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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를 관할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선관위 명의의 이른바 '세컨드 폰'을 만들어 정치인들과 연락해 온 일이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지면서 선관위의 공정성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문제가 된 김세환 전 사무총장은 자녀의 채용비리에도 연루됐을뿐 아니라 20대 대선에서 '소쿠리 투표'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 전 사무총장과 함께 20대 대선을 진두지휘한 노정희 전 선관위원장도 '우리법연구회' 출신 대법관으로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던 인물이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선포 사유로 언급한 선관위 업무 전체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최악의 선거 '20대 대선'…'소쿠리 투표' 노정희·김세환 사퇴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치러진 '20대 대선'은 역대 최악의 선거 관리로 꼽힌다. 사전투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은 끝에 당시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직접 사과까지 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어 본투표에서까지 온갖 의혹과 잡음이 계속 일어났다.
우선 대선 전인 3월 5일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과정에서 전국 선거장 곳곳에서 투표 관리가 부실히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유권자가 표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고 소쿠리나 종이박스, 쇼핑백 등에 표를 넣게 해 민주주의 선거의 기본인 비밀선거 원칙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직 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에게 이미 특정 후보가 기표된 투표용지가 배포되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사전투표 당일 노 위원장이 출근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나면서 사퇴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노 위원장은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으로 직접 사과한 뒤 "보다 투명하고 정확하게 투·개표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9일 대선 투표날 경기 오산시 중앙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하러 온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았음에도 선거인명부에 자신에게 투표용지가 이미 배부돼 투표한 것으로 기재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투표하지 못하는 일도 일어났다. 당시 선관위 측은 사실을 확인하고 "일단 투표용지를 내어주고 투표하게 하라"고 번복했지만 해당 유권자는 이미 투표소를 떠난 뒤여서 빈축을 샀다.또 같은 날 강원도 춘천 소양동제3투표소에선 한 유권자가 자신이 사전투표자인데도 투표사무원이 투표용지를 다시 교부했다고 주장하는 일도 발생했다. 대구 동구 안심1동 제8투표소에서도 이미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 2명이 투표용지를 받고 본투표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발견돼 부랴부랴 경위 조사에 나서는 촌극이 빚어졌다.
심지어 부천시 계남초등학교 6투표소에선 사무원이 투표자에게 투표용지를 1장 더 줘 유권자가 2장 모두 기표를 한 뒤 투표함에 넣으려다 참관인에게 적발되는 일도 벌어졌다.
비단 투표 뿐 아니라 개표 과정에서도 구설은 끊이지 않았다. 투표를 마친 뒤 전남 여수시의 진남체육관 개표소에선 봉인지에 참관인 서명이 없는 투표함이 2개(화양면·돌산읍 사전투표함)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남동구(남동체육관)에선 개표 중 일부 투표함에서 흰색이 아니라 누런색 사전투표용지가 나와 개표참관인이 이를 부정선거로 의심해 잠시 개표가 중지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인천에선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 앞 주자장에서 산곡2동 제4투표소 투표함을 차에서 내린 뒤 개표소로 이동시키던 투표관리관과 개표참관인이 이를 부정선거 정황으로 의심한 가로세로연구소 등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이면서 6시간 이상 움직이지 못해 개표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이 계속되자 김세환 사무총장의 사직안을 의결하는 수준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다가 노 위원장 자신마저 사퇴 의사를 밝히며 퇴임했다. '소쿠리 투표' 논란이 발생한지 44일 만의 일이다.
당시 노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 지방선거가 흠 없이 치러지도록 국민 모두가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 '민변' 노정희 위원장…이재명 '무죄' 판결 주도노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임했다. 노 위원장은 법원 내 좌파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법원도서관장을 역임할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해 대법관이 됐다. 1995년부터 5년간 변호사로 활동할 때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했다.
당시 대한민국 입법·사법·행정부를 총괄하는 정부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거관리위원장) 중 법관들이 맡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관위원장까지 모두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채워졌다.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물론 유남석 헌법재판소장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노 위원장 취임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언했던 대로 사법부 '주류 교체'가 완성됐다. 대법관 14명 중 7명이,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이 우리법연구회 또는 민변 출신일 정도로 '좌파 사법 카르텔'이 형성된 것이다. 심지어 선관위까지 우리법연구회가 장악한 셈이다.
노 위원장의 정치적인 성향을 잘 보여주는 판결로는 2023년 6월, 현대자동차가 노조를 상대로 청구한 2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2건에 대해 "현대차 파업 근로자에 조합과 같은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고, 노동자 배상책임을 개별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민법의 법리(민법 760조 연대책임)와 다른 해석으로, 재계를 중심으로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막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대법관 시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판결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노 위원장은 이 대표가 2020년 7월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선거법 위반 여부가 문제가 된 전원합의체 사건의 주심이었다.
이때 노 위원장은 무죄 판결을 주도했다. 판결 요지는 "국가기관이 토론 과정의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해 그 발언이 이뤄진 배경이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 등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후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욱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선관위원장 취임 당시 유력 대선 주자인 당시 이재명 지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낸 대법관이 대선 투표를 주관할 선관위원장이 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文 정부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한 선관위원장 모두 '좌편향'
노 위원장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3명의 선관위원장 모두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들로 채워졌다. 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노 위원장의 전임인 권순일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 12월 선관위원장이 됐다. 당시 노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2021년 말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만배씨가 '이재명 사건 파기 환송'을 전후해 '권순일 대법관실'을 8차례 방문했다는 대법원 출입 기록이 나왔다. 또 권 전 위원장이 퇴임한 뒤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취업해 1억5000만원을 받은 것도 드러났다. 권 전 위원장은 '재판 거래' 의혹의 수사 대상이 됐다.
권 전 위원장은 2020년 9월 대법관 임기가 끝났는데도 관례를 깨고 선관위원장에서 바로 물러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김세환·박찬진 전 사무총장을 각각 신임 사무총장(장관급), 사무처장(차관급)에 임명하는 인사를 하고 나왔는데, 두 사람 모두 자녀 채용 특혜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노 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후 노태악 현 위원장이 2022년 5월 선관위원장에 취임했다. 그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김 대법원장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됐다.
당시 전·현직 선관위 간부 11명이 '채용 비리 의혹'에 휘말린 상황이지만 선관위는 선관위원 만장일치로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특혜 채용'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2021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선관위의 편향성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잇따라 문제가 됐다. 2021년 4월 보궐선거 당시 선관위는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시민 단체 캠페인을 제지했다. "이미 유권자가 선거 실시 사유를 잘 알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당시 고(故)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를 연상시키면 안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내로남불' '위선' '무능'이란 단어도 현수막에 쓰지 못하도록 했다. 선관위는 이 낱말들이 특정 정당을 떠올리게 유도한다고 판단하면서 민주당 편을 들었다.
법조계 한 인사는 "정치 권력 구도를 재편하는 행사가 선거이고 그 과정에서 선관위는 심판 역할을 하는 것인데 '오심'을 했을 때 선관위가 책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이미 사법부 독립은 허울 뿐이고 법관들이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기보다는 권력이 바라는 대로 희한하게 논리를 짜맞춰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장관급인 선관위 사무총장이 특정 정치인과 선별적으로 몰래 소통하며 업무를 진행한 것은 일반적인 의심과 관계없이 수사기관에서 엄정히 봐야 할 사안"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 이유중 하나가 부정선거인 만큼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도 다뤘어야 할 중대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04/2025030400177.html