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는 보수주의고, '가장 가난한 자의 행복을 높이는 것만이 사회적 후생(welfare)의 개선'이라는 롤스주의를 진보주의라고 평가한다.
이념성향을 구분하자면 소득의 성장을 우선하는 우파는 보수적이고 소득의 분배를 우선하는 좌파는 진보적이라는 것인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사고의 기저에는 '성장과 분배의 상충관계'가 존재한다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러한 상충관계가 실증된 적도 없고 우파철학이 약자를 외면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빈곤은 '소득, 교육, 건강으로부터의 박탈'을 의미한다.
예컨대, 생산가능인구의 10%가 소득으로부터 박탈돼있다면 나머지 90%가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하는데 그래서는 효율성도 없고 성장도 저하된다.
박탈된 10%를 구제하여 생산활동의 유인을 제공하면 생산가능인구의 누출없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으므로 성장의 지속이 가능하다.
논리적으로는, 성장과 분배가 상충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는 매년 3월말을 기준으로 전국 약 20,000가구의 대표본을 대상으로 가계의 자산, 부채, 소득, 지출 실태를 조사한다.
2만가구의 대규모 표본을 조사함으로써 소득계층별 가계소득분포를 살펴보는데는 국내에서 가장 신뢰성 높은 데이터이다.
먼저, 소득 5분위배율부터 간단히 살펴보자.
5분위배율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것이므로 배율이 낮을수록 소득이 균등하다.
박근혜정권 당시 시장소득의 5분위배율이 낮았고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배율도 꾸준히 낮아졌다.
문재인정권에서는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배율은 계속 낮아졌으나 시장소득의 5분위배율은 MB정권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시장소득으로부터 처분가능소득으로의 개선효과는 시장소득의 5분위배율을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배율로 나누어 측정할 수 있겠다.
개선효과배수가 클수록 시장소득에서 처분가능소득으로 개선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선효과배수의 추이를 보면 한국에서 소득균등도는 꾸준히 개선되어왔다고 하겠다.
5분위배율이나 지니계수는 전반적인 소득균등도를 보여주지만 소득계층별 개선효과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소득형평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계층별 소득점유율에 의한 개선효과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1,2분위를 서민계층으로, 3,4분위를 중산층으로 분류하여 개선효과를 측정하고자 한다.
2011년의 1,2분위 시장소득 점유율은 15%였고 처분가능소득 점유율은 16%로 1%p의 소득개선효과가 있었다.
4분위까지 시장소득 누적점유율은 54%이므로 1,2분위의 점유율 15%를 차감하면 3,4분위 중산층의 점유율은 39%였다.
처분가능소득은 누적점유율 56% - 1,2분위 점유율 16% = 40%의 중산층 점유율을 보였다.
따라서 3,4분위 중산층의 소득개선효과는 40% - 39% = 1%p였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2016년과 2021년의 1,2분위 시장소득 점유율은 15%로서 서민층의 소득점유율은 10년간 정체되었다.
서민층의 처분가능소득은 2016년 18%, 2021년 19%로서 소득개선효과는 3%p, 4%p로 측정된다.
3,4분위의 경우 2016년 시장소득과 처분가능소득 점유율이 41%로 동일하여 중산층의 소득개선효과가 없었다.
2021년은 중산층의 시장소득 점유율이 40%, 처분가능소득 점유율이 41%로서 1%p의 소득개선효과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소득개선효과를 가지고 재분배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데 잘못된 접근이다.
특정 기의 소득개선효과는 당해 기의 재분배정책 효과인지 기존에 남아있는 재분배정책의 잔향으로 인한 것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따라서 재분배정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소득개선 성과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1년~2016년 1,2분위 서민층의 시장소득 점유율은 변하지 않았고 처분가능소득의 점유율은 2%p 증가하여 소득개선효과는 1%p에서 3%p로 2%p 증가하였다.
3,4분위는 소득개선효과가 1%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것은 시장소득 점유율이 2%p 증가함에 따라 처분가능소득 증가분 1%p를 차감하였기 때문이다.
2016년~2021년 1,2분위의 시장소득 점유율은 여전히 정체되었으나 처분가능소득은 1%p 증가하여 소득개선효과는 1%p만 증가하였다.
3,4분위 중산층의 시장소득 점유율은 1%p 감소하였고 처분가능소득의 점유율은 정체되어 소득개선효과가 1%p 증가하는 착시현상이 발생하였다.
몇 가지 시사점을 지적한다.
1. 문재인 정권에서 서민층의 소득개선효과 4%p는 이미 박근혜 정권의 3%p로부터 단지 1%p만 증가한 것이고, 중산층의 소득개선효과 1%p는 처분가능소득 점유율의 불변으로부터 발생한 착시현상이다.
따라서 文정권의 재분배정책은 별다른 성과를 찾기 어렵다.
文정권에서 중산층의 시장소득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하였다.
2.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이야말로 유례가 없는 기만책에 불과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국민소득이 성장한다는 뜻이므로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이 주도해서 소득을 성장시킨다'는 동어반복에 불과한 프로파간다였다.
임금소득을 높여 소득을 성장시킨다는 뜻이라고 했는데 실상 4분위까지 시장소득은 감소하였고 5분위의,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속칭 기득권의 시장소득 점유율만 증가하였다.
보편적 복지를 확대한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대구의 할배가 사망하자 당신 마누라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기행을 보였다.
3. 박근혜 정권에서 3,4분위 중산층의 소득개선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사람들이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벤담이든 롤스든 선의의 사회계획자의 관점에선 보편적 복지가 좋다면서 중산층까지 공공부조 프로그램의 복지급여를 타먹으려는 행태는 가당찮다.
중산층에게 최적의 재분배정책은 세액공제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헤 정권 말기였던 2016년 3,4분위의 시장소득 점유율이 최고였음을 상기하라.
4. 1,2분위 서민층에 대한 재분배 성과는 박근혜 정권이 2%p로서 文정권보다 우수했다.
로렌츠가 묻는다.
누가 롤스주의였나?
누가 서민의 애환을 살펴주었나?
누가 약자를 보호하였나?
박근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