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의혹을 받는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 이정필씨가 항소심에서 변론이 분리돼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는 25일 제8회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권오수 전 도이치 모터스 회장 등 9명에 대한 7차 공판 기일을 열고 공판갱신절차를 진행했다.
공판갱신절차는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 구성원에 변동이 발생한 경우 새롭게 꾸려진 재판부가 사건을 파악할 수 있도록 거치는 절차다.
주가조작 선수로 알려진 이씨는 이날 건강상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지난 4월 3일 심정지가 일어나 일산에 있는 한 병원으로 급히 응급 수송했다"며 "한동안 중환자실에 있다가 최근에 일반 병실로 이동했지만 현재 외부인과의 면회가 일절 금지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진단서와 소견서에 따르면 후유증으로 현재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회복의 정도가 예측되지는 않지만 향후 6개월 정도 입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담당 의사의 소견"이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서는 변론을 분리하고 변호인과 검찰측 의견을 들은 뒤 기일을 지정하겠다"고 답했다.
이씨는 권 전 회장의 요청에 따라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에 '주포'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 핵심 인물이다. 그는 2009~2010년 김 여사의 '계좌 관리인' 역할을 한 의혹을 받기도 했다.
1심은 지난해 2월 이씨가 주포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김 여사가 이씨에게 자신의 증권 계좌를 빌려줬다는 의혹 등을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을 했다. 다만 별도의 부정거래 및 횡령·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심은 "김 여사는 2008년 12월 경부터 구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해 보유했고, 도이치모터스 상장 뒤 1월 경 권 전 회장으로부터 이씨를 소개받았다"며 "이씨에게 자신 명의의 계좌로 주식 매매를 위탁해 이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수주문을 낼 수 있도록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에게 '주식을 관리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이씨를 소개했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다만 "김 여사는 1월 29일경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이씨에게 계좌관리를 맡겼다고 볼만한 증거는 보이지 않으며, (김 여사 계좌는) 이후 주포가 변경됨에 따라 범행 방식이 갱신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통해 재차 위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권 전 회장 등이 2009년 12월부터 3년여간 '주가조작 선수',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공모해 코스닥 상장사인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된 사건이다.
1심은 권 전 회장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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