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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운하 환수 의지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적인 옵션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NBC방송은 13일(현지시각)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현재 200명 수준인 파나마 주둔 미군을 증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남부사령부는 비무장국가인 파나마에서 군대 역할을 하는 공공부대와의 협력 강화를 포함해 파나마운하 무력 점령까지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이다.
다만 무력 사용여부는 파나마 공공부대와의 협력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군이 검토한 방안에는 미국 선박의 안전한 통행 보장과 같은 기본적인 단계부터 파나마운하의 환수까지 다양한 단계의 목표가 포함됐다.
파나마에 있는 각 항구에 미군 주둔을 늘리는 방안과 운하의 기술적 운영에 미군이 직접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와 함께 파나마에 미군 훈련소를 세우자는 아이디어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999년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파나마에 돌려주기 전까지 이 지역에 정글 전투에 특화된 육군훈련소를 운영한 바 있다.
미국이 파나마운하를 무력으로 환수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백악관이 파나마 주둔 미군을 증강하라고 지시한 것은 전쟁 등 미국에 대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운하를 확보하고, 중국의 접근을 차단할 만반의 준비를 해놓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앨빈 홀시 남부사령부 사령관은 최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파나마운하와 관련한 전략 초안을 보고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다음 달 파나마를 방문할 예정이다.
파나마 정부는 이날 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운하를 수호할 의지를 재확인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하비에르 마르티네스 아차 파나마 외무장관은 기자들에게 보도 내용과 관련해 "파나마는 우리 영토와 운하 그리고 주권을 수호하는 데에 있어 단호한 입장을 유지한다는 것 외에는 더 할 말이 없다"면서 "분명히 하자면 그 운하는 파나마 국민의 소유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마는 운하 때문에 콜롬비아에서 독립해 건국한 나라다. 1903년 콜롬비아 상원이 미국 정부와 체결한 운하개발조약을 부결시키자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군사력을 동원해 파나마의 독립 세력이 건국을 선포하도록 도왔다.
이후 신생 파나마 정부는 미국에 운하의 운영과 관리를 넘겼지만, 1999년 미국으로부터 운하의 소유권을 받았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에서 "막대한 자금뿐만 아니라 건설과정에서 미국인 3만8000명이 희생될 정도로 힘들게 완공시킨 운하를 파나마에 돌려준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프로젝트였지만, 지미 카터 행정부는 1달러에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아닌 파나마에 운하를 넘겼지만, 협정은 매우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미국은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가 중국 공산당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홍콩계 회사 CK허치슨에 2개 항구운영권을 맡긴 점을 문제로 삼았고, 최근 미국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CK허치슨으로부터 항구운영권 지분 90%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중국이 관변매체를 통해 CK허치슨이 파나마운하 항구운영권을 매각하기로 한 결정을 강하게 비난하자 거래 성사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미국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대공보(大公報)는 13일 논평에서 파나마운하 항구운영권 매각 거래를 "전체 중국인을 배신하고 팔아넘긴 것"이자 "미국이 협박, 압박, 회유 등 비열한 수단을 통해 다른 나라의 정당한 권익을 착복한 패권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대공보는 중국 정부 소유로, 중앙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의 통제를 받는 매체다. 홍콩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CK허치슨이 중국과 홍콩 항구를 계속 보유할 예정인 만큼 중국 당국은 이번 거래를 막을 직접적 권한이 없다. 하지만 이번 논평으로 미뤄볼 때 거래를 무산시키거나 더 나은 조건으로 협상하도록 CK허치슨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베라 유엔 홍콩대 경영대학원 강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대공보의 논평이 "(미국과 중국) 모두와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을 향해 그들이 처한 정치적 위험을 보여주는 것이자 경고성 훈계"라며 "양국 모두와 동시에 사업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콩 치프(致富)증권의 토머스 궉은 "거래 위험이 증가했다. CK허치슨은 이제 중간에 끼어 있다. (파나마항구를)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이 계속 신경 쓰이게 할 것이고, 매각하면 중국을 화나게 할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17/202503170024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