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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접은 현대차의 꿈…市 인허가 다시 밟을수도

뉴데일리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 부지에 짓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높이를 오랜 고심 끝에 절반 가량 줄이기로 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추진한 초고층 '랜드마크' 사옥 숙원 사업을 10년만에 포기한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는 등 절차를 다시 밟을 경우 2026년 준공 목표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7일 서울시에 GBC 건립에 대한 설계변경을 신청했다. 변경안의 골자는 GBC를 50층 내외 타워 2개 동과 문화·편의시설이 들어서는 저층 4개 동 등 총 6개 동으로 나눠 짓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한전이 소유하고 있던 삼성동 부지(7만9342㎡)를 10조5500억 원에 매입한 이후 서울시와 사전협상을 벌여 GBC를 105층(높이 569m) 타워 1개 동, 35층 숙박·업무시설 1개 동으로 짓는 방안을 확정했다.

당시 공시지가는 1조4837억 원에 불과했고 용도 지역 변경을 전제로 실시한 감정평가 결과 감정가는 3조3346억 원이었다. 입찰에 참여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4조 원 안팎의 입찰가를 냈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지만 감정가보다 3배 높은 10조5500억 원에 낙찰돼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한국전력 본사 부지 인수는 그룹의 '제2 도약'을 상징하는 일대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GBC는 그룹의 향후 100년간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하지만 2020년 5월 착공 이후 매년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2021년 초부터 105층 초고층 설계를 70층 2개 동 혹은 50층 3개 동 등으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현대차 측은 이번 설계 변경은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 그룹 미래전략 등을 반영한 실용적이고 지속가능성이 보장된 새로운 공간 계획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초고층 빌딩을 사실상 포기했지만, 아버지의 체면을 고려해 포기선언을 늦췄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물 높이를 기업의 자존심으로 여기던 1세대 재벌회장과 달리 젊은 회장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중심으로 한 실용주의를 선택하고 있어서다.

당초 GBC 사옥 예상 건축비는 약 3조7000억원대지만 설계를 변경하게 되면 건축 비용이 약 1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설계 변경안이 최종 반영되기 위해선 서울시의 승인이 필요하다. 앞서 2021년 시는 현대차그룹이 설계 변경안을 제출할 경우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서울시의회에 검토한 결과, 높이가 20% 이상 낮아질 경우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도시계획인 지구단위계획을 바꾸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이 경우 시 공무원과 시의원, 외부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소집해 심의하고 건축 허가도 다시 받아야 한다. 건물 높이 외에도 건물 구조 등 다른 설계가 큰 폭으로 바뀔 경우에는 교통·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설계변경 신청이 들어와 여러모로 검토 중이어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GBC와 연계된 영동대로 복합개발 등은 별개로 진행 중이어서 크게 차질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GBC 사업은 과거 한차례 무산된 바 있다. 2009년 현대차그룹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소유하고 있던 삼표부지(2만2924㎡)에 110층 규모의 GBC를 건설, 계열사 본사를 한곳에 모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지상 3~5층에 컨벤션센터를 넣고, 6~25층에는 연구·개발센터, 26~110층에는 대형 호텔 및 사무실이 들어서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제안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한강르네상스 사업 일환으로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돼 높이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구상을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2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현대차 그룹의 GBC 건립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서울시가 한강변 건물에 높이 규제를 가하면서 기존 계획대로 GBC를 짓기 어려워진 것이다. 서울시는 2013년 일반주거·준공업 지역에 들어서는 주거용 건물은 35층 이하, 복합건물도 50층 미만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결국 차선책으로 2014년 한전부지를 매입해 GBC의 꿈을 이루는 듯 했지만 사업 추진 10년만에 또다시 포기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GBC 건설과 운영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265조 원에 이르고 121만5000개의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GBC 건설은 국가적 위상이 걸린 중대 사안인만큼 이제와 포기하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2/22/20240222001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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