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김‧푹스 사건 등 우방국 간 첩보전은 일상
국가존립 위협하는 적성국 자생간첩들이 더 문제
영국은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로 묶인 미국의 최우방국이다.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들은 수집한 각종 기밀정보를 공유하면서 끈끈한 우정을 과시 중이다. 그런데 이러한 미‧영도 음지에서 치열한 상호 첩보전을 펼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냉전 당시 역사를 바꾼 핵(核) 스파이 사건이다.
대영제국 식민지로 시작한 미국이 독립하자 영국은 19세기 초 미영전쟁을 벌이는 등 북미대륙을 끊임없이 노렸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영은 협력관계로 돌아섰으며 핵개발에서도 힘을 합쳤다.
다수의 영국인 학자들이 로스 앨러모스(Los Alamos) 등 미국 내 폐쇄도시에서 맨해튼계획(Manhattan Project)의 완수, 즉 성공적인 핵분열을 위해 미국인 학자들과 머리를 맞댔다. 마침내 노력은 결실을 맺어 인류 최초의 핵무기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広島)‧나가사키(長崎)에서 거대한 불기둥을 일으켰다.
미국은 핵기술이 타국, 특히 공산권에 넘어가지 않도록 1946년 맥마흔법(McMahon Act)을 통과시키고 기밀을 엄수했다. 당시 상원의원이자 원자력특별위원장이었던 B.맥마흔이 발의한 이 법안은 핵물질‧핵기술의 해외 이전 금지가 골자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같은해 서태평양 미크로네시아 마셜제도 북부의 비키니 환초(Bikini Atoll) 등지에서 공개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공산권을 압박했다.
그런데 히로시마원폭으로부터 불과 4년 뒤인 1949년 소련이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Semipalatinsk)에서 첫 핵실험을 단행해 미국을 경악케 했다. 발칵 뒤집힌 미 정보당국은 즉각 기술 유출 경로를 추적했다. 마침내 독일 출신의 영국인 물리학자 클라우스 푹스(Klaus Fuchs‧1911~1988) 등을 용의자로 지목하고서 법정에 세웠다.
수사 과정에서 영국도 미국에 적극 협력했다. 스파이 혐의로 기소된 푹스는 재판 끝에 기밀준수 서약 위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4년을 선고받았으며 영국 국적이 박탈됐다. 미‧영은 방첩에서도 끈끈한 관계를 과시했다. 하지만 푹스 검거로부터 약 60년 뒤 놀라운 비사(祕事)가 드러났다. 푹스가 소련뿐만 아니라 ‘영국’에게도 핵기술을 몰래 넘긴 정황이 기밀 해제된 자료에서 확인된 것이었다.
사실 맥마흔법 대상국에는 영국도 포함돼 있었다. 미국이 조만간 완성된 핵기술을 공유할 것이라 철썩 같이 믿고 있던 영국은 이러한 ‘핵통수’에 대로(大怒)했다. 영국은 맥마흔법 통과 당해에 자체 핵개발에 착수했으며 먼저 맨해튼계획에 참여한 자국 학자들부터 철수시켰다. 푹스는 귀국 과정에서 핵탄두 설계도 등을 은밀히 챙겼으며 이를 영국 정보기관에 전달했다.
2017년 ‘세계를 바꾼 스파이 : 클라우스 푹스, 물리학자이자 이중스파이’를 출간한 영국의 군사저술가 마이크 로시터(Mike Rossiter) 등에 의하면 이러한 미‧영의 비사는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독일‧러시아 기밀문서에서도 확인됐다고 한다. 즉 미국도 이미 푹스 수사과정에서 그가 영국에 핵기술을 넘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는 푹스가 석연찮은 이유로 스파이가 아닌 기밀준수 위반으로 처벌받은 점이 뒷받침한다. 당시 시대상 미국이 푹스를 간첩으로 규정할 경우 “영국은 동맹국이 아니다”고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볼썽사납게 대립한 미‧영이었지만 물밑에서만 고성 지르며 기싸움을 벌였을 뿐 대외적으로는 손을 맞잡고 여전히 강력한 동맹관계를 과시했다. 소련‧중국이라는, 어마어마한 병역자원과 자유‧민주에 대한 증오와 핵무기로 무장한 주적(主敵)세력이 존재하는 한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근래 미국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일부 야당은 반미(反美)를 선동하는 듯한 태도로 정부 책임으로 몰아가는 반면 대통령실은 사실여부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의혹 진위여부를 떠나 중요한 건 미‧영의 사례처럼 첩보전은 우방국 사이에서도 늘상 있어왔다는 점이다. 필자는 과거 대북방송에 종사하던 시절 미국에 출장 가는 우리 정보당국 인사들을 자주 접했다. 1996년에는 한국에 각종 미 해군 정보를 보내오던 재미교포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이 미 연방수사국(FBI)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으로서는 충분히 노발대발할 일이었지만 한국에 별다른 큰 공식항의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
도청 의혹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정쟁화하고 나아가 동맹을 이간질하려 하는 듯한 태도의 일부 세력이다. 이 세력은 불법 대북송금 연루 의혹에 휩싸였지만 사과 등에서 일언반구(一言半句)조차 없다. 전국 도처에서 존재가 드러나는 각종 간첩단에 대해서도 함구 중이다.
할슈타인 원칙(Hallstein Doctrine) 대신 동방정책(Ostpolitik)을 추진한 서독의 4대 총리 빌리 브란트(Willy Brandt‧1913~1992)는 새 시대의 아이콘 같은 인물이었다. 동방정책은 동독‧소련 등과의 관계 개선이 골자다. 그는 총리가 되기 전에는 서독의 탈(脫) 미국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란트의 비서 귄터 기욤(Günter Guillaume)이 동독 스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서독인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이들은 서독의 각종 정보를 동독에 유출하는 한편 서독을 내부에서부터 사상적으로 무장해제시키려 했다. 단순히 핵통수에 서운해 하고 정상회담 질문지 등을 궁금해 하는 우방국 스파이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악랄한 게 나라를 송두리째 갉아먹는 적성국 자생(自生)간첩이다.
요즈음은 북한보다는 중공의 사주를 받은 간첩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야당은 아예 관심이 없고, 여당은 북한 간첩에 집중하느라 중공 간첩을 소홀히 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중공은 초한전(超限戰)이라는 전쟁범죄를 벌이고 있어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 할 것 같습니다.
북중러가 한 몸으로 움직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요. 이를테면 북한은 행동대장, 러시아는 (물건 대는) 물주, 중국이 최종보스이지 않을까 합니다. 이들의 사주로 대한민국을, 다시 말해 선량한 다수를 해치는, 좀먹는 세력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소견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박정희대통령 시절 청문회까지하고 지랄했습니까.
그래서 프랑스·이스라엘 등은 (물밑에서 미국과 비공식 접촉 중인 것으로 추측되지만) 공식적으로 진위여부 확인이 우선이라고 하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데, 우리는 수십년 전 사례를 다시 끄집어 내 전세계에 보란 듯 홀로 대미 청문회라도 하자는 말씀이신지요.
마치 수십년 째 푸에블로호 사건 등을 공개적으로 우려먹으면서 미국을 비난 중인 북한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비속어 사용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동맹이라도 할 것은 해야지요. 그리고 언제까지 미국에 매달려 안보를 뒷전으로 할 건가요. 미국이 핵강대국이 다 되어가는 북괴를 상대로 싸울 것 같습니까. 자유중국을 보세요. 미국이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어떻게 자유중국의 안보와 국방을 망가뜨렸는지. 오죽했으면 국민당이 친중을 하겠습니까.
국민당이든 어디든 대미 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가면서까지 그러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북중러 기타등등만 빼고요.
저도 맹목적인 대미 사대주의자는 아닙니다만, 칼럼에서 썼듯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더라도 미영처럼 물밑에서 해야죠. 미국에게 국제적 망신 주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러면서 안보자주권을 챙기기 위해 우리만의 협상력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를테면 박정희정부 당시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시도에 대한 '한국 핵개발 시도' 물밑 맞대응 협상처럼 말입니다.
외교는 감정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자주권을 챙기더라도 미국이 할 말이 없게 만든 후에 챙겨야한다고 봅니다. 안 그러면 돌아오는 건 고립과 공산권의 오판입니다.
미국에게 공식항의한들 미국이 전세계 앞에서 "우리가 도청했다. 아 미안하다" 할 리도 없고, 돌아오는 건 한미관계 파탄과 한국 고립과 북중러의 박수소리밖에 없습니다.
미국과 사실상 이혼하고 각방 쓰면서 우리 독자 핵개발에 착수한들 그게 하루아침에 될 일도 아니고요.
영국처럼 물밑에서 핵개발 등 안보자주를 꾸준히 조용히 추진하면서, 그게 현실화될 때까진 침착하게 대응해야 된다고 봅니다. 안타깝지만요. 물론 안보자주 뒤엔 미국과 대놓고 싸우자는 얘긴 아닙니다.
제가 치열하게 생계에 종사하다 보니 정신 없어서 아까 미처 빠뜨렸습니다만, 도청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이니 진위여부 확인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나 좋은 글입니다!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런 사실을 국민들이 좀 더 알고 널리 퍼져
안보에 관심을 가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소견이었습니다. 짧은 식견에 글이 길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명분으로 서로 조심하자면서도 미국한테서 북중 정보 좀 얻어내고 외교적 이점도 얻어내는거죠. 그게 외교안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