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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바울에 뇌물 요구한 김인섭 "50%는 이재명·정진상에게 갈 돈"

뉴데일리

[편집자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사건'과 더불어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실체가 여전히 안개속인 가운데 뉴데일리가 개발업자 정바울과 사건 관련자들의 검찰조서를 단독 입수했다. 600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검찰 수사 기록에는 이른바 '내부자들의 거래'가 이뤄진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대표를 향한 의혹의 눈초리가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본보는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사건의 숨겨진 흑막(黑幕)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지난 2021년 가을 단군 이래 최대 토건 비리 사건으로 기록된 '대장동 사태'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일대 개발사업을 두고 민간업자와 공무원, 정치인, 언론·법조계 인사들이 결탁해 청탁과 특혜가 오가며 천문학적 수익금을 거머쥐었다.

당시 성남시장으로 인허가권을 쥐고 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혹의 최정점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의혹 제기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은 성남시의 대표적인 치적'이라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 대표를 둘러싼 의구심들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의혹은 자연스레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진행된 또 다른 부동산 개발사업인 '백현동 사업'까지 번졌다. 민간업자가 과도한 수익을 가져가고 불합리한 사업구조를 성남시가 승인한 점, 그 과정에 이 대표의 측근들이 깊숙이 개입한 점 등 대장동과 백현동은 많은 면에서 닮았다.

백현동 사건에 대한 수사·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와 측근들이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검찰은 백현동 사업에서 브로커로 활약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을 받은 이 대표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을 허가하고 공기업인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배제하는 등 민간업자에 각종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하기 전 백현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의 실소유주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를 모두 9차례 조사했다. 정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가 '숨겨진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김인섭이 '50%는 이재명과 정진상에게 간다'고 말했다"

본보가 입수한 정 대표 3회차 검찰 조서를 보면 정 대표가 검찰 측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조금 더 말씀드려도 되느냐"고 진술한 대목이 확인된다. 정 대표는 "김인섭과 사업 얘기를 할 때 (김인섭이)나에게 '(백현동이)200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사업지냐'고 물었다"며 "김인섭이 '50%는 자기가 먹고 50%는 두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는 검찰의 질문에 정 대표는 "이재명이나 정진상(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정 대표는 당시 조사에서 "김인섭이 2016년 5월께부터 (성남알앤디PFV)지분을 요구하면서 주식매매와 관련한 협의가 진행됐다"며 "그(김인섭)가 50%의 지분을 달라고 하다가 내(정바울) 지분이 46%밖에 안 된다고 하면서 거절하니 나중에는 35%를 달라고 얘기했고 가장 마지막에는 25%의 지분을 달라고 해 협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25% 지분을 얘기할 때도 김인섭이 나에게 '이 돈 나 혼자 먹는 것도 아닌 것 알잖아'라고 말했다"며 "처음부터 (수익금의)50%는 두 사람에게 갈 것이라는 말을 했었기 때문에 나는 두 사람이 당연히 이재명, 정진상이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김인섭이 성남시에서 수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이재명, 정진상 두 사람밖에 없는 것이니까요"라고 강조했다고 회고했다.

정 대표는 김 전 대표가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 성남시 백현동 모 커피숍과 2016년 5월 김 전 대표의 집 거실에서 해당 발언을 했다고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또 김 전 대표에게 뇌물을 건네기 위해 김 전 대표와 시행사 주식매매계약에 대해 협의할 당시 "지구단위계획 입안이 40일 넘게 홀딩됐고 이것이 이재명, 정진상 때문에 홀딩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2016년 5월 김 전 대표가 자신에게 '지분 등기를 보여줄 사람이 있어요'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김 전 대표가)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 지분 내용을 '2층'(이재명 시장실)에 보여주겠단 의미로 이해했다"고 했다.

다만 정 대표는 실제 김 전 대표가 자신의 말처럼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넨 장면을 목격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김 전 대표가)이재명, 정진상에게 돈을 줬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김인섭이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의)선거사무실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말은 들었다"고 강조했다.

◆김인섭에게 사업 지연 항의하자 "진상이가 잘해주려고 그랬대" 회유

정 대표는 지난해 4월 진행된 1차 검찰 조사에서도 이 대표와 그의 최측근인 정 전 실장이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인허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정 대표는 백현동 사업 진행 초기 자연녹지보전지역이었던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기 위해 용도 변경 제안 서류를 성남시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제안이 2차까지 연달아 거절되자 김 전 대표를 성남시청 인근 커피숍으로 불러냈다.

정 대표는 "김인섭을 만나 용도 변경 건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묻자 '잘 돼가고 있다'고 답변했다"며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 점에)너무 화가 나 서류를 탁자에 던지면서 김 전 대표에게 막말을 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 진술에 따르면 당시 김 전 대표는 정 대표의 돌발 행동에 당황하면서 '진상이에게 물어보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20~30분가량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더니 '진상이가 잘해주려고 그랬대"라며 정 대표를 달랬다.

정 대표는 이후 김 전 대표와 논의해 R&D(연구개발) 용지와 주거용지 비율을 기존 5:5에서 4:6으로 조정한 뒤 2015년 1월 3차 용도변경안을 냈고 성남시는 이를 수용한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김인섭이 이재명에게 얘기를 해 해결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차 제안이 거절된 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김 전 대표에게 '법에도 없는데 4:6으로 하면 되겠네요'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며 "이후 김 전 대표 말대로 성남시 도시계획과 관계자가 연락이 와 'R&D와 주거용지 비율을 4:6으로 해서 신청서를 다시 내보라'고 말했고 제안은 그대로 수용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부지 용도 변경 이후에도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배제와 기부채납 비율 축소 등을 김 전 대표에게 청탁했고 김 전 대표는 이를 다시 정 전 실장에게 청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시는 손해를 예상하면서도 해당 사업구조를 그대로 승인했다. 정 대표는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를 확실히 배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 부분에 대해 김 전 대표에게 다시 요구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김인섭, 이재명·정진상을 '2층', '진상이'로 불러

김 전 대표는 오래전부터 이 대표, 정 전 실장과 정치적 교분을 형성하며 각종 선거를 지원하고 이 대표의 성남시장 초선 및 재선에 기여해 큰 신뢰를 쌓은 인물이다. 검찰도 김 전 대표를 성남시의 각종 사업에 대한 인허가 뿐만 아니라 성남시 공무원 인사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해 온 소위 '이재명의 비선 실세'로 보고 있다.

실제 김 전 대표는 정 대표와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줄곧 이 대표와 정 전 실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김인섭은 이재명이 민주당 시장 공천을 받도록 자신이 민주당에 힘을 썼다"면서 "자신이 이재명의 선대본부장을 했고 정진상을 이재명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도 시켜줬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김인섭은 정진상이 부인과 함께 떡시루를 준비해 자신의 집까지 찾아와 큰절을 했다는 말도 했다"며 "이재명이 (성남시)인사철이 되면 직원들의 동향을 자기에게 물어 본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김인섭과 정진상은 동전의 앞뒷면 같은 관계로 서로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가까운 관계였다"며 "김인섭은 평소 이 대표를 '2층'으로, 정 전 실장을 '진상이'라고 호칭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대표는 지난 2월 백현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상태다. 징역 5년은 알선수재 혐의 법정 최고형으로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형량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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