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민주당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갈등 국면과 현 상황을 비교하며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3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금은 우리당에 (윤-한 갈등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과거 정권 내 1인자와 2인자가 충돌했을 때 결과가 좋지 못했다는 것이 당의 걱정이 좀 덜어지는 부분"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충돌은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총재와의 갈등과 묘하게 닮았다는 것이 야당 내부의 시선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정권 출범 이후 대법관이던 이 전 총재를 감사원장으로 기용했다. 이 전 총재는 감사원장으로 재직하며 신군부 집권 시절에 논란이 됐던 국방부 율곡 사업과 평화의댐 감사를 진행하며 '대쪽' 이미지를 얻기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은 같은해 12월 그를 국무총리에 임명하면서 정권 실세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이 사법원수원 부원장이던 한 비대위원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파격 발탁한 점과 닮았다. 갈등 양상도 유사하다. 특히 김건희 여사 처리 방안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는 상황과 YS의 차남 김현철 씨를 두고 상반된 시각을 보였던 김 전 대통령과 이 전 총재의 모습이 겹친다는 것이 민주당 인사들의 시각이다.
김 전 대통령과 이 전 총재는 수차례 충돌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두고 갈등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이 전 총리는 이듬해 4월 "허수아비 총리는 하지 않겠다"면서 자진 사퇴했다.
갈등은 이 전 총재가 1997년 여당 대표를 맡으면서도 계속됐다. 핵심에는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 씨가 있었다. 현철 씨의 정치권 진출을 지지하던 김 전 대통령과 이 전 총재는 또 다시 충돌했다. 여기에 현철 씨의 개인 비리 의혹이 나왔고, 이 전 총재는 '엄정 대응' 방침을 세웠다. 현철 씨는 1997년 5월 구속 기소됐고, 1999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민주당은 봉합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고 신뢰를 회복할 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이 갈등의 폭을 얼마나 좁히는 지가 당장 오는 4월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의 가족을 두고 대립하는 최고 권력자와 실세의 모습은 결국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다가갈 수 밖에 없다"면서 "신뢰가 회복되는 모습을 순간적으로 보일 수는 있어도 정치적 갈등으로 틀어진 (신뢰 회복은) 끝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과 야당의 이목도 이 모습에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과 이 전 총재의 갈등은 결국 좋지 못한 결말을 맞았다. 김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가 된 이 전 총재를 끝내 지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자였던 이인제 전 의원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한국당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이 전 의원이 국민신당을 만들어 나가자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신당에 합류하고 나섰다. 1997년 대선은 결국 여권이 분열된 '3자 구도'로 흘러가면서 야당 후보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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