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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최대 8000억유로(약 1248조원)의 방위비를 조성하는 '유럽 재무장(ReArm Europe)' 계획에 합의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확대하고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논의는 헝가리 반대로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했다.
폴리티코, 가디언, CNN 등 외신에 따르면 EU 27개국 정상은 6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방비 증강과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이들은 '유럽 방위에 관한 EU 집행위원회 결론' 성명을 통해 "유럽의 안보와 방위에 대한 지출을 계속해서 상당히 증가시킬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앞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전면 중단한 뒤 최대 8000억유로 규모의 방위 강화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EU가 부채 관련 재정준칙을 완화해 각 회원국이 GDP의 평균 1.5% 규모로 국방비를 증액할 경우 4년간 예상되는 6500억유로에 EU가 1500억유로를 대출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27개국이 서명한 성명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문구가 포함됐다.
각국은 "모든 회원국이 국가 차원에서 상당한 국방 지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부채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 "EU 예산으로 최대 1500억유로 규모의 대출을 회원국에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의 의도를 주목하고 긴급히 검토하도록 촉구한다"는 데 합의했다.
구체적 군사력 증강 분야도 명시됐다. EU 27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에 따라 △방공 △정밀타격 포병 △미사일 △탄약 △드론 △우주 △사이버 △병력 이동 △AI △전자전 분야를 우선 강화 목록으로 규정했다.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대해 "유럽과 우크라이나에 있어서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의장도 "유럽의 방위를 강화하기 위한 중대한 움직임"이라면서 "우리는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며 약속한 것을 이행하고 있다. 시민들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억제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러시아 기조로 미국의 안보 보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에서는 자강론이 확산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안보를 위한 프랑스의 핵우산론을 꺼냈고, 독일의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수천억유로 규모의 방위비 투자를 발표했다.
다만 각국 정부가 실제로 자국 국방비 증액에 나서거나, 장기적인 재정 부담으로 돌아올 EU의 1500억유로 대출에 최종 동의할지는 알 수 없다.
영국 가디언은 "회원국들은 여전히 1500억유로 규모의 대출에 동의해야 하며 EU가 제안한 6500억유로에 달하는 재정적 여유를 최대한 활용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과 러시아 제재 강화 부분은 헝가리의 반대로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해 별도의 '문서'로 분리됐다.
헝가리를 제외한 26개국은 문서를 통해 "EU는 파트너 및 동맹국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에 대해 강화된 정치·재정·경제·인도·군사·외교적 지원을 제공하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와 기존 조치 집행 강화를 포함한 압력을 강화해 침략전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하는 데 전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EU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내에서 우크라이나의 독립, 주권 및 영토 보전에 대한 지속적이고 변함없는 지원을 재확인한다"고 했다.
최근 미국이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러시아와 종전 논의를 이끄는 것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협상이 있을 수 없다. 유럽의 참여 없이 유럽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26개국은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설득에 실패하자 별도 문서를 그대로 채택하기로 했다. 유로뉴스는 "부다페스트가 용납할만한 버전을 내놓기보다 26개국만이 서명하는 문서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의장은 "헝가리가 27개국 중 고립돼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헝가리의 입장을 존중하지만 그것은 27개국 중 1개국이고, 26개국은 1개국 이상"이라고 했다.
다만 폴리티코는 "궁극적으로 EU 차원에서 제재 등 조치를 시행하려면 만장일치가 필요하며 오르반 총리와의 추가적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상회의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의 재무장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는 유럽의 군비경쟁에 응할 뜻이 없다면서 EU의 방위력 증강 본격화를 평가절하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그들(EU)은 우리를 이길 수 없다"며 "우리는 그들과 싸우지 않고 우리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07/202503070021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