼들이 난무하고 있다. 반대의 경우는 소수에 그친다. 주원장 같은 리더십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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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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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동아리
    2024.03.10

    우선 떠오르는 애가 예찬이네요 ㅋ

  • 서울동아리
    오주한
    작성자
    2024.03.11
    @서울동아리 님에게 보내는 답글

    반찬인지 누구인지 특정하진 않습니다만, 워낙 재활용불필요품들이 많아, 혹 찔리는 분은 문양산처럼 이름 걸고 고소하시길. 비닐하우스 잡초들 세상 어떤 곳이라는 거 제대로 맛보게 해드리려 합니다. 부산 고졸 대한민국 연애 골고루 엿먹이는 반찬씨 아니 난규씨. 저는 부산에 고졸에 대한민국에 집안 백없고 난규도 뽕도 안 하는 저 여야 쓰레기들에 의한 여느 평범한 현 시대의 반사피해자 난닝구(보편적 표현입니다. 친일파라서가 아니라) 아재입니다. 직업은 대북정보 거쳐 정치부 필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